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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이틀 연달아 취소되었다. 비가 와서 달리기 모임이 취소되고, 상대방이 정기적 모임날을 깜박해 취소됐다. 수요 달리기는 2주째 가지 못하는 거라 좀 시무룩했는데, 목요일은 좀 쉬고 싶어 잘 됐다 싶었다. 약속 취소를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영화를 보러 갔을텐데, 뒤늦게 알아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대신 수요일엔 물건을 전달할 겸 친구를 만나자고 했다가 전에 가려다 못간 양장피 맛집에 갔다. 한 사람을 더 불러 셋이서 탕수육도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들 젓가락을 손에서 놓을 줄 몰랐다. 고기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닌데, 탕수육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쉴 수 없었다. 다 먹고 나니 적당하긴 했는데, 탕수육을 중자를 시킬 걸 그랬다며 다들 아쉬워했다. 은평구에 살면서 이 가게를 모르면 안된다고 했다는 누군가의 리뷰에 공감하게 되었다. 칭따오 한 병만 나눠 마시고, 집까지 걸어서 왔다. 오랜만에 만보를 넘겼다.
목요일엔 골치를 앓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집으로 왔다. 누워 있다가 너무 늦기도 하고 귀찮아서 저녁을 거르려다 너무 배가 고파서 일어났다. 밥친구는 오랜만에 다큐멘터리였다. 매 달마다 다큐멘터리 한 편씩은 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두 달 동안 보지 않았다. 이번에 선택한 건 EBS의 <다큐프라임-도시예찬 1부 서울은 정말 과밀할까?> 라는 유튜브 영상이었다. 천만도시라는 이름과, 출퇴근시간에 밀리는 차와 미어터지는 지하철, 어딜 가나 주차하기 힘든 곳. 이런 이미지 때문에 서울이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과밀도시라 생각했는데, 사실 수치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을 다뤘다. 용도별로 나눠서 도시를 계획한 게 문제였는데, 예를들어 공원도 도시 자체에 녹지가 부족하진 않지만 집과 가까운 곳에 없다는 게 문제라는 식이었다. 댓글에 심시티식으로 도시를 지어 그렇다는 말에 매우 공감이 갔다.
얼마 전 5년 다이어리의 질문 중, 최근에 절정의 행복을 느낀적이 언제인가 묻는 게 있었다. 답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점심 멤버들에게도 질문을 해보았는데 다들 그런 순간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다. 20년 전으로 돌아간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행복이란걸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다들 소소하게 즐거웠던, 그러나 다른 근심 걱정을 거의하지 않았던 때를 ‘절정의 행복한 순간‘이라 정의했다.
급작스럽게 바뀐 스케줄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막 엄청나게 즐겁지는 않았지만, 급만남에 성공해 맛있는 걸 먹고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게 좋았다. 절정의 행복은 아니었지만 그 근처까지 발을 딛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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