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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원래 S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비워둔 하루. 하지만 결국 불발되었고 12시부터 시간이 쭉 비었다. 이번 여행은 힘들지 않게 다니려고 생각해 김포에서 10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그 덕에 비용이 좀 오른 걸 생각하면 조금 더 일찍 출발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렌트를 늦게 하는 바람에 이것도 일종의 지각 비용이 들었다. 할 수 없지. 예전에 찜해둔 공항 근처 물회집에 갔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한치 물회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전복 물회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다음에 한치를 먹으러 올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피크민이나 할 겸 등대로 갔다. 그리고 첫 예절샷. 이게 맞나 고민하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찼지만, 비가 올 거란 생각을 못해 차에 우산을 두고 내렸다. 왠지 금방 지나갈 비 같아 천천히 걷다 보니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졌다. 한강 다리에 밀크티로 유명한 카페를 간 적이 있다. 제주에 ‘종점’이라는 지점명으로 카페가 있어 들렀다. 귤피를 우려 마시는 밀크티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책이 몰입이 되지 않았던 탓인지 네시 반 정도에 갑자기 숙소 근처를 검색하다 국립제주박물관을 발견해 이동했다. 예전엔 박물관이 흥미롭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의 역사를 다룬 곳으로 언제부터 제주가 이 한반도에 속한 지역이 되었는지, 왜 고립된 문화를 갖게 되었는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언젠가 제주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어보고 싶다. 저녁 식사는 9시에 할 예정이었다. 숙소 근처에 예전에 찜해둔 프랑스 요릿집이 있었는데, 제주에 함께 온 친구 2명과 같이 먹기로 했다. 시간이 되기 전까지 숙소의 라운지에서 책을 마저 다 읽었다. 음식은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가격이 좀 있어서 포기한 오렌지 와인을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다.




일요일
공항에 일찍 도착하는 C언니를 픽업하러 공항에 갔다. 대회 장소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전날 술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며 탄 택시의 기사님이 추천해 준 각재기국을 아침으로 함께 먹기로 했다. 배추가 잔뜩 들어간 맑은 전갱이국인데, 해장국으로 딱이었다. 출발 시간은 11시 반이었다. 아침을 먹을 때 비가 꽤 왔는데, 출발할 때가 되니 바닥에 비 흔적이 남지 않을 만큼 해가 쨍쨍했다. 그동안 오래 달리지 못했지만, 경기 중에는 한껏 최선을 다했다. 지도를 제대로 읽지 않고, 기호를 잘 숙지하지 못한 탓에 2위를 했다. 하지만 더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달려 후회 따윈 없었다. 도착 후 30분 넘게 물을 한껏 마시고 그늘에서 쉬면서 더위를 식혔다. 너무 맛있어서 고기 대신 콩국수를 파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여름에도 차가운 물이 있어 아이싱 하기 좋다는 샛도리물을 들렀다. 과연 1분도 버티기 힘들 만큼 차가운 물이었는데,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노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했다. 우리는 이제는 문을 닫은 해수욕장의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겼다. 간혹 비가 쏟아졌지만 이미 다 젖은 터라 상관이 없었다. 바다에서 나와 서핑샵의 샤워실에서 씻고 나오니 매우 개운했다. J가 예약을 도와준 숙소에 도착해 50% 할인을 받아 맥주를 마셨다. 술기운으로 어두운 광치기해변을 다녀왔다.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러 나갔다. 어젯밤 가는 길을 봐두었던 게 헛되지 않았다. 구름은 많았지만 그래도 꽤 일출다운 일출을 보았다. 광치기해변 바로 옆의 해녀의 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은 이직 후 첫 리모트 근무다. 노트북을 테이블 정중앙에 두고 IP 허용 요청을 한 뒤, 9시 반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월요일에 일이 많을 것이 예상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듀얼 모니터가 아니었던 것도 일이 더뎠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일도 많았고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아 간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한창 일하던 도중 비가 많이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 7시가 되어 겨우 업무를 마쳤다. 원래는 다른 곳으로 가려다 결국은 하루 더 머물기로 한 S님과 돌문어볶음을 먹고, 근처에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 문을 닫는 10시까지 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화요일
일요일부터 빵 타령을 하는 C언니를 데리고 아침부터 베이커리 카페에 다녀왔다. 빵보다는 자리값을 하는 곳이었다. 숙소에서 시간이 남아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체크아웃 11시가 넘어 나왔다. 이틀 동안 나무 아래 차를 댔더니 새똥이 잔뜩 묻어 있었다. 물티슈로 좀처럼 닦이지 않아 속상했는데, 오후에 비 예보가 있으니 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성산 근처이니 섭지코지를 가보기로 했다. 10년 전에 오고 처음인데, 멋진 풍경은 그대로였으나 모든 건물이 관리되지 않고 다 낡아서 조금 슬펐다. C언니는 바다가 질린다며, 숲으로 가자고 했다. 이번엔 내가 몸을 많이 움직일 생각이 없었으므로, 찬찬히 산책할 수 있는 비밀의 숲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도중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고, 차를 주차하고서도 비가 와 우리는 비가 조금 잦아들 때까지 드라마 한 편을 보기로 했다. 빗소리가 들리는 차 안에 있으니 꽤 아늑해 왜 차에서 데이트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비가 좀 잦아들어 숲을 한 바퀴 도는데, 또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했다. 차에 묻은 새똥은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비가 오니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3일 연속 같은 곳에 있기 싫다며 C언니가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예약해 두었던 숙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점심 대신 터키식 디저트 카이막과 카트메르가 유명한 카페에 들르기로 했다. 가는 도중 와이퍼가 가장 빠르게 움직여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왔다. 도로에 물이 고여있어 차가 지나갈 때마다 마치 어트랙션을 타는 듯 물이 양쪽으로 흩어졌다. 카페에 도착하니 비가 좀 그쳤다. 카이막보다는 카트메르가 더 맛이 흥미로웠다. 또 숙소로 가는 도중 비가 오면 폭포를 만날 수 있다는 엉또 폭포를 들렀다.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도 아쉽게 이번에는 허탕이었다. 가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고등어횟집으로 갔다. 원래 가려던 곳은 문을 닫아 그 근처에 있는 고등어회 양대 산맥 다른 맛집으로 갔다. 맛은 있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 고등어탕은 좀 남겼다. 숙소에는 아주 캄캄해져 도착했는데, 오늘 별 거 안 했는데도 피곤해서 사온 막걸리를 마시지도 못하고 잠들었다.





수요일
어제까지만 해도 날이 굉장히 습하고 더웠는데, 오늘 아침에 산책을 나오니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졌다. 숙소는 송악산과 산방산 중간쯤에 있었는데, 다른 건물도 없고 중간에 오름도 없이 탁 트인 시야를 보장하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 매우 기분이 좋았다. 전복죽을 조식으로 먹고 C언니가 일하는 동안, 나는 2층 테라스의 그늘에 앉아 체크아웃 시간 전까지 여유를 즐겼다. 아침 산책 때는 산방산이 구름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해가 뜨면서 모자가 엔젤링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C언니가 커피 타령을 했는데, 찜해둔 카페를 가던 중에 떡집에 들렀다. 주차한 차를 빼면서 봉에 차를 긁었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타일렀지만 좀처럼 속상함이 가시진 않았다. 게다가 원래 들르려 했던 카페의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바다가 멋지게 보이는 카페였다. 처음엔 조용했는데, 갑자기 버스 두 대가 오더니 아주 시끌시끌했다. C언니는 일을 해야 했고, 나는 책을 읽어야 해서 자리는 옮기지 않았다. 밝은 대낮에, 아주 멋진 풍경에서 공포소설을 읽다 보니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다. 점심은 송악산 근처의 해물라면집에 가기로 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는 거의 먹은 셈이라 동의하며 별 기대 없이 갔는데, 같이 시킨 전복치즈밥이 너무 맛있어서 좀 놀랐다. 어제는 비가 그렇게 왔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아 풍경을 보기에 딱이었다. 예전에 송악산을 가본 우리는, 송악산에 올라가기 전 산방산이 잘 보이는 위치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풍경을 즐겼다. 10년 전에 왔을 때도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산방산이 참 좋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느낌을 받아 다음에도 또 오고 싶었다. 나는 정자에 누워 계속 책을 읽었다. 전자책으로 1000페이지 책인데 400페이지까지 겨우 읽었다. C언니가 가보고 싶은 장소들이 있다고 해서, 차 반납 시간을 고려해 4시에 자리를 떴다. 중산간의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이타미준의 방주 교회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차 반납 시간과 수하물을 부치는 시간이 잘 맞지 않아 고민하다, 우리는 저녁을 떡과 막걸리로 대신하기로 했다. 공항 라운지에 얼음컵을 사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하며 하늘이 캄캄해질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매번 P라고 하면서도 여행 갈 땐 미리 가볼 곳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정말 아무 계획 없이 움직이는 여행이었다. 이렇게 여행에서 여유를 즐겨본 게 언제일까 생각해 보니, 10년 전 제주 이후 처음이었다. 어쩌다 보니 10년 전에 갔던 곳의 기억을 더듬게 되었는데, 여전한 부분과 많이 달라진 부분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최근에는 같이 다니는 여행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첫날의 기억을 떠올리니 제주라면 혼자도 다닐만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또, 이렇게 아무 계획 없이 제주를 즐기러 와야지.
다시 갈 의향이 있는 추천 장소
도두 해녀의 집 : 물회 맛집
공항 근처의 식당. 전복 물회를 먹었고 맛있어서, 점심 일찍 품절되는 한치 물회도 먹어보고 싶어졌다. 다른 메뉴는 안먹어봤는데, 여럿이서 가면 전복죽이랑 전복성게미역국도 먹어보고 싶다.
도두해녀의집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특별자치도, 도두항길 16
4.1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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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부이부이 : 내추럴 와인 전문 프랑스 식당
가격 때문에 오렌지 와인을 마셔보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일요일-월요일에 쉬기 때문에 토요일에 제주시 근처에 묵을 때만 갈 수 있다. 다른 메뉴도 맛있지만 디저트가 참 맛있었다. 인기가 많으므로 캐치테이블 예약 필요.
Le boui boui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특별자치도, 건입동 사라봉7길 32 KR
4.4 ⭐ · 프랑스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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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레코드 : 음악 감상 카페
성산 근처 분위기 있는 레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 물론, 서울에서도 들을 수 있긴 하겠지만 낮에는 성산일출봉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더 좋을 것 같다.
월간레코드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30 2 층
5.0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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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펜션 : 산방산이 보이는 숙소
사장님이 친절하다. 조식으로 나오는 전복죽도 좋고, 연박하면 다른 메뉴도 주신다고 한다.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아주 조용하고, 산방산이 보여 제주를 즐기기에 아주 좋다.
제주 보름펜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와우로 64
4.9 ⭐ · 서귀포시의 숙박 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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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 : 브런치도 먹을 수 있는 커피 바
마지막 날에 짧게 앉았다 나온 게 아쉬운, 분위기 좋은 카페다. 바 자리에 앉아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풍경으로 커피를 마시니 참 좋았다. 근처에 숙소를 잡고 와인과 요리도 먹어보고 싶었다.
위이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특별자치도, 안덕면 동광리 5-34 1층
4.3 ⭐ · 서양음식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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