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나는 일명 나잇살이라고 부르는, 뱃살과 함께 오는 무게의 증량을 겪고 있다.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는 BMI 수치상, 조금만 더 찌면 비만이 될 수준에 이르렀다. 인바디를 해봤을 때 체지방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입었던 옷을 못 입는 경험도 하고, 예쁜 옷이 아닌 편해지기 위한 옷을 사기도 한다. 솔직히 풍채가 좋아진 것은 그럭저럭 견딜 만 한데, 뱃살은 봐주기가 매우 힘들다. 내 눈에는 뭘 입어도 배밖에 보이지 않아 그걸 커버하기 위한 옷만 찾게 된다. 나를 아는 내 친구들은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라고 말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2017년에 상하이에 가서 마사지를 받을 때, 중국 사람에게 임신을..
2019년에 리디에서 어슐러 르 귄 걸작선 세트를 구입했다. 지금 보니 7만 원이 넘는데, 그때도 비슷한 가격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작가인지도 몰랐다.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유명한 책을 쓴 작가,라는 정도밖에 알지는 못했다. 그마저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산 것과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사두면 언젠가 읽겠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한이 없다면 틀릴 수도 있었던 그 생각은 오늘 참이 되었다. 거의 5년이 다 되어 전권을 다 읽었다. 이번에 전권을 다 읽으며 알게 된 것. 내가 몰랐던 것뿐이지, 어슐러 르 귄은 아주 대단한 작가였다. SF와 판타지를 가리지 않고 온갖 상을 다 휩쓸었고, 젊었을 때뿐 아니라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열심히 작품활동을..
어젯밤엔 순대볶음, 떡볶이, 고기파티를 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고 나서는 화로대 앞에 둘러앉아 불멍타임을 했다. 응원하고 먹고 놀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피곤했다. 뛴 건 다른 사람들인데,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지?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했는데, 내 에어매트에 구멍이 잔뜩 나서 전혀 매트로서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거의 땅바닥에서 잔 거나 마찬가지였다. 금요일 밤엔 좀 춥기까지 했고, 어젯밤엔 수건을 깔아 조금이라도 바닥의 느낌을 주려했다. 다행인 건 옷을 잘 챙겨 왔고, 침낭이 매우 따뜻해 춥지는 않았다는 거다. 8시 즈음 일어나니 이제 막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이틀 동안 씻지 않아서 재빨리 씻고 왔다. 다녀오니 짜파구리와 김치라면밥이 되어있었다. 고기도 구웠고 어제 사온 와인도..
장수트레일레이스. 작년 11월에 뛰려고 했었는데 고관절 통증으로 생으로 날려버렸던 대회. 올해도 참가는 못하고 캠핑으로 와서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20킬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4명, 38킬로를 달리는 사람은 3명이었다. 38킬로는 제한시간 10시간으로 오전 8시에 출발하고, 20킬로는 제한시간 6시간으로 오전 11시에 출발이었다. 다들 6시 즈음 일어나 밥을 먹었고, 나는 느지막이 7시 즈음 일어나 남아있는 밥을 먹었다. 8시에 출발하는 38킬로 주자들은 캠핑장 바로 옆 트랙에서 출발해 우르르 뛰는 걸 촬영할 수 있었다. 11시에 출발하는 20킬로는 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이동해서, 10시쯤 출발하는 버스 앞에서 배웅을 했다. 그들을 보내고 장수군청에서 사전투표를 한 후, ..
버스를 타고 장수로 내려가는 길. 이제 15분 정도가 지나면 도착지인 장수 종합운동장에 도착할 것이다. 이 차에는 빠르면 내일 새벽, 늦으면 오전 11시에 트레일러닝을 할 사람들이 타고 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이들을 그저 응원하러 가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버스를 타는 곳 앞에 누가 봐도 달리는 복장의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캠핑의자를 야무지게 담은 에코백과 화이트와인 한 병을 들고 있어 뭐 하는 사람인지 잠시 생각했다. 나름 정체성을 가지고자 작년에 받은 티셔츠를 안에 입었고 누군가의 배번을 받아왔는데도 그랬다. 아직 산을 20킬로나 달릴 수 있는 몸은 아니어서 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캠핑이라도 오라는 말에 두말없이 알았다 했다. 원래는 차를 몰고 가려고 했다. 퇴근하고 가려고 하니 혼자 ..
요 며칠 무척이나 일기 쓰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2023년 8월의 마지막 날에 시작해, 어느덧 200일이 넘게 쓰고 있다. 그냥 나만 보는 곳에 쓰는 일기라고 하면 고민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는 글이라 생각하니 덜 지루하게, 또 읽고서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내 일상은 매우 단조롭고, 내 생각도 역시나 단조롭다. 가끔은 내가 생각은 하며 사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곤 한다. 그래도 영 생각을 안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요즘 미래의 내가 어떻게 살까에 꽤 집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월급을 받지 않는 삶의 모습을 그려가려고 하니 매우 막막하다. 내가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은연중에는 인정하지만, 과연 이게 돈을 버는 것과 연관이..
동생이 연프를 보기 시작했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권유해서 보기 시작했다는데, 솔로지옥을 처음으로 보고 재미 들렸나 보다. 다른 연프가 뭐가 있냐 물어보기에 환승연애를 권해주었는데, 솔로지옥 같은 화끈함이 없어 초반에 우는 장면이 나오자 바로 꺼버렸다. 환승연애 제작진의 새로운 연프인 연애남매도 마찬가지로 느린 흐름의 연출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실험에 가까워 연프라는 정의에서는 좀 벗어나있는, 나는솔로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보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16기는 워낙에 파급력이 대단했어서, 그것부터 권해주었는데 처음부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일단 솔로지옥과 비교해서 봤을 때 나오는 인물들이 매우 현실적이고, 대본 느낌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게다가 돌싱 특집이었다 보니, 남녀 간에 내외하..
이번에 릴레이 달리기를 하면서 기뻤던 것중 하나는, 달리고 난 후에 허벅지 뒤 근육인 햄스트링에 근육통이 왔던 거였다. 이제까지는 달리기를 하며 허벅지를 제대로 쓰지 않았고, 그게 작년부터 나를 괴롭힌 고관절의 통증으로 이어진 원인으로 생각이 되었다. 11월부터 피티를 받으며 교정을 하고, 근육 운동을 하며 중점을 둔 건 바로 고관절을 쓰는 법을 배우는 거였다. 그리고 이번에 달리면서 그전에는 신경쓰지 못했던 고관절을 쓰려고 많이 노력했다. 오랜만에 뛰었고, 원래 뛰던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뛰었는데도 많이 힘들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전에는 운동하면서 허리를 쓰는 것과 고관절을 쓰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새는 내 고관절이 어느 위치에 있고, 그걸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
오늘은 장국영의 기일이자 만우절, 사람들이 거짓말을 해도 용서받는 날. 하지만 나에게는 그 두 가지 모두 잘 와닿지 않는 날이었다. 둘 다 인식하고 있었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의미부여. 그 전에는 만우절에 마케팅으로 온갖 장난치는 것들이 눈에 많이 보였는데, 이번엔 많이 안한건지, 아니면 나에게 노출되지 않은 것인지 조용한 느낌이었다. 만우절날 소식을 들어 거짓말이라 생각했던 장국영의 죽음도, 그 순간의 충격만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단순히 그랬었지 하는 생각만 5초 정도 했다. 일요일에 달리고난 후 콧물이 자꾸 나왔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챙겼다. 잠도 늦게 자는 바람에 늦게 일어났고,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아침밥을 챙겨 나왔다. 감기기운에 수면부족으로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최악은 아니었..
이번 달부터 뛰기 시작했지만, 아직 좀 두려운 시기. 오늘 예정되어있던 릴레이 마라톤은 응원만 가려고 했다. 대회 장소와 집이 가까워 뛰지는 못해도 구경이라도 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려했다. 하지만 연습을 하다 발목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있어 대타로 뛰게 되었다. 5키로 가까이는 뛰었지만, 6키로까지 뛰는 건 너무 오랜만이고 연습도 거의 하지 않아 아프지 않게 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릴레이 달리기는 7명이 뛰고 내 순서는 6번째였다. 응원단이 되려했던 처음의 목적처럼, 처음에는 열심히 화이팅을 외쳤다. 우리 클럽에서 두 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용병들만 모인 한 팀, 해서 모두 세 팀. 그리고 우리 팀의 M님의 중학생 아들 친구들이 참가한 팀까지 네 팀의 주자가 보일 때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