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쯤부터 왼쪽 코 안쪽이 찡했다. 건조할 때 종종 있는 통증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점점 만지기만 해도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고, 딱지가 지기 시작했다. 낯선 통증은 아니어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콧망울에 점점이 딱지가 지기 시작했다. 딱지가 마치 코의 모공을 막는 것처럼 분포를 이뤘다. 딱지 자체는 아프지 않았지만 처음보다 더 굳어가며 콧망울이 붉어졌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마치 술을 마신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3일이 지나도 붉은 기가 가라앉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자,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이비인후과를 갈까, 피부과를 갈까 하다 이비인후과로 왔다. 넓은 대기실에는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이 거리를 두고 앉아있었다. 반차를 내고 병원을 온 덕분인지 병원은 한산했다. ..
P님이 ai툴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적극적 팔로워인 나는 얼씨구나 하고 모임에 참여했다. 최근 챗GPT를 사용하며, 놀라웠던 경험이 있어 더 나섰다. 물론 ai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그 방에 있었겠지만, 나는 기죽지 않기로 했다. 나는 해보지 않았을 뿐, 한번 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P님은 첫째 주에는 자기소개를, 둘째 주에는 ai툴을 사용해 본 경험을 나누자고 했다.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기는 했으나, 조금씩 날짜가 지나도 다들 가만히 있길래 내가 첫 번째로 자기소개를 올렸다. 주말에 여행을 가기 때문에 시간이 없을까 봐 미리 올린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다들 한 명씩 자기소개를 시작했다.그리고 둘째 주, ai툴 사용 경험에 대해 나..
시시필사 두 번째 모임. 오늘은 카페 주인인 향유고래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원래 신청했는데 지난주에 못 온다 했던 분도 모임을 취소했단다. 마시님이 둘이만 모임 하는 게 걱정되어, 이전 시즌에 참여했던 선유서가 서점지기인 북씨님을 초대했다. 그래서 이번 주도 셋이서 도란도란 모임을 시작했다.근황토크 중, 북씨님이 왼쪽 등 쪽에 담이 결려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마시님이 그러면 시는 어떻게 쓰냐고 묻기에, 오른손으로 쓰니 괜찮다는 답변을 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왼손으로 쓰세요?라고 물었더니 오른손으로 쓴다고 했다. 그 대화의 흐름이 너무 어이없고 웃겨서 셋이 한참 웃었다. 또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이번 시즌 시집인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읽으며, 너무 어려웠다. 필사할 시를 ..
어제는 절주 11(11)을 했다. 위스키를 마셨고, 그 뒤엔 토닉을 섞어 하이볼로 마셨으니 1가지 주종이라고 우겨볼 만하고, 자리를 옮기지 않았으니 1차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올해 처음으로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셨다. 피크민 걸음수를 보니, 이번엔 걷겠다고 우기지 않았던 모양이다. 문자에 카드 결제 내역이 없어, 누군가가 나를 택시 태워 보냈으리라 짐작했다. 카톡을 보니 11시 반에 택시를 탄 것 같고, 12시 넘어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데 받지 못한 것으로 보아 집에 오자마자 쓰러진 듯했다.이상한 것은 카톡방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던 것인데, 4명 중 3명은 왜 방 이름이 바뀌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내가 우리 모임을 스케줄에 적을 때마다 번거롭다고, 모임 이름을 만들자고 했단다. 회사에..

남원에 다녀왔다. 2019년 2월에 K님의 남원 투어를 다녀왔으니, 거의 6년 만에 다녀온 셈이다. 이번엔 미술사 스터디를 같이하는 친구들과 갔다. 눈 예보가 있어 못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많았지만, B의 강한 의지, 날씨 요정인 H, 눈길 운전도 두려움 없이 달리는 J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다들 요리하는 동안 낮잠을 자는 등 여행동안 나는 별로 하는 게 없긴 했는데, 그래도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는 했다. 평소에도 잘 웃긴 하지만, 웃을 일이 많은 여행이었다. 이상하게 제삼자처럼 내 목소리를 인지하게 되는 일이 많았는데, 웃음 횟수가 정말 많게 느껴졌다. 다들 서로의 웃음 버튼이 되어주고, 불편하지 않은 선의 놀림거리에 탱커가 되어주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웃었..
S님 집에서 사육당한 날, K님이 피크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와 피크민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해서 레벨도 비슷했다. 피크민은 의외로 섬세하게 설계된 게임이어서, 알고 있으면 좋을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을 K님도 알고 있어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보를 찾아봐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그것 말고 경험으로 알게 된 것들을 K님이 이야기하니 너무 신이 났다. 그렇게 덕토크를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J님이 피크민이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임이었냐며 놀라워했다.J님은 1월 1일에 피크민을 가입시켰다. 예전에 선릉에서 회사를 다닐 때,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같이 걸은적이 있다. 그땐, 내가 고관절이 좋지 않아 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걷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하며 ..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무거웠다. 어제 늦게 들어온 데다 가민 선생님 권장 수면 시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 침대에서 미적거리다 아침 스트레칭도 하지 않았다. 씻으러 화장실에 가니 얼굴이 엉망이었다. 우와. 이거 괜찮은 건가? 아직 안 쓴 비공식 반차가 아른거렸다. 오늘은 달리는 날이기도 한데, 아침부터 이런 컨디션이어서 어떡하나. 잠시 고민했다. 곧 뛸 때 갈아입을 옷, 뛰고 나서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옷을 잔뜩 껴입고 나왔다. 오늘도 한파 때문에 조심하라는 안전 문자가 난리를 쳤다. 보통 퇴근 후 연대 트랙에 도착하면, 늘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 오늘은 깜깜했다. 축구를 하지 않는 때엔, 최소한의 불만 켜 놓는다. 내가 도착했을 땐 트랙을 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오늘은 6분 페이스로 조깅 ..

인스타 광고를 보고 2월 매주 화요일마다 시 필사를 하는 모임에 신청했다. 책 읽는 것은 꽤 좋아하지만, 시집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시적으로 글 쓰는 게 참 멋있구나 생각했고, 시와 조금 친해지고 싶어졌다. 11월에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필사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눈으로 읽을 때보다 더 차근히 읽게 되었던 경험과, 최근에 5년 다이어리를 펜으로 쓰며 재미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모임을 기대했다. 오늘이 첫 모임. 최소 모집 인원이 4명인데 딱 그만큼만 모인 듯했다. 그마저도 1명이 오늘은 참석이 어렵겠다고 해서 괜찮을까 싶긴 했다. 그래도 어차피 나는 읽어야 하는 책이 있었고, 새로운 공간에 가서 피크민을 하는 것도 기대되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모..
9일의 휴일이 끝나고 오랜만에 출근. 가끔은 너무 오래 쉬면 말을 더듬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9일 동안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쉬었고 잠도 많이 자서 정말 휴식이 되었다. 중간중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도 도움이 되었다. 다시 되돌아봐도 웃음이 지어지는 시간들이다.가끔, 처음 대학교에 왔을 때를 떠올리곤 한다. 다들 학기 초엔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학교든, 기숙사든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힘든 일이 있으면 나누고,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긴장된 상태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지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그때 만났던 인연들과도 만나 수다를 떨고..
오랜만에 J언니와 만났다. 원래 J언니랑은 K와 자주 만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셋이 약속을 잡았다. 내 기억으론 대학 때 K가 J언니를 무서워하면서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고, 나는 같이 있다 보니 친해졌던 것 같다. 나는 K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J언니랑 신촌역 6번 출구 중간에 서서 1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보아 같이 지내는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우린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로 얼굴도 그대로다,라고 말했더니 J언니는 냅다 흰머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점점 눈이 안 좋아지고 있는 나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언니의 흰머리를 눈치채진 못했다. 분명 많이 달라졌을 터인데, 서로 다름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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