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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3/5 즐거운 인터벌 달리기

나비사슴 2025. 3. 6. 11:24

그동안 너무 추워서 조깅 아닌 조깅만 했는데, 드디어 날이 풀려 인터벌을 하기로 했다. 12월 11일 이후로, 거의 3개월 만이라 좀 설렜다. 오늘의 훈련은 15분 웜업, 30초 fast - 4분 recovery 8세트, 15분 쿨다운으로 총 1시간 6분 프로그램이다. fast의 페이스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그리고 회복은 왜 4분이나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가서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그동안 주 3-4회 달리기를 했지만 혼자 뛰다 보니 속도를 늘릴 수 없어 모임에 신청했단다. 이제까지 10km 정도만 뛰어봤는데 4월에 하프 마라톤을 신청해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였다. 오늘 웜업 페이스는 6분 정도였다. 숨이 차지 않고 몸을 데울 수 있는 정도다. 오늘은 장갑을 갖고 오는 걸 깜박해서 손이 좀 시렸고, 더 느리게 달리면 손이 얼얼해져 웜업으로 이 정도 페이스가 적당했다. 오늘 처음 오신 분은 좀 힘들어 보였지만, 감독님이 1:1로 도와주어 많이 뒤처지지 않도록 했다.

 

fast는 전력질주의 90% 속도였다. 그런데 전력질주를 자주 해본 적이 없어 100%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힘차게 달리되, 죽을 정도로 달리지는 않는 정도라고 이해하고 달리기로 했다. 4분을 회복하는 건, 30초 fast 페이스로 달리고 몸에 데미지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쉬기 위함이라고 했다. 숨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천천히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30초는 적절한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워 일단 꽤 빠르게 달렸다. 2:56 페이스가 나왔다. 같이 달린 분이 좀 놀라길래 살짝 뿌듯했다. 회복 페이스는 6:21로 달렸는데, 충분한 회복이 되지 않았는지 두 번째 러닝 페이스는 3:20으로 나왔다. 좀 더 천천히 회복해 7:09로 달렸는데, 다음 러닝 페이스는 4:00이 나왔다. 그 뒤로 회복은 7:30에 4:00으로 꾸준히 달렸다. 그런데 시계의 표시된 시간을 보고 내 fast가 4:00 페이스라고 착각했던 거였다. 사실 4:00은 회복 시간이었고, 실제로는 3:20~3:30 페이스였다. 7:30은 걷는 것보다 좀 빠르게 달리는 느낌이었는데, 다음 주에 S님과 이 페이스로 달릴 예정이어서 몸에 익혀두자고 생각하며 달렸다.

 

쿨다운은 6:30으로 달렸다. 몇몇 분들은 워크아웃 설정을 하지 않아 쿨다운을 생략했다. 나는 어차피 이번주 10km 대회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 벌충하는 느낌으로 15분을 딱 맞춰 달렸다. 오늘 처음 달리기를 하러 나온 분은, 지쳐서 쿨다운 페이스도 버거워 보였다. 작년 초의 내 모습 같았다. 작년 4월에 시작해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달렸고, 지금은 달리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이분께도 열심히 하면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달릴 수 있게 된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오늘 달리기 총 기록은 10.4km, 1:06:04 동안 달렸고, 6:20 페이스였다. 

 

트랙에서 10km를 뛰려면 25바퀴를 돌아야 한다. 지속주로 25바퀴를 6:20으로 달리는 것은 사실 몹시 지루한 일이다. 하지만 30초 빠른 달리기를 하게 되면, 4분을 7:30으로 달려도 충분한 회복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생겨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며 달리니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30초 달리기도 내 전력질주의 90% 속도라는 데 집중하니 긴장감을 가지고 달리게 된다. 또 트랙에서 달리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내 몸과 달리기 페이스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트랙 러닝을 즐기게 될 줄은 몰랐다. 신기하다.

 

연대 트랙에서 달릴 때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이 더 건강하고, 한창 때에 이렇게 달리기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럭비를 하거나, 풋살 연습을 하거나, 빠르게 내 옆을 스쳐 달리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예전에는 과거로 돌아가면 그때의 나에게 할 이야기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 당장 서강대 트랙에 가서 달리기를 시작하라고 말할 것 같다. 메모에 오리엔티어링이라는 단어도 적어줘야지.

 

주말 대회는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에 달리던 대로, 너무 죽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속도로 달리면 괜찮을 것이다. 160-170 정도의 심박수를 유지하며 숨을 몰아쉬고, 마지막 1km에서 조금 더 힘을 내면 목표 기록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6월엔 57분으로 달렸다. 이번엔  최소 54분에서 최대 52분을 목표로 잡고 있다. PB 달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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