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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7 주말이 다 갔다

나비사슴 2024. 4. 9. 08:22

어젯밤엔 순대볶음, 떡볶이, 고기파티를 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고 나서는 화로대 앞에 둘러앉아 불멍타임을 했다. 응원하고 먹고 놀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피곤했다. 뛴 건 다른 사람들인데,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지?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했는데, 내 에어매트에 구멍이 잔뜩 나서 전혀 매트로서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거의 땅바닥에서 잔 거나 마찬가지였다. 금요일 밤엔 좀 춥기까지 했고, 어젯밤엔 수건을 깔아 조금이라도 바닥의 느낌을 주려했다. 다행인 건 옷을 잘 챙겨 왔고, 침낭이 매우 따뜻해 춥지는 않았다는 거다.

8시 즈음 일어나니 이제 막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이틀 동안 씻지 않아서 재빨리 씻고 왔다. 다녀오니 짜파구리와 김치라면밥이 되어있었다. 고기도 구웠고 어제 사온 와인도 같이 마셔 아침부터 거하게 잘 먹었다. 12시 체크아웃이어서 침낭, 텐트를 접었다. 아침 이슬에 축축했었는데, 해가 나며 바짝 마른 상태로 정리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 가져간 타프는 칠 자리가 없어서 살짝 체험만 해봤다. 다음에 과연 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타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침까지 쳐놨으면 이슬도 그렇고, 정리할 때 더 분주했을 텐데 어젯밤에 미리 접어두어 수월했다.

다들 밥을 먹은 식기는 내가 설거지를 했다. 내가 미리 다 정리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들 자기의 몫을 하는데 나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구이바다 두 개 판과 사람 9명의 식기를 설거지하느라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예전에 술 마시고 설거지를 했다가, 거품을 씻지 않았던 불명예가 있어 이번에는 꼼꼼하게 씻었다. 와인을 세 잔 정도 마셨는데 조금 취한 듯도 해서 더 열심히 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멀었다. 12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5시 반 즈음 도착했다. 그래도 6시 넘어서 도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빨리 도착했다. 숙취에 머리가 아파 잠자느라 생각보다 수다를 많이 떨지 못했지만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가는 편안함이 좋았다. 점점 더 편안함을 선호하게 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미래의 내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아마 그 미래엔 이 사람들도 같이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때까지 건강하게, 그리고 또 즐겁게 잘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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