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응원단의 하루

장수트레일레이스. 작년 11월에 뛰려고 했었는데 고관절 통증으로 생으로 날려버렸던 대회. 올해도 참가는 못하고 캠핑으로 와서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20킬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4명, 38킬로를 달리는 사람은 3명이었다. 38킬로는 제한시간 10시간으로 오전 8시에 출발하고, 20킬로는 제한시간 6시간으로 오전 11시에 출발이었다. 다들 6시 즈음 일어나 밥을 먹었고, 나는 느지막이 7시 즈음 일어나 남아있는 밥을 먹었다. 8시에 출발하는 38킬로 주자들은 캠핑장 바로 옆 트랙에서 출발해 우르르 뛰는 걸 촬영할 수 있었다. 11시에 출발하는 20킬로는 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이동해서, 10시쯤 출발하는 버스 앞에서 배웅을 했다. 그들을 보내고 장수군청에서 사전투표를 한 후, 본격적으로 응원 모드로 들어갔다.

트레일러닝에서는 중간중간 기록칩을 이용해 CP(Check Point)에 들린 시간을 알 수 있다. 각 CP마다 컷오프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제한시간 내에 못 들어오기 때문에 더 이상 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35킬로 주자들은 베테랑들이기 때문에 제한시간 내에 못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38킬로를 달린 J언니는 입상권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들어올지, 예상 시간 내에 들어와 우리가 얼마나 기다려 맞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J언니는 5시간 정도 걸려서 1시 즈음에 완주를 했고 2위로 입상했다. 그리고 그 1시는 20킬로 주자들의 첫 컷오프 시간이었다.

20킬로 주자 중 두 사람은 트레일러닝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 걱정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경험이 많으니 다치지만 않으면 컷오프에 간당간당한 속도로 달려 완주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처음 도전해서 20킬로를 달려야 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컷 오프시간인 1시가 되기 전까지. 12시부터 계속 주자들의 이름을 검색했다. 작년에 C언니는 컷오프 30분 전에 1CP에 도착했다고 했는데, 3명이 거의 10-20분을 남겨두고 도착했다. 도착시간이 제각각인 것으로 보아 각자 달리는 듯했다. 1CP에 1시 3분에 도착해 컷오프된 K오빠는 넘어져서 조금 다쳤고, 다쳐서 같이 걷다 친구가 되었다는 부산 사나이와 물놀이도 했다고 한다. 피는 보았지만 큰 욕심부리지 않고 이송차를 타고 돌아왔다.

1CP에서 고비를 넘긴 것을 확인하고, J언니를 기다리며 맥주도 마시다가 한껏 축하해 주고, 캠핑사이트에서 기다리니 38킬로를 뛴 M오빠가 2시 반쯤 두 번째로 들어왔다. 6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내리막에서 허벅지에 쥐가 많이 나서 시간이 좀 걸렸다고 했다. 20킬로 주자 세 사람은 2CP에 컷오프 시간 30분 전에는 모두 도착해, 이제야 다들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지막 38킬로 주자인 S님은 거의 8시간이 다 되어 들어왔다. 발이 편하라고 슬리퍼를 갖다 주었고, 대회장에서 다들 막걸리를 마시고 J언니의 시상식을 기다리던 와중에 20킬로 주자 중 오늘 처음 달리는 Y님이 도착했다. 그리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 C언니가 도착했다.

그런데 C언니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뛰지만 못하는가 보다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주저앉아버렸다. 이미 1킬로 전부터 체력 소진을 했는데, 어떻게든 버텨서 온 거라 했다. 대단하기도 하고, 미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다리를 주무르고 먹을 것을 보충하고 한참 휴식을 취하니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두부김치, 육개장, 부침개와 막걸리를 먹으며 기운을 차리고 있는데 뒤늦게 찾아보니 U언니가 도착했다. 연락을 했는데 씻으러 간 상태라 받지 않았다. 다들 여차저차하며 무사히 완주를 한 셈.

원래는 다들 출발하면 책도 읽고 낮잠도 자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려 했다. 그런데 주자들마다 페이스가 각자 달라 그렇게 할 수 없는 뜻밖의 힘든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다거나, 의미가 없지 않고 이렇게 안 뛰고 응원해 줄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듯해 보람 있었다. 내년엔 선수로 뛰면서 올해와는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