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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2/24 실패한 숙제

나비사슴 2025. 2. 24. 22:41

오늘은 휴식의 날이다. 나만의 숙제를 하려고 두 책 중 하나를 골랐다. 2주간 산책다운 산책을 못했으므로, 피크민+산책+독서를 한 번에 달성하려는 욕심으로 불광천을 걸으며 전자책을 읽었다. 중학교 때부터 걸으며 만화책을 봐온 짬으로, 또 지하철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능력으로 책을 읽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말 안 통하는 사람과 카페에 앉아 너는 네 이야기를 해라, 나는 한 귀로 흘리마, 하는 듯했다. 내게는 제목과 글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고, 사진도 글과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글의 감성에 감탄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 같은데, 나만 소외되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나 혼자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만 같았다.

시집과 마찬가지로, 그는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어찌 보면 시와 산문이 일치하는 듯도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사랑에 내 마음은 동하지 않았다. 마치 개츠비의 행동을 사랑이라 부르는 데 동의할 수 없었던 것처럼. 어느 책 모임에서 그가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욕망했을 뿐이라 말하자, 나보고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무시하는 발언을 했던 무례한 어떤 인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사랑에 다양한 모습이 있을 것이고, 그 사랑이라는 기표에 다양한 기의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부정한 나도 어쩌면 무례했을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 감성은 내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일도 시 고르기는 무척 어려울 것 같다.

북적북적에 책을 쌓으며 ‘이걸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짧은 리뷰를 적었다. 아쉬움이 너무 남았다. 만약 산책하며 책을 읽지 않았다면, 더 곱씹으며 읽었다면 달랐을까, 하는 마음에 챗GPT가 내게 추천해 주었던 책을 마저 읽기로 했다. 이 책 역시 모두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걸으면서 읽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쓰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식주의자는 너무나 충격적이긴 했으나, 마음에는 쾅하고 와닿는 부분은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 휴식이었다. 다음 휴식엔 머리든 가슴이든 적어도 하나는 만족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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