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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3/3 취향이 분명한 사람

나비사슴 2025. 3. 3. 22:14

미키7을 함께 읽은 SF모임 멤버들과 함께 미키17을 봤다. 설국열차와 옥자를 섞은 느낌이라는 평에 공감했다. 영화가 어땠냐는 친구의 물음에 ‘평타’라 답했다. 책을 꽤 오래전에 읽어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책의 컨셉을 잘 따라가서 확장한 영화이긴 했다. 책보다는 결말이 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봉준호 영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제목이 7에서 17 바뀐 이유도 설득력있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검색할 때 책과 영화를 구분하기 위해서, 라면 납득하겠다. 감독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도 4DX 매니아로서 말할 수 있는데, 움직임과 효과는 이제까지 본 영화중에 제일 괜찮았다.

영화를 다 보고 뒤풀이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이 멤버들은 이제 내 취향을 거의 파악했다. 홉향이 강하게 나는 IPA와 페일에일은 냄새만 맡아도 기겁한다. 음식을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하면서, 양고기와 순대는 싫어한다. 안주를 먹으면서도 내 취향에 안 맞는다며 이러니저러니한다. 음식뿐 아니라 영화에 대해서도, 거장이든 잘생긴 배우든 내 취향에 안 맞으면 뭐가 맘에 안 드는지 하나하나 다 말한다. 한 친구는 내가 뭐든 평가한다고 말했다. 왓챠피디아에 쓴 코멘트도 너무 시니컬하단다. 그럼 다른 사람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넘어가냐고 물으니, 이러나저러나 큰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 취향에 대해 공감 가는 글을 읽었다. 역설계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다. 취향은 객관적으로 훌륭한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 아니란다. 자신이 이끌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 그리고 내가 그것에 강하게 끌린다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고 과감하게 믿어보는 것이란다. 이렇게 높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기준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에 실망하기 쉽단다. 탁월함을 감지하는 내면의 레이더가 강할수록 평범함을 견디기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취향이 있어야 위대함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지금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동안 훌륭한 것을 알아보는 안목을 갈고닦아 온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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