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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메인에 띄워둔 일기장 위젯으로 과거의 오늘 내가 썼던 일기를 들여다본다. 길을 걸어가다 문득 깨달은 생각, 자주 꾸는 꿈, 사소하게 기뻤던 일, 말도 안 되게 화가 났던 일 등등, 안네가 키티를 친구로 여긴 것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곤 한다. 나는 종종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을 까맣게 잊곤 해서 이 기록은 과거의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년 전엔 슬픈 일이 있었다. 26일에 병원에 짱구의 안락사를 예약하고 전날 연차를 냈다. 마지막 순간을 오래 함께하고 싶어서다. 아픈 고양이는 2주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물도 마시지 않은지 며칠이 지났다. 몸은 뼈가 만져졌고 피부병 때문에 털이 무더기로 빠졌다. 약도 못 먹었기 때문에 8년간 짱구를 괴롭힌 구내염 증상이 심해져, 입안은 침으로 가득했다. 아마 통증이 심했을 것이다.

만약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책도 읽고, 수습 키트도 사두었다. 췌장염으로 비위관을 이용해 밥을 먹일 때도 매일 언제든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두 달 후에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어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있는 동안 최대한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준비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짱구가 밥을 거부하고, 소변 실수를 하며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인 후부터 집에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차갑게 식어있는 짱구를 볼까봐 늘 두려웠다.

그때의 심정을 차분히 기록한 글을 다시 읽어본다. 눈물이 퐁퐁 떨어지지만, 예전만큼 슬프지는 않다. 그때의 내가 얼마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한동안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잊고, 잠으로 침잠했던 시기를 떠올린다. 완전히 회복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나를 짱구처럼 의지하진 않지만 철저히 집사로 대하는 두 고양이를 돌보며 애정을 표현한다. 머나먼 캘리포니아의 독수리에게도 관심을 쏟는다. 달리기를 하며 몸을 단련하고, 휴식을 하며 바디 배터리를 채우는 데 몰입해, 이젠 온갖 콘텐츠 보기를 게을리하기도 한다. 가끔 예전 사진에 뜨는 짱구의 모습을 보며 배 위에 올라오는 고양이와 온기를 그리워하지만, 그 허전함을 껴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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