초등학교, 아니 내게는 국민학교 시절에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것. 아마도 그 당시에 백문백답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과 같은 질문에 마땅히 적을 게 없다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있었을텐데 어떤 것에 대한 선호도를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걸 표현하는 사람이 멋지다 생각했다. 그리고 몇 십년이 흐른 뒤, 지금의 나. 여둘톡의 모토인 ‘좋아한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를 너무나 잘 실천하고 있다. 동생 말에 의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추천이라고 하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숨쉬듯 추천에 들어간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서비스를 같이 하자고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그 사람이 함께 하면 매우 ..
오므오트(OMOT)라는 티 카페에 다녀왔다. 오래 전 알디프에서 시작한 티 오마카세 형식의 코스가 유행하며, 요새는 여러 티 카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듯 보였다. 오므오트는 한국차를 기반으로 한 티 카페로 매우 조용한 공간이었다. 분위기도 어둡고, 백그라운드 소리도 가야금에 물 떨어지는 소리 같은 백색소음이어서 왠지 동굴에 있는 느낌. 진행하시는 분도 조곤조곤히 말씀하셔서 왠지 나도 조용한 사람이 같이 간 사람들이 늘 시끄러운 조합이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게 좀 웃겼지만, 그래도 조용해질 수 있는 공간에 있는 건 좋았다. 오므오트의 티 오마카세는, 티 세러모니라고 하고 매년 다른 컨셉으로 진행한단다. 작년에는 화폐를 주제로 했고, 올해는 십이간지로 진행한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는 묘진사오 그러니..
오늘 인스타 피드에 들어가니 노란색이 곳곳에 보였다. 그래 오늘이었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날을 기억하려 애썼다. 직접적으로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지만, 굉장히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월호의 ㅅ도 보이지 않은 채 벌써 10년이 되었다거나, 그날은 모두들 생생히 기억한다거나 하는 식의 글이 많았다. 세월호를 정치적인 이슈로 몰아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저 추모 혹은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것에서 자유롭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또 911 메모리얼에서처럼 반복되는 노출이 유가족에게는 괴로울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을지 모른다. 그중에 오늘 내 마음을 울린 것 중에 하나. 페이스북에서 팔로우를 하고 있는 분이 한국일보의 기획기사 중 하나를 공유해 주셨다. 과일도매상..
등하교를 하던 시절부터 출퇴근을 하는 지금까지 수많은 아침을 보내며 마음이 바쁘지 않았던 때가 있을까? 전날 잠들기 전 아침에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화장도 안 하면서 매일 아침이 그렇게 바쁠 수가 없다. 그래도 점점 잠이 줄어들며 6시 즈음에 일어나는 것이 괜찮아졌다. 일어나 몸무게를 재고,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이틀에 한 번 유산균을 먹는 나름의 아침 루틴도 완성해가고 있었다. 근데 최근 식단을 시작하며 조금 루틴이 어그러졌다. 아침을 먹는 시간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리 다 준비되어 있는 것을 씻고, 담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뿐이라 준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일 텐데 먹는 것까지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요즘엔 도시락을 싼다. 회사에..
이제 슬슬 달리기를 시작했고, 대회도 점점 열리고 있다. 오늘은 수원에서 경기가 있었다. 지난달 목포에서도 달렸을 땐 몸이 조금 걱정되는 게 있었는데, 오늘은 좀 자신감이 있었다. 수요일에 달리며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좋은 페이스로 달린 경험도 있고, K가 연습 겸 동영상을 찍어주겠다고 해서 신이 났다. 그런데 차를 타고 10분이 지나지 않아 워치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집에 두 번이나 올라와서 물건을 가져갔었는데, 손목이 허전한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워치가 없으니 불편한 점. 워치의 기본 기능인 시계를 보기 힘들었다. 사실 핸드폰으로 시계를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손목에 익숙해진 상태라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또 핸드폰..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산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처음엔 축구를 한 번쯤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은 꽤 좋아하는 편이어서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하지만 주변에 축구를 좋아하는 지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 자체가 집 근처 카페도 나가기 귀찮아하는 사람이라 전혀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축구 경기를 할 때의 월드컵경기장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늘은 지도를 그리기 위해 월드컵경기장에 갔다. 따릉이를 타고 가서 지하철 상황을 보지 못한 채, 편의점에 갔더니 편의점 앞에 닭강정을 팔고 있었다. 시원한 물도 편의점 내부가 아닌 밖에서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들렀을 때는 무인 편의점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아주 한가로웠는데, 오늘은 최소 6명..
올해 목표가 내 경제적인 상황에 좀 관심을 가지는 것인데, 그걸 위해 매일 쓴 돈을 기록하고 있다. 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명품을 사는 데 큰돈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게 더 싸고 괜찮은지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 아니라 소소하게 아끼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사실 피티도 잘 알아보고, 다른 곳과 비교해 볼 수도 있었는데 그냥 했던 게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 점에서 월급도 많지 않은 내가 돈을 모았다는 게 좀 기적적인 일이긴 했다. 2월에 부모님께 돈을 보태드렸는데, 그걸 보고 가족들이 좀 놀랐다. 나는 여행도 잔뜩 다니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다녀서 모아놓은 돈이 한 푼도 없을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꾸밈비용이 남들에 비해 적은 편이고, 먹는 것도 욕심이 많지 않아 쓰는..
내가 태어난 날부터, 생을 마감하리라 생각되는 90세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Life Calendar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보통 캘린더는 1월이 시작이지만, 이 캘린더는 내 생일이 시작이다. 가로줄은 1년이고, 한 주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해 나간다. 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한다거나, 인생에 있어 의미가 있는 주는 따로 표시할 수도 있다. 삶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이 캘린더에 따라 90세까지 산다고 치면 아직 삶의 절반도 다 오지 않았다. 미국인의 전형적인 삶을 이 캘린더로 표현한 것을 보았는데, 일을 하는 시기만큼이나 은퇴 후의 삶이 길다는 데 좀 놀랐다. 이 캘린더대로라면 내가 살아가야 할 날은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것보다 더 긴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그 중에 절반 정도는 내가 어딘가..
3월부터 같은 클럽 멤버 몇 명이 매주 연대 트랙에서 달리기 연습을 한다고 했다. 예전에 같은 클럽이었던 A선생님이 마라톤을 뛰고자 하는 분들을 트레이닝하는 모임이 있는데, 그분들과 함께 연습을 한단다. 이번에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먹고서 지난주에 몇 시에 모이는지 물어봤었다. 그날은 운동복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지만, 옷과 신발을 빌려준다는 적극적인 영업으로 가보려고 했다. 근데 그날 딱 생리를 시작해서 포기했었다. 오늘은 선거일이지만, 모인다는 말에 마음을 먹고 나가기로 했다. 연대 운동장은 집에서 버스로 30분 이내,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운동하기에는 딱 좋다. 원래 인터벌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주말에 장거리 러닝을 한 사람이 많아 몸을 풀 겸 지속주로 천천히 ..
다이어트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나는 일명 나잇살이라고 부르는, 뱃살과 함께 오는 무게의 증량을 겪고 있다.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는 BMI 수치상, 조금만 더 찌면 비만이 될 수준에 이르렀다. 인바디를 해봤을 때 체지방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입었던 옷을 못 입는 경험도 하고, 예쁜 옷이 아닌 편해지기 위한 옷을 사기도 한다. 솔직히 풍채가 좋아진 것은 그럭저럭 견딜 만 한데, 뱃살은 봐주기가 매우 힘들다. 내 눈에는 뭘 입어도 배밖에 보이지 않아 그걸 커버하기 위한 옷만 찾게 된다. 나를 아는 내 친구들은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라고 말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2017년에 상하이에 가서 마사지를 받을 때, 중국 사람에게 임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