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훈련이 있는 날인데, 깜박 잊고 있었다. 원래 집으로 가는 루트라면 7시 반 정도가 되어야 집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겨 와야 하므로, 9호선 급행 루트를 선택하기로 했다. 퇴근 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당산에서 가장 빠르게 내려 갈아탈 수 있는 1-1로 갔다. 다행히 겁을 먹은 것에 비해서는 꽤 지하철 내부에 여유가 있었고, 집에는 7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돌아올 때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시간이 된다면 상암에 들러서 지도도 그리려고 태블릿도 챙겨서 나왔다. 오늘 훈련은 대회 속도로 달려보기였다. 웜업으로 3킬로 정도를 달린 후, 15분을 대회 속도, 2분을 회복한 다음 한 번 더 반복, 그리고 쿨다운 2킬로로 종료. 평소 숨이 차지 않게 달리는 속..
어슐러 르 귄 시리즈를 읽고 끝날 줄 알았던 모임을 어스시 연대기로 이어가게 되었다. 어스시 연대기는 어슐러 르 귄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이다. 어떤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기도 한단다. 영화로 성공한 앞의 두 작품들에 비해, 어스시 연대기는 지브리에서 말아먹은 게드 전기를 비롯해 영상화는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인지도가 낮다고 한다. 연대기는 전체 6권인데, 68년에 1~3권을 썼고 20년 뒤에 4~6권을 썼다. 그래서 분위기가 다르지만, 아마도 필력이 더 늘었을 20년 뒤의 작품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에 어슐러 르 귄의 시리즈를 읽으며 혹독하게 단련한 우리는, 어스시 연대기의 첫 책인 ‘어스시의 마법사’를 아주 수월하게 읽었다. 심지어..
한 편에 2시간 반인 연애남매를 아직도 보고 있다. 이제 10회, 앞으로 6회가 남아있지만 중반이 넘어간 상태다. 어떤 커플은 원 앤 온리로 조금씩 호감을 키워가고, 어떤 커플은 공식 커플처럼 여겨질 정도로 굳건하고, 어떤 커플은 굳건한 줄 알았는데 삐그덕 거리고, 어떤 커플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했는데도 문자로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다. 커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받아주지 않을 짝사랑이지만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연출적으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지만 낯설고도 친밀한 이 숙소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처음엔 서로 남매인 것을 숨기고 있어 연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매가 들어오면서 누구의 혈육인지를 다 밝혔고, 나이도 모두 밝힌 상태다. 미스터리함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범죄도시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배우 무대인사를 하는 영화표가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연휴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정된 날이었다. 홍대에서 오후 4시 15분 영화였고, 집에서는 3시 반쯤 나가기로 했다. 내 생명과도 같은 보조배터리가 들어있는 외출용 패키지 파우치를 가방에 넣고, 사연이 있는 과일 무늬 우산을 들고 나섰다. 원래는 고양이 무늬 우산이었는데, 어느 식당에서 내 고양이 우산을 가져가고 과일 무늬 우산을 놔두었다. 무늬 외엔 재질이 너무 똑같긴 했다. 겉 비닐은 고양이 무늬지만, 꺼내면 과일이어서 볼 때마다 속이 상하는 우산이다. 엘리베이터에서 파우치를 열어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에 꽂았다. 집에서 나오니 비가 꽤 내리고 있었다. 고양이 무늬 ..
오늘도 산에 왔다. 친구 집에 자고 가게 된 터라 아침도 먹지 않았고, 답사할 때 필요한 모자도 미처 챙기지 못했다. P님은 점심도 챙겨오고, 코스를 수정해서 왔다. 컴퓨터가 고장났는데도 다른 분의 기기까지 빌려 오셨다. 허술한 준비물로 몸만 온 나는 매우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것이라 위안했다. 오늘은 산에 들어가기 전에 어디를 살펴볼지 미리 논의했다. 지난번 답사 후에 지도로만 보고 설정한 컨트롤에 설치 리본을 달고, 어려운 컨트롤은 각 코스에서 공격 방향과 탈출 방향으로 적절한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이어서 이전에 설치해 둔 리본이 사라지지 않았는지도 점검하기로 했다. 30개가 넘는 컨트롤이 있어서 오늘 중에 전부 다 살펴볼 수는 없을 듯해,..
각자 읽어 보고 싶은 책을 함께 읽는 모임에서 이번에 읽은 책이다. H가 쓴 네..번째 책? 인터뷰를 진행한 3명과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7명, 우울증이라는 공통 코드를 지닌 사람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책으로 엮어 나오기 전에, 먼저 유튜브로 인터뷰 영상을 본적이 있다. 언제 책이 나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책이 나왔다. 책이 나온 시기가 마침 책을 정할 때여서 친구들에게 제안했고 다들 기꺼이 읽어보자고 해서 빠르게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은 친구 중 한 명은, 하미나 작가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라는 책을 최근에 읽어서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했다. 다만 하미나 작가의 책은 여성의 사례를 모았고, 이 책은 남녀와 상관 없이 모았다는 데 차이가 있는 ..
취미는 유용하지 않은 것에 힘을 쏟는 것이라 한다. 나는 무용한 것을 사랑하고, 거기에 쏟는 시간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은 내가 돈을 버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리를 팽팽 돌아가게 만들거나 내게 가슴 벅찬 순간들을 선사할 뿐이다. 이런 기쁨 없이 살아가야 한다면, 나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내가 비록 아이돌 덕질처럼 맹렬하게 좋아하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만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든 날, 가끔 갈 곳을 잃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이 글을 보며 위로받기 위해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본다. 카우보이 비밥, 7seeds, Go 히로미 Go, 언내추럴, 브러쉬 업 라이프, 랑야방, 상견니, 아가..
오늘은 수요일마다 하는 달리기 훈련에 참가했다. 운동장 다섯 바퀴로 웜업을 하고, 가벼운 듯 가볍지 않게 드릴운동을 했다. 그 후엔 30초를 컨트롤드 된 달리기를 하고 4분을 조깅으로 회복하기를 10번 하는 인터벌 달리기를 했다. 컨트롤드 된 달리기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게 아니라, 내가 지속해서 달릴 수 있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다. 달리기 전에 컨트롤드 된 달리기의 속도는 알 수 없었지만, 회복런은 6:00~6:30으로 생각하고 달리기로 했다. 계속 시간을 생각하며 달리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므로, 시계의 운동 목표 설정 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민에서는 핸드폰에서 쉽게 설정하고 워치로 동기화시키는데, 애플 워치는 워치에서만 설정할 수 있었다. 시작 전 웜업 달리기는 자유롭게 설정해 두고, 인..
작년 11월부터 시작했던 피티가 어느덧 끝이 보인다. 처음엔 고관절이 아파 시작해서, 골반과 상체의 교정을 하며 내내 마사지만 받다가 요새는 거의 근력운동만 하게 되었다. 달리기도 3월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달린 후 골반의 통증도 없어 조금 마음을 놓았다. 얼마 전 산에 가서 미끄러지며 고관절에 자극을 주어 조금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아무렇지 않아 놀라는 중이다. 앉아있을 때 왼쪽 허리와 골반에 뭉침 현상이 있긴 하지만, 그때마다 일어나서 풀어주곤 해 일상생활에도 큰 문제는 없다. 이제 피티가 끝나면 이런 기구들을 이용한 근력 운동은 스스로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생각해보고 있다. 작년 12월 말부터 하루에 10개씩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아직은 바닥에서 정..
어느새 여권 갱신 기간이 다가와 얼마 전 신청을 했다. 빠르게 여권을 신청하려고 대충 지하철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어 제출을 했는데, 시선 처리가 잘못되었다며 재 제출해야 한단다. 이걸 위해 또 휴가를 쓰고 싶지 않았는데, 월요일에는 8시까지 운영한다고 해서 오늘 가기로 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천상 오늘 점심시간에 찍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주변 사진관의 가격대가 매우 비쌌다. 나는 큰 보정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4만 원이라고 했다.고민하다 구청 옆에 봐두었던 사진관에 퇴근 후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곳은 리터칭을 별로 안 하면 13000원으로 되어 있어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내 방보다 작은 규모의 사진관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