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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될 때‘ 카페의 생일 파티에 다녀왔다. 파티는 8시에 시작했지만, 나는 8시 30분에 도착했다. 카페 밖에도 사람들이 북적였고, 안에는 딱 두 사람 앉을 자리만 남아 있었다. 더 늦게 왔더라면 앉을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역대 시시필사 모임을 했던 세 분이 먼저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어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S님과 나는 그보다 조금 높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맥주 하나씩을 들고 분위기 파악을 했다. 마침 오늘이 S님의 유사 생일이어서 같이 오자고 했다. 시를 쓰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는 자리이니 S님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매우 만족해해 뿌듯했다.
우리는 피아노 바로 앞에 앉았다. 원래 책장이 있어 책으로 가득 차 있던 자리에 피아노가 대신 들어왔단다. 피아노 옆 멋진 필체로 장마가 시작될 때라고 쓰인 액자가 있었다. 그걸 보며 막연히 누군가 카페를 축하하며 써줬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로, 그 액자를 선물 받고 카페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장마가 시작될 때라니. 새삼 감성적이고 쓸쓸함을 좋아하는 향유고래님과 정말 잘 어울리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 파티는 12시까지 한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자리가 없어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페 어딘가 숨겨져 있던 의자가 하나둘 나오고, 그렇게 의자들을 적절히 분배하다 보니 우리는 시시필사 모임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을 쓰게 됐다. 두 분은 내가 아는 분이고, 한 분은 모르는 분이었지만 어색하진 않았다.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각자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직접 이름을 지은 경우, 희귀 한자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는 법칙을 또 한 번 확인했다.
11시 59분에 카페에서 나왔다. 녹사평역을 지나는 740을 타려 했지만 이미 막차가 지나간 시간이었다. 검색해 보니 143을 타고 종로로 가면 심야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해서 일단 버스에 올라탔다. 종로에 도착하니 집에 가는 버스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스 721을 타고 집에 가기로 했다. 다른 버스보다 조금 돌아가지만, 종점까지 가면 되기 때문에 내릴 타이밍을 신경 쓸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다 보면 마지막에 나 혼자만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순간이 특히 좋다. 종점에서 내려 해담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도 좋아한다.
아침부터 힘차게 둘레길을 걷고, 좋아하는 친구와 공간의 생일을 축하하고, 좋아하는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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