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매미소리를 들었다. 동료가 여름이었다라고 말했다. 테일즈위버 OST를 듣다가 이게 배경음인지 실제 매미소리인지 헷갈려했던 게 벌써 작년이다. 허니와 클로버였던가, 매미는 7년간 땅 속에 묻혀있다가 밖으로 나와 여름 한철 울고 가는 게 생애주기라는 걸 처음 알았다. 동료에게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하며 슬프다고 말했는데, 슬픈가? 하는 말에 그러게 라고 수긍했다. 땅 속에 묻혀 있는게 슬플일이 뭐가 있지. 땅 속이 더 따뜻하고 포근할 수 있는데. 7년 동안 밖에 돌아다녔으면 진작에 죽었을 거라는 말에 동의했다.해야 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누리는 요즘이다. 이전에도 제한은 없었지만 요즘은 더 그렇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살고 싶..
동생에게 따로 살자고 말한 것이 1월이다. 이스탄불에 다녀온 후 2월에 동생이 살던 집에 남아 고양이들을 돌보기로 합의했다. 내가 집을 나가기로 했으므로, 회사의 직주근접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회사 근처에서 살기 좋은 동네 근처에 직방과 피터팬의 좋은 집 구하기 앱을 깔아 시세를 알아보았다. 10평 이상의 원룸 월세를 찾아봤는데, 투룸이 아닌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구정에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일부 금액을 지원받기로 약속했다. 예전에 빚을 갚기 위해 드린 돈을 돌려받는 정도의 금액이긴 했으나,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큰 힘이 되었다. 그 무렵 내 앞자리의 동료가 부지런히 부동산을 돌아다니더니 집을 구해 계약을 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발로 뛰어야 한다는데 여유가 있던 토요일에 집에서 ..
오랜만에 목적 없는 여행을 떠난다. 아니, 이번에도 목적이 있긴 하다. 친구 고양이 돌보러 가기. 이런 한가한 목적으로 이스탄불에 2주간 머무를 예정이다. 결정이 되면 빠르게 움직이는 나답게, 한 달 전 광저우를 경유해서 가는 매우 싼 값의 비행기를 예약했다. 다른 비행 편보다 많이 싸서 걱정했지만, 광저우에 도착한 지금 보니 어디론가 팔려갈 것 같진 않다.오후 4시 반 인천공항은 매우 한가로웠다. 남방항공은 온라인 체크인이 없어서 오랜만에 종이로 된 표를 받았다. 경유라 두 장의 표였다. 경유로 가는 건 오랜만이다. 오래전 중국 공항에서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었건 것을 기억해 텀블러를 면세품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미리 환전 신청한 걸 면세 구역에서 받을 수 없다는 걸 몰라 환전에는 실패했다. 별수 없..
오늘 아침부터 동생이랑 소리 높여 싸웠다. 나는 결국 같이 못살겠다고 헤어지자고 마지막 말을 던졌다.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대출을 갚기 위해 월세 조로 집에 보내던 돈이 있어, 엄마에게 전화해 대출금이 얼마나 남았냐 물으니 이제 다 갚았다 했다. 동생과 따로 살겠다 하니, 엄마가 오래도 같이 살았다며 구정에 내려와 논의해보자고 했다.몇 년 전부터 마찰이 있긴 했었다. 그래도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고, 사는 곳이 마음에 드니 참고 살자고 했다. 도저히 못 참겠다고 생각한 건, 지금에 안주하고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 걸 보고서다. 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고 미래에 더 나은 모습을 보고 싶지, 이대로 구렁텅이에 빠지고 싶지 않다.같이 사는 것만 고려해 해왔던 결정들이 있어..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평화로운 나날들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회사를 옮기고 보니 나는 출퇴근 시간을 매우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반으로 줄고 나니 책을 읽을 시간도, 영어 공부를 할 시간도, 일기를 쓸 시간도 없었다.책은 다른 사람과 만나는 모임 때문에 읽는 거라 어찌 되었든 읽어냈다. 지난 주가 아주 힘들었는데,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2권을 읽어야 하는 토요일 모임의 책 1권은 정말 안 읽혔다. 그걸 다 읽어야 화요일 책을 읽는데, 너무 안 읽혀서 2주에 걸쳐 겨우 다 읽었다. 그에 비하면 화요일 책은 그나마 나았고 6일 동안 읽어 모임 전에 다 읽어냈으며, 목요일 책은 그것보다 훨씬 잘 읽혀 이틀 안에, 심지어 모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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