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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감기 이슈로 달리기를 2주 쉬었다. 달리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짧게라도 뛰어보지 못했는데, 오늘 갑자기 긴 거리를 뛰려니 좀 겁이 났다. 예전엔 공복에 달리고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은 뛰다가 쓰러질까 걱정됐다. 김밥 한 줄을 미리 먹었다. 날이 풀렸다고 하지만, 요 며칠 걸었을 때 손이 시려 장갑을 아쉬워했던 게 기억났다. 아침에 모자, 귀도리, 장갑, 갈아입을 옷, 핫팩, 껴입을 옷 등등 추위 대비 용품을 최대한 챙겼다. 이제 감기가 거의 다 나았는데 무리하면 다시 심해질까도 걱정됐다.
만약 오늘 훈련이 빡세다면 나는 내 페이스대로 달리려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내 페이스가 몇 분이 될지 모르지만, 숨이 차면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오늘은 조깅을 하기로 했다. 다들 지난주에 대구마라톤에서 풀코스 완주를 했단다. 감독님이 25바퀴(10km)를 뛰자고 하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타협해 20바퀴(8km)만 달리기로 했다. 시계에 전에 만들어둔 8km 워크아웃이 있었다. 목표 페이스가 6:00으로 되어 있었다. 5:50-6:10 로 달려야 한다. 조금 걱정됐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날씨는 좋았다. 오늘은 영상의 온도여서 모자와 귀도리는 필요 없었다. 장갑만 꼈다. 트랙에 사람도 많았다.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은 사람도 보였다. 유모차를 끌고, 혹은 지팡이를 짚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걷는 동네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운동장에 밝은 빛을 유지시켜주는 축구팀도 두 그룹이 있었다. 처음엔 연두색 형광빛 조끼를 입어 팀을 구분한 그룹이 뛰었고, 8시부터는 노랑색 유니폼과 파랑색 유니폼을 입은 그룹이 뛰었다. 축구장 양 옆 빈 공간에는 풋살로 추정되는 팀과 럭비팀이 훈련을 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운동장이었다.
처음엔 몸을 데우려고 따뜻하게 옷을 입고 6:30 페이스로 천천히 달렸다. 목표 페이스보다 훨씬 낮으니 시계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두 바퀴 정도 돌았을 때, 겉옷을 벗고 조끼는 입은 채 달렸다. 시계를 잠재우기 위해 원래 목표 페이스대로 뛰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숨이 차지 않았다. 정말 조깅이었다. 앞 사람을 추월하려고 5:30으로 속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때도 시계가 시끄러워졌으므로 곧 원래 페이스로 돌아왔다. 우리 팀에서 나보다 앞서 달리는 그룹은 한 번만 마주쳤다. 준수한 속도였다. 10바퀴를 돌았을 때는 살짝 땀이 날 듯해 조끼도 벗고 뛰었다. 마지막 바퀴에는 힘을 좀 내서 5분 이내로 달려봤다. 숨이 차지 않도록 무리 없이 잘 달렸다.

2023년에 릴레이 달리기를 준비하며 갑자기 5:20페이스로 과하게 훈련하다 감기에 걸린적이 있다. 대회 당일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주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달렸고 그게 6:00이었다. 오늘과 동일한 페이스지만, 심박수에 큰 차이가 났다. 그때는 심박이 180이 넘었다. 오늘은 140이었다. 아주 평온한 달리기였다. 그동안 달린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니 기뻤다. 2주전에 비해 VO2Max는 51로 오히려 조금 올랐다. 비슷한 나이, 성별에서 1% 수준이다. 잠깐 쉰다고 몸이 쉽게 약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작년에 달리기를 시작하며 10km를 힘들이지 않고 55분 내에 뛰는 걸 목표로 잡았다. 대회 목표는 다 뛰고 번아웃 되는 기준이라고 한다. 대회 목표를 잡으면 나는 50분 이내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힘들이지 않고 달리는 속도를 올리고 싶었다. 10km를 55분 이내로 들어오려면 5:30으로 달려야 한다. 오늘은 겁이 나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조만간 5:30으로 10km를 달려 심박수를 확인해보려 한다. 150을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오래, 더 잘 뛰고 싶다. 욕심이 난다. 3월 대회에서 목표 시간인 50분 안에 들어오고 싶다. 대회는 8일 남았다. 아프지 말아야지. 잘 먹고, 잘 자고,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봐야지.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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