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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하는 건 아마도 J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알던 사람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세심하고 다정한 친구였다. 별것 아닌 이야기로 웃고 떠들었다. 밤늦게 산책을 하며 집 주위를 빙글빙글 돌거나, 내 방에서 누워 뒹굴거리며 이야기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J와 만나게 되었을 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통화하는 게 즐거워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습관처럼 술만 마시면 전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특히 어떤 고민이 있을 땐 전화가 정말 길어졌다. 어떤 때는 술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서 전화를 해 걱정을 끼치기도 했다. 물론 싱글이 아닌 친구에게는 할 수 없었다. 점점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며, 길게 전화할 수 있는 친구가 점점 줄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연락 안 하면서, 술만 마시면 전화하는 게 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참을 때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온라인으로 하는 책 모임은 길게 하는 전화통화와 비슷해서 내게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온라인 모임을 하면 얼굴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던데, 나는 목소리로 충분했다. 물론, 목소리가 가끔 겹치는 문제가 있지만,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거나 빨래를 개는 등 집안일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다행히 다들 그런 모임의 형태도 편하게 받아들여서, 오래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길게 통화하는 게 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어쩌다 보니 최근에 나는 두 번이나 긴 통화를 했다. 다음날 만나기로 해놓고 3시간 넘게 통화한 건, 나도 좀 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이야기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2-3시간 동안 한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단지 지금 당장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화라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친구를 대면해 세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건 보고 싶다와 다른 감정과 욕구다. 이야기를 나누며 채워지는 마음이 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서로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있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 아직도 내게 그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고, 나도 언제든 전화해도 되는 친구로 여겨져 따뜻함을 줄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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