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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5년 다이어리에 절대 못 버리는 물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당연히 핸드폰일까 했는데, 만약 버려야 하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허탈감이 크고, 막막하겠지만 절대는 아닌 것 같았다. 컴퓨터도, 오래 보관해 둔 편지도, 방안의 물건들 모두, 당장 버리면 몹시 불편하겠지만, 절대 못 버릴 건 없어 보였다.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1은 4개의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점점 레벨을 쌓아가는 일반적인 게임과는 달랐다. 스테이지 1에서 건물도 열심히 짓고 꾸몄어도, 다음 스테이지에 가면 초기화되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초기화 됐을 때 어떤 사람들은 마치 세상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다시 시작하는 게 좀 두근거리는 쪽이었다.
하지만 맥시멀리스트인데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해 물건이 늘 수납공간 밖으로 삐져나온다. 옷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다른 물건들도 그렇다.
체형이 변하고, 취향도 달라져 입을 수 없는 옷인데도, 언젠가라는 마음 때문에 옷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옷들이 있다. 해마다 옷 정리를 하며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은 버리려 하지만, 몇 번이고 기회를 주는 옷이 있다. 그러다 올해 초, 아끼던 옷 하나는 입을 수 있을만한 친구에게 줬다. 이제 봄이 오니 곧 옷정리를 할 텐데, 이번엔 매정하게 옷을 버려보려고 한다.
책장에 있는 책도 본 책들, 안 본 책들, 어디선가 얻어온 책들 등등으로 가득 차 있다. 만화책은 아끼는 마음으로 샀지만, 이제 애정이 떨어진 것들이 많다.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그냥 내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책장 털기를 위해 책모임도 하지만, 쉽게 털어지지 않는다. 결단을 내려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고 싶다. 시간이 점점 지나며 실물 책으로 소장하는 의미가 점점 줄고 있다. 예전에 CD로 저장했던 영상들을 스트리밍으로 보는 것처럼, 책도 전자책으로 읽거나 빌려서 읽는 방식이 더 보편적으로 변했다.
버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엔 모두 가지고 싶었는데, 이젠 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버리자.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모두 버려버리자.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게 다 내 것이 될 수 없다. 이번엔 정말 모두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미련도 버리고, 필요 없는 것도 모두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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