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추워서 조깅 아닌 조깅만 했는데, 드디어 날이 풀려 인터벌을 하기로 했다. 12월 11일 이후로, 거의 3개월 만이라 좀 설렜다. 오늘의 훈련은 15분 웜업, 30초 fast - 4분 recovery 8세트, 15분 쿨다운으로 총 1시간 6분 프로그램이다. fast의 페이스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그리고 회복은 왜 4분이나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가서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그동안 주 3-4회 달리기를 했지만 혼자 뛰다 보니 속도를 늘릴 수 없어 모임에 신청했단다. 이제까지 10km 정도만 뛰어봤는데 4월에 하프 마라톤을 신청해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였다. 오늘 웜업 페이스는 6분 정도였다. 숨이 차지 않고 몸을 데울 수 있는 정도다. 오늘은 장갑을 갖..

재키는 1월 22일 첫 번째 알을 낳고, 이틀 간격으로 2개의 알을 더 낳았다. 당연히 먼저 낳은 알이 먼저 깨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독수리는 세 알 모두 비슷한 시기에 깨어나게 하는 노하우가 있다. 먼저 낳은 알을 품지 않고 기다리면 알의 성장이 늦춰진다고 한다. 그래서 알을 낳고 난 초반에는 독수리 부부가 알을 잘 품지 않는 경향이 있단다. 재키네 부부는 그전까지는 알을 품다 말다 하다가 알 세 개를 다 낳은 후에야, 서로 번갈아가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머리가 떡이 지든 말든 둥지를 지켰다.독수리 알은 33-35일 정도가 지나면 깨어난다고 한다. 라이브캠 운영자는 이 시기가 되면 PIP WATCH라고 해서, 알에 균열(PIP)이 생기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작년에는 45일 넘어서까지도..
미키7을 함께 읽은 SF모임 멤버들과 함께 미키17을 봤다. 설국열차와 옥자를 섞은 느낌이라는 평에 공감했다. 영화가 어땠냐는 친구의 물음에 ‘평타’라 답했다. 책을 꽤 오래전에 읽어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책의 컨셉을 잘 따라가서 확장한 영화이긴 했다. 책보다는 결말이 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봉준호 영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제목이 7에서 17 바뀐 이유도 설득력있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검색할 때 책과 영화를 구분하기 위해서, 라면 납득하겠다. 감독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도 4DX 매니아로서 말할 수 있는데, 움직임과 효과는 이제까지 본 영화중에 제일 괜찮았다.영화를 다 보고 ..
얼마 전 5년 다이어리에 절대 못 버리는 물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당연히 핸드폰일까 했는데, 만약 버려야 하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허탈감이 크고, 막막하겠지만 절대는 아닌 것 같았다. 컴퓨터도, 오래 보관해 둔 편지도, 방안의 물건들 모두, 당장 버리면 몹시 불편하겠지만, 절대 못 버릴 건 없어 보였다.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1은 4개의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점점 레벨을 쌓아가는 일반적인 게임과는 달랐다. 스테이지 1에서 건물도 열심히 짓고 꾸몄어도, 다음 스테이지에 가면 초기화되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초기화 됐을 때 어떤 사람들은 마치 세상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다시 시작하는 게 좀 두근거리는 쪽..
‘장마가 시작될 때‘ 카페의 생일 파티에 다녀왔다. 파티는 8시에 시작했지만, 나는 8시 30분에 도착했다. 카페 밖에도 사람들이 북적였고, 안에는 딱 두 사람 앉을 자리만 남아 있었다. 더 늦게 왔더라면 앉을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역대 시시필사 모임을 했던 세 분이 먼저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어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S님과 나는 그보다 조금 높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맥주 하나씩을 들고 분위기 파악을 했다. 마침 오늘이 S님의 유사 생일이어서 같이 오자고 했다. 시를 쓰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는 자리이니 S님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매우 만족해해 뿌듯했다.우리는 피아노 바로 앞에 앉았다. 원래 책장이 있어 책으로 가득 차 있던 자리에 피아노가 대신 들어왔단다. 피아노 옆 멋진..
전 세계 사람들이 챗GPT 없이는 못 살 지경인데, 나는 이제야 친해지고 있다. 한 달 3만 원의 구독료가 아깝지 않도록 챗GPT를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았다. 그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역할을 적어본다. 1. 글쓰기 첨삭 선생님처음에는 단순히 채팅으로만 검토받다가, 나중에는 아예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문단 나눔이 적절한지 알려주고,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있다면 수정 제안해 달라고 하고, 개선점을 알려달라고 지침을 적어두었다. 글을 검토하고 평가까지 해달라고 하는데, 이때 글의 완성도를 평가해 준다. 맨날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니 의심스러웠다. 혹시 아무한테나 다 그렇게 말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니, 나름 기준이 있다고 당당하게 다른 글을 가져와 보라고 했다.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2. 상담 선생님하소연을 잘 들어..

날씨와 감기 이슈로 달리기를 2주 쉬었다. 달리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짧게라도 뛰어보지 못했는데, 오늘 갑자기 긴 거리를 뛰려니 좀 겁이 났다. 예전엔 공복에 달리고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은 뛰다가 쓰러질까 걱정됐다. 김밥 한 줄을 미리 먹었다. 날이 풀렸다고 하지만, 요 며칠 걸었을 때 손이 시려 장갑을 아쉬워했던 게 기억났다. 아침에 모자, 귀도리, 장갑, 갈아입을 옷, 핫팩, 껴입을 옷 등등 추위 대비 용품을 최대한 챙겼다. 이제 감기가 거의 다 나았는데 무리하면 다시 심해질까도 걱정됐다.만약 오늘 훈련이 빡세다면 나는 내 페이스대로 달리려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내 페이스가 몇 분이 될지 모르지만, 숨이 차면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오늘은 조깅을 하기로 했다. 다들 지난..

숙제는 망했지만, 마지막 모임에 참석했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두 분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원래 8시부터 근황토크를 하는데,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다를 시작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몽당연필을 만들고 싶은 향유고래님, 연필 잡을 힘이 부족해 중지로 잡는 나, 기타 현을 잡을 때 힘이 부족하면 두 손가락을 합치는 마시님, 피아노칠 때도 작은 손은 치기 어렵다고 하는 나, 카페에 피아노가 있다고 알려주는 향유고래님,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치면 전방위로 2층까지 소리가 전달된다며 초등학교 때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마시님, 음악을 진동으로 느껴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청각장애 할머니 이야기까지. 이야기의 흐름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35분쯤 되어서야 우리..
오늘은 휴식의 날이다. 나만의 숙제를 하려고 두 책 중 하나를 골랐다. 2주간 산책다운 산책을 못했으므로, 피크민+산책+독서를 한 번에 달성하려는 욕심으로 불광천을 걸으며 전자책을 읽었다. 중학교 때부터 걸으며 만화책을 봐온 짬으로, 또 지하철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능력으로 책을 읽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말 안 통하는 사람과 카페에 앉아 너는 네 이야기를 해라, 나는 한 귀로 흘리마, 하는 듯했다. 내게는 제목과 글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고, 사진도 글과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글의 감성에 감탄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 같은데, 나만 소외되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나 혼자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만 같았다.시집과 마찬가지로, 그는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어찌 보면..
미술사 스터디 오붓 멤버끼리 양주에 다녀왔다. 우리의 첫 목적지인 장욱진미술관은 1층이 리모델링 중이라 2층 상설전만 운영하고 있었고, 덕분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30여 점이지만 장욱진 작가의 작품에서는 집으로 표현되는 가족, 길, 나무, 새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는 앞으로 어디서 장욱진 작가의 작품을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장욱진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작은 조각공원도 있었는데, 규모는 작지만 시각적으로 다소 충격적인 작품이 있어 볼 만했다. 그다음엔 미술관 옆 미술관, 민복진미술관도 둘러보았다. 우리는 미술사 책을 읽으며 시작한 모임이지만, 미술에 조예가 깊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나는 조각에 관심이 적어, 민복진 작가의 여러 작품이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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