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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3/29 친구의 친구

나비사슴 2025. 3. 30. 09:42

천안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의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동생이 이상하다고 했다. 이름이 같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천안이 멀지는 않지만, 막혀서 늦을까 봐 서둘러 갔더니 시간이 좀 남았다. 피크민 산책을 할 겸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불경을 외는 소리가 들려 홀리듯 따라가니 두 절이 마주하고 있는 신기한 풍경이 있었다. 10분 거리에 보물로 지정된 불상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커다란 바위에 옅지만, 코는 꽤 오똑하게 새겨진 천태산 마애여래입상이 있었다. 안내문을 통해 ‘마애‘는 바위에 새겼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빨간색 옷을 입은 산림 경찰이 산불 조심 안내문을 건네주었다.


친구의 친구, K는 H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했다. 그동안 간간히 이름을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서 두 사람은 패딩을 챙겨 왔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고 햇볕도 따스했다. 그런데 밥을 먹는 동안 갑자기 눈이 왔다. 그것도 펑펑 내리는 눈이었다. 영하의 온도가 아니라 금방 녹을 것 같았지만, 꽤 많이 쏟아졌다.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로 이동하려고 보니 비처럼 내리는 눈으로 바뀌었다. 이동하면서는 우박같이 내리기도 했다. 아까 맑은 날씨에 산책한 게 거짓말 같았다. 커피집에서도 눈이 마구 쏟아졌다 해가 났다를 여러 번 반복했다.

H와 K는 초등학교 중, 4-6학년을 같은 반이었고 오래 같은 지역에서 살아 같이 공유하는 추억이 많았다. 특히 서로의 친구들을 잘 알았다. 많이 먹는 친구, 인사치레로 밥 먹자 하는 친구, 만날 것도 아니면서 매번 연락하겠다는 친구, 대학시절에 가까이 지냈으나 멀어진 친구, 친하게는 지냈지만 여행은 잘 안 맞는 친구. 나는 지역을 떠나 학교를 멀리 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학창 시절의 친구 관계를 길게 이어간 경우가 없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남의 친구 이야기다 보니 집중 못할 법도 했는데, 나중에 떠올려보니 기억이 다 나서 신기했다.

H는 대학 때도 친구들을 이어주었다고 하더니, 최근엔 나를 두 친구에게 소개해 주었다. 물론 나는 낯을 가리고 연락도 잘 안 하는 편이라, 전화번호를 나누진 않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갑게 인사하자는 말을 나누었다. 다음 주에 K도 나도 강릉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 그곳에서 만나게 되면 참 반가울 것 같다. 한 번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으니 이제 H를 통해서 소식을 전해 들으면 더 생생하게 느껴지겠지. 간간히 E의 안부가 궁금하고, 흉내 내는 말투를 들으면 재미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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