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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5 장수행 버스에서

나비사슴 2024. 4. 5. 22:53

버스를 타고 장수로 내려가는 길. 이제 15분 정도가 지나면 도착지인 장수 종합운동장에 도착할 것이다. 이 차에는 빠르면 내일 새벽, 늦으면 오전 11시에 트레일러닝을 할 사람들이 타고 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이들을 그저 응원하러 가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버스를 타는 곳 앞에 누가 봐도 달리는 복장의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캠핑의자를 야무지게 담은 에코백과 화이트와인 한 병을 들고 있어 뭐 하는 사람인지 잠시 생각했다. 나름 정체성을 가지고자 작년에 받은 티셔츠를 안에 입었고 누군가의 배번을 받아왔는데도 그랬다.

아직 산을 20킬로나 달릴 수 있는 몸은 아니어서 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캠핑이라도 오라는 말에 두말없이 알았다 했다. 원래는 차를 몰고 가려고 했다. 퇴근하고 가려고 하니 혼자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또 올라올 때 같이 신나게 떠들고 오자는 말에 큰 짐들은 일찍 내려가는 차에 미리 싣고,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집까지 다시 갔다가 내려가는 것보다 시간적으로도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물론, 미리 챙기지 못한 짐이 많아 오늘도 두 손 한가득이었지만.

6개월 전 샀던 타프를 쳐보고 싶다는 생각, 오랜만에 나만의 공간인 텐트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 거의 매주? 매달?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듯한 멤버들과 또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신나게 먹고 떠들 생각. 그런 생각만으로 4시간이 걸리는 장수에 가겠다고 한 나. 내일 사람들이 뛰러 가면 뭘 할지도 생각해두지 않았는데. 오늘 낮에 줄이 너무 길어 못한 사전투표를, 내일 하려는 막연한 계획만 갖고 있다. 이 표도 나처럼, 4시간이 걸려 서울로 가려나?

그냥 흐르는 대로 온 장수이지만, 예상한, 그리고 어쩌면 뜻밖의 즐거움까지도 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차에서 내려서 캠핑장에 가면 맛있는 라면이나 끓여달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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