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슐러 르 귄 모임에서 한강의 대표작 세 권을 다 읽고 난 뒤, 다음 읽을 시리즈로 스티븐 킹을 정했다. 리디에서 스티븐 킹 걸작선을 할인 판매할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매했기 때문에, 이 모임에서 다음 책을 정할 때 읽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의지를 표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인데도 정작 읽어본 소설이 한 권도 없었고, 수없이 영화화된 작품 중에도 내가 본 건 쇼생크 탈출뿐이었다는 점이 컸다. 신기하게도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이 모임의 친구들 대부분이 스티븐 킹을 읽어본 적이 없어, 손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다만, 나처럼 시리즈를 산 사람이 많지 않았으므로 먼저 스티븐 킹의 데뷔작인 캐리를 읽어보고, 전권을 읽을지 선별적으로 읽을지 정해보자고 제안했다.인물의 입체감, 섬세한 심리 묘사, 눈앞에 장면이 그..

가톨릭 종교 지도자가 어떻게 선출되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다큐멘터리같기도 하고, 표를 얻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정치극 같기도 하고,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증거를 찾는 탐정 영화 같기도 한,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빨강과 흰색의 조화, 펜의 사각거림과 숨소리, 강조되는 손의 힘줄 같은 디테일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주 세련된 영화이기도 했다.누가 누구인지 친절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영화도 아니거니와, 초반에 살짝 졸아 흐름을 놓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이름을 익히게 하고,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길을 잃지 않도록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후반에는 매우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만약 OTT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초반부터 집중해서 한 번 더 보고 ..

⚠️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오랫동안 구독해 온 웨이브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날, 스즈메의 문단속을 봤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2007년 극장에서 초속 5센티미터를 처음 봤고, 너의 이름은은 2016년에 덕후들과 같이 GV도 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이전엔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혼자 작업한다는 데 주목했는데, 최근엔 재난 3부작이라 불리는 큰 스케일의 영화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애니메이션의 화려함이나 만듦새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아쉬웠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는 예전부터 스토리텔링이 약점이라는 평가가 있어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의 독창성은 있어왔는데, 이번엔 유난히 다른 애니메이션의 짜깁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흐르는 어떤 장면은 카우보이 비밥..

⚠️ 전체 회차의 줄거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범죄 드라마지만 긴박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인셀과 관련된 내용이다. 13살 꼬맹이가 연기를 잘한다.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총 4회로 짧긴 하지만, 정말 순식간에 보고 말았다. 원테이크 촬영이라 빠른 컷 편집이나, 시간의 순서를 뒤섞는 트릭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여 재미를 주는 드라마였다.4회는 각각 사건 발생 후 1일 뒤, 3일 뒤, 7개월 뒤, 13개월 뒤를 다룬다.1화에서는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들이 집을 급습한다. 가족들은 어리둥절하는데, 아들의 혐의는 살인이란다. 경찰이 집에 문을 부수고 들어왔지만 체포 후에는 철저..

책장을 털기 위해 만든 책모임의 이름은 ‘노래방‘이다. 돌아가면서 각자가 원하는 책을 골라 같이 읽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지난주에 객원 멤버로 함께했다가, 계속 노래방 마이크를 잡아보기로 한 E님이 선택했다. ‘젠더 트러블‘은 E님의 서재에 오래 머물던 책이라고 한다. 나도 제목은 들어보았으나 읽어볼 기회는 없던 책이어서, 책 선정을 반겼다. 하지만 책을 선정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E님이 책이 너무 어렵다며, 다른 책으로 바꾸자는 말을 했다. J님은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 책을 수면책으로 썼다고도 했다. 하지만 다들 조금의 엄살이 있을 거라 생각해 책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읽기를 강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직접 이 책을 펼쳤을 때,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요’라는 말을 ..
미키7을 함께 읽은 SF모임 멤버들과 함께 미키17을 봤다. 설국열차와 옥자를 섞은 느낌이라는 평에 공감했다. 영화가 어땠냐는 친구의 물음에 ‘평타’라 답했다. 책을 꽤 오래전에 읽어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니 책의 컨셉을 잘 따라가서 확장한 영화이긴 했다. 책보다는 결말이 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봉준호 영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제목이 7에서 17 바뀐 이유도 설득력있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검색할 때 책과 영화를 구분하기 위해서, 라면 납득하겠다. 감독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도 4DX 매니아로서 말할 수 있는데, 움직임과 효과는 이제까지 본 영화중에 제일 괜찮았다.영화를 다 보고 ..

안 그런 때가 드문 것 같지만, 한주 내내 거의 쉬지 못했다. 지난주 주말에 토일 모두 일정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윗입술도 조금 부르터서 몸이 좀 축났나 생각도 했다. 감기와 독감이 유행이라는데, 거기에 걸리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아빠 말대로 많이 싸돌아 다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꾸준한 달리기로 몸의 면역력이 좋아져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감기는 걸리지 않았지만 지친 몸의 회복을 위해 아무 일정도 없는 오늘은 집에서 내내 쉬기로 했다. 미뤄둔 드라마를 봐야지 생각했는데, 동생이 중간에 깨워 점심을 먹은 것을 제외하면 오후 5시가 넘도록 거의 잠만 잤다. 해가 진 이후부터 정신을 차리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앞부분은 감탄하며 보다가, 좀 답답한 부..

한강 책 읽기 두 번째 모임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보다, 조금 더 문학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읽으며 문학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에 많이 헷갈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의 경하와 인선의 대화도, 어디서부터가 환상 혹은 꿈일지, 실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이 좋았다. 시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고, 오히려 잘 읽지 않는 편인데 한강의 문장은 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표현이 너무나 아름답고 적확해서, 작가가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풍경이 눈앞에 생생히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몰입도도 가장 높았다. 문학적인 완성도와 별개로,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
올해 마지막으로 수요일마다 연대 트랙에서 뛰는 달리기 모임에 다녀왔다. 정산을 해보니 올해 4월에 시작해 총 24번을 참석했다. 1년을 52주 정도로 보면 약 반 정도는 참석한 셈이다. 처음엔 고관절이 회복되고 나서 슬슬 뛰어볼까 싶어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고 꾸준히 무언가를 해낸다는 성취감도 있어 되도록이면 시간을 빼놓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요일엔 주로 인터벌을 하고, 웜업과 쿨다운까지 다 뛰고 나면 10km 정도가 된다. 계속 이렇게 뛰다 보니 이제 5km 뛰는 것은 쉽게 느껴진다. 10km를 편하게 뛰려면, 20km를 뛰면 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셈.. 이렇게 달리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민도 사게 되었고, 가민으로 바디 배터리를 체크하면서 조금 더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
두 개의 책 모임이 있었다. 하나는 오래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에이징 솔로'였다. 에이징 솔로는 인터뷰 모음집이었는데, 표지를 보고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건조한 책이었다. 표지는 에세이 같았는데 내용은 사회과학책과 같은 구성이었다.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더 있다는데, 이 책이 더 흥한 이유는 나이 들어서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에이징 솔로'라는 정체성으로 정의한 게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느낌의 책을 기대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몇 가지 공감 가는 부분과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은 있었다. 먼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1인 가구가 33.4%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 29.3%보다 많다는 것이다. 또한 미혼율과 비혼에 대한 동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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