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추리반이 2년 만에 새로 돌아왔다. 사실 정종연 PD가 TVN을 떠나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공동 연출을 했던 임수정 PD가 메인을 맡아 이번 시즌을 시작한 듯싶었다. 사실 환승연애는 연출진이 많이 달라 욕을 많이 먹었다. 정해진 콘셉트 외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듯했다. 물론 티빙 입장에선 욕을 먹어도 화제성은 꽤 가져갔으므로, 환승연애 4를 제작할 듯했지만. 여고추리반은 그래도 만들어봤던 사람들이 만드니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가지 않을까 싶었다. 4편까지 본 결과는 얼추 비슷한 느낌. 지구오락실도 그렇지만, 이렇게 여성출연자들만 있는 예능은 귀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처음엔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가,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연을 맺어 친해지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약하다 돌아와 다시 만나..
요새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본방사수하고 있다. OTT시대에 드라마가 언제 방영되는지 알고 보는 경우가 몇 되겠는가. 드라마 방영시간은 월화 8시 50분, 직장인에게는 미움받는 월요일이지만 요즘에는 주말이 빨리 지나가기를 목빠지게 기다린다.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이 OTT의 묘미건만, 굳이 시간을 기다려가며 보는 것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다. 내가 자주 가서 정보를 수집하는 커뮤니티의 드라마방은 요새 선업튀 글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불판도 거의 2000개의 댓글이 달린다. 처음에 4화까지 보고 괜찮다 생각했는데, 점점 시간이 흘러 이제 12화까지 오면서는 굉장히 몰입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받은 인상은 상견니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약간 변..
어슐러 르 귄 시리즈를 읽고 끝날 줄 알았던 모임을 어스시 연대기로 이어가게 되었다. 어스시 연대기는 어슐러 르 귄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이다. 어떤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기도 한단다. 영화로 성공한 앞의 두 작품들에 비해, 어스시 연대기는 지브리에서 말아먹은 게드 전기를 비롯해 영상화는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인지도가 낮다고 한다. 연대기는 전체 6권인데, 68년에 1~3권을 썼고 20년 뒤에 4~6권을 썼다. 그래서 분위기가 다르지만, 아마도 필력이 더 늘었을 20년 뒤의 작품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에 어슐러 르 귄의 시리즈를 읽으며 혹독하게 단련한 우리는, 어스시 연대기의 첫 책인 ‘어스시의 마법사’를 아주 수월하게 읽었다. 심지어..
한 편에 2시간 반인 연애남매를 아직도 보고 있다. 이제 10회, 앞으로 6회가 남아있지만 중반이 넘어간 상태다. 어떤 커플은 원 앤 온리로 조금씩 호감을 키워가고, 어떤 커플은 공식 커플처럼 여겨질 정도로 굳건하고, 어떤 커플은 굳건한 줄 알았는데 삐그덕 거리고, 어떤 커플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했는데도 문자로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다. 커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받아주지 않을 짝사랑이지만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연출적으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지만 낯설고도 친밀한 이 숙소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처음엔 서로 남매인 것을 숨기고 있어 연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매가 들어오면서 누구의 혈육인지를 다 밝혔고, 나이도 모두 밝힌 상태다. 미스터리함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각자 읽어 보고 싶은 책을 함께 읽는 모임에서 이번에 읽은 책이다. H가 쓴 네..번째 책? 인터뷰를 진행한 3명과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7명, 우울증이라는 공통 코드를 지닌 사람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책으로 엮어 나오기 전에, 먼저 유튜브로 인터뷰 영상을 본적이 있다. 언제 책이 나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책이 나왔다. 책이 나온 시기가 마침 책을 정할 때여서 친구들에게 제안했고 다들 기꺼이 읽어보자고 해서 빠르게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은 친구 중 한 명은, 하미나 작가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라는 책을 최근에 읽어서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했다. 다만 하미나 작가의 책은 여성의 사례를 모았고, 이 책은 남녀와 상관 없이 모았다는 데 차이가 있는 ..
언제나처럼, 이태원에서 밥을 먹은 대학동기 생일 모임. 다들 바쁘다 보니 3명의 생일을 한꺼번에 축하하는 자리로 모였다. 브런치를 맛있게 먹고, 지난번에 갔던 카페를 또 운명처럼 들렸다. 어제 너무 힘들었던 터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날씨가 좋았고 우리가 오래 함께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화를 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이제 헤어지려고 하는데, J가 근처 리움에 들른다고 했다. 최근에 미술관에 다녀온 지도 오래되었고 해서 나도 같이 가자고 나섰다. 스웜을 찍어보니 거의 12년 전에 아니쉬 카푸어전을 본 게 마지막 방문이었다. 이번에 하는 기획전은 필립 파레 노란 현대미술작가라고 했다. 어떤 기본 지식도 없이 그냥 무작정 가보겠다고 했는데, 전시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좀 놀랐다. 리움..
드디어 선재 업고 튀어를 시작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의 강한 추천이 있었던 드라마. 최애를 살리기 위해 타임슬립을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웹소설 원작에 또 타임슬립? 또 덕후? 이런 느낌이 있긴 하지만 반응이 심상치 않아 빨리 봐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김혜윤이야 스카이캐슬의 예서부터 인정받았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갈 수 있음을 증명해서 믿고 볼 수 있었다. 다만, 변우석은 청춘기록에서 봤을 때 매우 어색했고, 그 뒤에 인기를 끌었던 힘쎈여자 강남순의 류시오를 보지 못해 약간 못 미더운 상태였다. 하지만 작가가 각색을 하며 변우석을 수영선수로 설정한 게, 피지컬적으로 너무나 잘 어울려 감탄했다. 그냥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하는 것보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가..
2019년에 리디에서 어슐러 르 귄 걸작선 세트를 구입했다. 지금 보니 7만 원이 넘는데, 그때도 비슷한 가격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작가인지도 몰랐다.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유명한 책을 쓴 작가,라는 정도밖에 알지는 못했다. 그마저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산 것과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사두면 언젠가 읽겠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한이 없다면 틀릴 수도 있었던 그 생각은 오늘 참이 되었다. 거의 5년이 다 되어 전권을 다 읽었다. 이번에 전권을 다 읽으며 알게 된 것. 내가 몰랐던 것뿐이지, 어슐러 르 귄은 아주 대단한 작가였다. SF와 판타지를 가리지 않고 온갖 상을 다 휩쓸었고, 젊었을 때뿐 아니라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열심히 작품활동을..
동생이 연프를 보기 시작했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권유해서 보기 시작했다는데, 솔로지옥을 처음으로 보고 재미 들렸나 보다. 다른 연프가 뭐가 있냐 물어보기에 환승연애를 권해주었는데, 솔로지옥 같은 화끈함이 없어 초반에 우는 장면이 나오자 바로 꺼버렸다. 환승연애 제작진의 새로운 연프인 연애남매도 마찬가지로 느린 흐름의 연출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실험에 가까워 연프라는 정의에서는 좀 벗어나있는, 나는솔로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보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16기는 워낙에 파급력이 대단했어서, 그것부터 권해주었는데 처음부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일단 솔로지옥과 비교해서 봤을 때 나오는 인물들이 매우 현실적이고, 대본 느낌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게다가 돌싱 특집이었다 보니, 남녀 간에 내외하..
스포일러 주의!먼 미래에 죽음이 극복된 세계, 그렇지만 출산은 계속된다. 늘어나는 인구를 모두 부양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중 일정 비율의 사람들은 현재처럼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수확자 세계에서는 썬더헤드라는 인공지능이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지만, 죽음 시스템만은 인간에게 일임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직업으로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 길을 선택할까? 수확자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여러 수확자 중 대표격인 패러데이, 고다드, 퀴리 중 어떤 수확자에게 내 목숨을 맡기고 싶은가?일단 그 세계에 수확자가 아닌 일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수확되지 않고 죽는 경우에는 몇 번이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는 세계. 아픈 몸 걱정도 없고, 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