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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1 아무 것도 아닌 날

나비사슴 2024. 4. 2. 08:27

오늘은 장국영의 기일이자 만우절, 사람들이 거짓말을 해도 용서받는 날. 하지만 나에게는 그 두 가지 모두 잘 와닿지 않는 날이었다. 둘 다 인식하고 있었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의미부여. 그 전에는 만우절에 마케팅으로 온갖 장난치는 것들이 눈에 많이 보였는데, 이번엔 많이 안한건지, 아니면 나에게 노출되지 않은 것인지 조용한 느낌이었다. 만우절날 소식을 들어 거짓말이라 생각했던 장국영의 죽음도, 그 순간의 충격만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단순히 그랬었지 하는 생각만 5초 정도 했다.

일요일에 달리고난 후 콧물이 자꾸 나왔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챙겼다. 잠도 늦게 자는 바람에 늦게 일어났고,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아침밥을 챙겨 나왔다. 감기기운에 수면부족으로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최악은 아니었다. 옷을 좀 더 껴입고 나올걸 생각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그래도 이대로 놔두면 안되겠다 생각해서 오후 즈음에 코감기약 한 알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시간은 매우 빨리 흘렀고, 웬일인지 퇴근길에 사람이 별로 없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았다.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미친 졸림이 몰려왔다. 고개를 한껏 꺾어 옆 사람의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 듯도 하다. 중간중간 깰때마다 내가 목적지를 지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다행히 바로 전 역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9시 전에 잠들 준비를 마쳤다. 아니 몇년간 중에 처음일지도 몰랐다. 저녁밥도 아주 가볍게 먹고, 보일러를 켜고, 뜨거운 물을 마시고, 옷을 잔뜩 껴입고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핸드폰을 손에 들고 웹툰을 몇 편 보다가, 오늘의 피곤함을 내일까지 넘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듯한 졸림은 약기운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이제 내 몸의 한계가 와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내일 아파서 또 힘든 것은 두렵다. 일찍 잔 보람이 있게 내일 아침까지 숙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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