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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무척이나 일기 쓰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2023년 8월의 마지막 날에 시작해, 어느덧 200일이 넘게 쓰고 있다. 그냥 나만 보는 곳에 쓰는 일기라고 하면 고민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는 글이라 생각하니 덜 지루하게, 또 읽고서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내 일상은 매우 단조롭고, 내 생각도 역시나 단조롭다. 가끔은 내가 생각은 하며 사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곤 한다.

그래도 영 생각을 안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요즘 미래의 내가 어떻게 살까에 꽤 집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월급을 받지 않는 삶의 모습을 그려가려고 하니 매우 막막하다. 내가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은연중에는 인정하지만, 과연 이게 돈을 버는 것과 연관이 될까 하는 의심이 든다. 나는 돈을 버는 데 레이더가 없고, 마냥 놀거나 만족하는 데 훨씬 더 레이더가 발달해 있는 것 같다.

한동안 휴식이 부족해 집이 조금 어지러웠다. 그래도 작년부터 스스로와 해왔던 약속은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설거지는 저녁에 못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라도 했다. 매일 아침 체중을 재고, 스픽을 하고, 가끔은 팔 굽혀 펴기도 하고, 성공한 적은 별로 없지만 우아하게 출근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기쁨 중 하나는, 스픽 헌드레드 클럽에서 티셔츠를 보내준 것이다. 이제 거의 삼주가 되어가는 닭고기 샐러드 밥 계란 식단도 어설프게나마 잘 챙겨 먹고 있다. 몸무게가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 슬프지만 말이다.

듀오링고도 6주째 다이아몬드 리그에 머물고 있다. 집중적으로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을 탓하는 건 양심 불량일 거다. 그래도 스스로 위안 삼는 것은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영어를 통해, 듀오링고에서 스웨덴어와 중국어 기초를 배울 수는 있다는 거다. 치앙마이를 준비하기 위해 태국어도 배우고 싶은데 듀오링고에 없어서 좀 아쉽다. 아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 아랍어도 조금 시작해 봤다. 아직 알파벳도 다 배우지 못했지만, 언젠가 내 이름을 적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것들이 있겠지. 일기도 매일 쓰면서 늘어가는 것들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언젠가 상심증후군처럼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기초자료로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못해도 일 년은 써보자, 하고 시작한 일기이니 여기서 지치지 말자, 그런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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