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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8 어슐러 르 귄 걸작선 완주

나비사슴 2024. 4. 9. 09:22

2019년에 리디에서 어슐러 르 귄 걸작선 세트를 구입했다. 지금 보니 7만 원이 넘는데, 그때도 비슷한 가격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작가인지도 몰랐다.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유명한 책을 쓴 작가,라는 정도밖에 알지는 못했다. 그마저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산 것과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사두면 언젠가 읽겠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한이 없다면 틀릴 수도 있었던 그 생각은 오늘 참이 되었다. 거의 5년이 다 되어 전권을 다 읽었다.

이번에 전권을 다 읽으며 알게 된 것. 내가 몰랐던 것뿐이지, 어슐러 르 귄은 아주 대단한 작가였다. SF와 판타지를 가리지 않고 온갖 상을 다 휩쓸었고, 젊었을 때뿐 아니라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열심히 작품활동을 했다. 보통 SF장르에서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에 비견될만한 작가라고 하는데, 내가 읽어본 그들의 작품들에 비해 문학적 퀄리티는 압도적으로 높다고 느꼈다. 또 작품 곳곳에 성별에 구애받지 않거나 아예 반전된 성역할의 문화로 페미니즘을 작품 내에 자연스럽게 그려내 낡은 느낌이 적다고 생각했다.

어둠의 왼손은 2020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해, 나머지 5권(바람의 열두 방향, 내해의 어부,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세상의 생일, 서부 해안 연대기)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매우 고민이 되겠지만,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을 선택할 것 같다. 세상의 생일에 수록된 ‘옛음악과 여자 노예들‘도 같은 세계관이어서 후일담을 보는 것처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어슐러 르 귄의 책이 친절한 편은 아니어서, 초보자? 청소년? 에게 권할만한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너무나 만족스럽게 마무리된 어슐러 르 귄 책 읽기 모임. 물론 또 어스시 시리즈를 읽자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하나의 마무리가 된 듯 해 뿌듯함이 차오른다. 2019년에 충동적으로 책을 산 과거의 나에게 박수를 보내며, 또 책장에 쌓아놓은 다른 책들을 어떻게 해치울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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