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이틀 연달아 취소되었다. 비가 와서 달리기 모임이 취소되고, 상대방이 정기적 모임날을 깜박해 취소됐다. 수요 달리기는 2주째 가지 못하는 거라 좀 시무룩했는데, 목요일은 좀 쉬고 싶어 잘 됐다 싶었다. 약속 취소를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영화를 보러 갔을텐데, 뒤늦게 알아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대신 수요일엔 물건을 전달할 겸 친구를 만나자고 했다가 전에 가려다 못간 양장피 맛집에 갔다. 한 사람을 더 불러 셋이서 탕수육도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들 젓가락을 손에서 놓을 줄 몰랐다. 고기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닌데, 탕수육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쉴 수 없었다. 다 먹고 나니 적당하긴 했는데, 탕수육을 중자를 시킬 걸 그랬다며 다들 아쉬워했다. 은평구에 살면서 이 가게를 모르면 안된다고 ..
아침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반차를 썼다. 점심도 퍼펙트바이트하지 못했다. 사람들에겐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 활짝 핀 목련에선 떨어진 뒤의 지저분한 모습을 상상했다. 읽지도 않을 책 두 권을 들고 다녔다. 미루던 일 중 하나를 했지만 완수하진 못했다. 퇴근을 미루다 일이 터진 걸 수습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하지 못할 뿐 아니라 듀오링고 파트너로도 지정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했다. 집에 늦게 도착해 저녁을 걸렀다.아침에 주어진 여유 시간을 숙면으로 채웠다. 자신의 강박을 굳이 따르지 않았다. 언행을 반성하고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로 했다. 목련이 지면 벚꽃이 필 차례다. 주말의 강릉이 기대된다. 책 욕심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 전체 회차의 줄거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범죄 드라마지만 긴박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인셀과 관련된 내용이다. 13살 꼬맹이가 연기를 잘한다.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총 4회로 짧긴 하지만, 정말 순식간에 보고 말았다. 원테이크 촬영이라 빠른 컷 편집이나, 시간의 순서를 뒤섞는 트릭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여 재미를 주는 드라마였다.4회는 각각 사건 발생 후 1일 뒤, 3일 뒤, 7개월 뒤, 13개월 뒤를 다룬다.1화에서는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들이 집을 급습한다. 가족들은 어리둥절하는데, 아들의 혐의는 살인이란다. 경찰이 집에 문을 부수고 들어왔지만 체포 후에는 철저..

아빠가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러 서울에 왔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온다고 들었는데, 월요일 새벽에 일찍 내려가기 위해 운전해서 오셨단다. 엄마를 통해 발을 살짝 다쳤다고 들어서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엄마가 김치 떨어졌냐고 묻더라니.오늘 아무 일정이 없다고 하자, 아빠는 스케줄을 짜보라고 했다. 아빠는 영화보길 꽤 좋아해서, 요새 뭘 상영하는지 봤다. 아빠 취향의 ‘승부’가 있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망설이는데, 아빠가 갑자기 은평한옥마을을 이야기했다. 나는솔로에 나왔던 적이 있단다. 우리 집 근처로 왔던 친구와 카페에 들르거나, 은평둘레길을 걷다가 중간에 편의점에서 쉰 적이 있던 곳이다. 북촌처럼 예전부터 있던 마을도 아니고, 그냥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한옥촌이라 무슨 ..

천안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의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동생이 이상하다고 했다. 이름이 같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천안이 멀지는 않지만, 막혀서 늦을까 봐 서둘러 갔더니 시간이 좀 남았다. 피크민 산책을 할 겸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불경을 외는 소리가 들려 홀리듯 따라가니 두 절이 마주하고 있는 신기한 풍경이 있었다. 10분 거리에 보물로 지정된 불상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커다란 바위에 옅지만, 코는 꽤 오똑하게 새겨진 천태산 마애여래입상이 있었다. 안내문을 통해 ‘마애‘는 바위에 새겼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빨간색 옷을 입은 산림 경찰이 산불 조심 안내문을 건네주었다.친구의 친구, K는 H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했다. 그동안 간간히 이름을 ..
이번 주 키워드는 ‘피곤‘이었다. 이번 주 내내 신규 입사자 교육을 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회사에선 크고 작은 일들이 자꾸 터졌다. 집에 와선 쓰러지듯 잠들고, 눈을 뜨면 곧장 출근을 했다. 수요일엔 달리기를 하러 가지 않았고, 목요일엔 예정되어 있던 약속을 취소했다. 몸이 도저히 버텨주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거의 9시부터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잠에 들기 전 J님에게 전화가 왔다. 이불 빨래를 하러 빨래방에 갔는데, 세제를 뜯지 않고 돌리는 바람에 다시 돌려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길어져 기다리다 생각나서 전화했단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 한참을 열을 올려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꽤 화가 나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화가 났지만 그걸 털어놓을 기회가 없었구나 깨달았다. 나 혼자 한참을 떠들고, J님도..
핸드폰 메인에 띄워둔 일기장 위젯으로 과거의 오늘 내가 썼던 일기를 들여다본다. 길을 걸어가다 문득 깨달은 생각, 자주 꾸는 꿈, 사소하게 기뻤던 일, 말도 안 되게 화가 났던 일 등등, 안네가 키티를 친구로 여긴 것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곤 한다. 나는 종종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을 까맣게 잊곤 해서 이 기록은 과거의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3년 전엔 슬픈 일이 있었다. 26일에 병원에 짱구의 안락사를 예약하고 전날 연차를 냈다. 마지막 순간을 오래 함께하고 싶어서다. 아픈 고양이는 2주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물도 마시지 않은지 며칠이 지났다. 몸은 뼈가 만져졌고 피부병 때문에 털이 무더기로 빠졌다. 약도 못 먹었기 때문에 8년간 짱구를 괴롭힌 구내염 증상이 심해져, 입안은 ..

책장을 털기 위해 만든 책모임의 이름은 ‘노래방‘이다. 돌아가면서 각자가 원하는 책을 골라 같이 읽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지난주에 객원 멤버로 함께했다가, 계속 노래방 마이크를 잡아보기로 한 E님이 선택했다. ‘젠더 트러블‘은 E님의 서재에 오래 머물던 책이라고 한다. 나도 제목은 들어보았으나 읽어볼 기회는 없던 책이어서, 책 선정을 반겼다. 하지만 책을 선정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E님이 책이 너무 어렵다며, 다른 책으로 바꾸자는 말을 했다. J님은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 책을 수면책으로 썼다고도 했다. 하지만 다들 조금의 엄살이 있을 거라 생각해 책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읽기를 강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직접 이 책을 펼쳤을 때,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요’라는 말을 ..
5시 알람이 울렸다. 어제 대략 짐은 싸놨고, 30분에 출발하면 된다는 생각에 느리게 움직였다. 씻고 집을 나선 게 45분, 공항철도까지 뛰어가면 시간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너무 자신을 과신했다. 지하철 하나를 놓치고, 썼던 모자를 벗어 손에 쥔 채 남은 시간을 계산해 봤다. 지하철이 서울역에 도착하면 기차 출발 시간 5분 전이라, 엘리베이터 운만 좋으면 기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운이 몹시 나빴다. 엘리베이터도 하나 놓쳤고, 사람이 내리거나 타지도 않았는데, 층별로 문이 열렸다. 열심히 뛰었지만, 기차가 코 앞에서 떠나는 걸 봐야 했다.미리 기차표를 취소했다면 취소 수수료가 3,000원쯤 했을 텐데, 기차가 떠나고 난 후라 7,000원이 넘었다. 다음 기차는 1시간 20분 뒤였..
날이 많이 따듯해졌다. 건대입구에 살던 J가 독립을 해, 지하철로 세 정거장 거리에 이사 왔다. 지도앱으로 50분, 빠르면 걸어서 40분으로 예상됐다.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그 위를 걸을 수 있던 천이 녹았고, 백로는 물살을 헤치며 조심스레 걸었다. 산수유 꽃이 노랗게 피고, 파릇파릇한 풀들이 올라와 봄빛을 더했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 땀 흘리며 뛰는 사람들, 자전거를 힘차게 굴리는 사람들이 불광천을 채웠다. 혹시 몰라 들고 온 겉옷은 진작에 벗고 따듯한 봄기운을 느끼며 파워 워킹을 했다. 12시 정각. 다들 도착해 있었다. J가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둘 테니 더 일찍도 늦게도 아닌 12시에 오라고 해서 맞춰왔다. 하지만 그 말과 달리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한 느낌이었다. 다 같이 잡채를 데우고, 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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