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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3/8 오렌지런 10km

나비사슴 2025. 3. 10. 16:05

야심 차게 챗GPT를 이용해 훈련 프로그램을 짰지만, 세상 일이 다 그렇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겸손한 마음을 담아, 훈련을 소홀히 했지만, 그래도 52~54분으로 달릴 수 있는지 챗GPT에게 물어봤다. 안된다고 할리가 없었다. 각 구간별 목표 페이스를 설정해 주었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고 달리다가, 점점 속도를 올리는 전략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워크아웃에 구간마다 목표 페이스를 저장했다.
 

구간페이스 목표전략
1~2km5:25~5:30/km몸 풀기 & 오버페이스 방지
3~5km5:15~5:20/km안정적인 페이스 유지
7~8km5:10~5:15/km컨디션에 따라 페이스 업 가능
9km5:05~5:15/km마무리 스퍼트 준비
10km4:55~5:10/km남은 힘을 최대한 사용!

 
마지막으로 뛴 10km 대회가 6월 16일이었다. 처음에 1km를 오버 페이스(4:56)로 달리다가 마지막에 힘이 떨어져 6분대로 달렸던 기억이 났다. 매번 밤에만 달리다가 낮에 달리니 낯선 더위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7-8월의 엄청난 더위에서도 10km를 달렸고, 12-1월의 얼듯한 추위에도 달리며 어떤 온도에서도 달릴 수 있는 몸이 되었다. 또, 어느 정도로 몸을 썼을 때 원하는 페이스대로 달릴 수 있는지를 전보다는 잘 알게 되었다는 게, 그전과 오늘의 가장 다른 점이라 하겠다.
 
1~2km는 천천히 잘 달렸다. 시작하기 전 웜업을 하고 달려야 했지만, 미숙한 운영 때문에 물품 보관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바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1~2km가 사실상 웜업이었다.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지만, 손이 제법 시려서 장갑을 끼고 달렸다. 많이 달려보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뛰다가 더워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5:25~5:30 페이스를 설정하고 뛰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 5:16으로 달렸다. 시계가 너무 빠르다고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달릴만해서 무시했다.
 
3~5km는 속도를 조금 올려 달렸다. 이미 1~2km에서 조금 빠르게 달린 터라 페이스를 올리다보니 초반에 좀 빠르게 달렸다. 5:09 → 5:08 → 5:14 → 5:17로 속도가 떨어지긴 했어도, 5:15~5:20로 원래 설정해둔 범위 내에서 달렸다. 달리기 그룹을 나누긴 했지만 신청순이라 속도별 그룹이 아닌 탓에 길을 막는 사람이 많았다. 주로에서 운영하는 사람들도 미숙해서 응원만 할 줄 알지, 주로 관리를 하지는 못했다. 달리는 사람끼리도 그렇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불만이 많았다. 나는 그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나아갔다. 경주 벚꽃 마라톤은 주로가 넓어 추월하며 달리기 좋았는데, 한강은 주로가 좁고 사람이 너무 많아 쉽진 않았다.
 
6~7km는 힘들어지는 구간이었다. 달리는 중간에 몇 km 정도 남았는지 숫자를 보는데, 6km에서 7km로 넘어가는 구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시계도 많이 봤다. 5:10~5:15로 설정하고 달렸는데, 6km는 5:10 → 7km는 5:16로 달렸다. 속도가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나를 추월해 가는 몇몇 사람들이 있어 조금 조바심도 났다. 해를 보고 달리는 구간이라 그런가도 싶었다. 그나마 쌀쌀한 날씨라서 다행이었지, 6월처럼 더운 때였으면 마찬가지로 영향을 더 받았을 것 같다. 그래도 죽을 것 같지는 않아 나머지 3km가 남은 것이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8km 구간도 힘들었다. 조금 오르막이라 힘든가 싶기도 했다. 5:17로 속도가 떨어졌다. 스퍼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속도가 떨어지니 당황 스러웠다. 힘을 내서 속도를 올리니 허벅지에 부하가 올라왔다. 속도를 올릴 때의 몸의 변화를 알아채는 건, 스스로 내 몸의 상태를 관찰할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1km를 앞두고서는 힘을 아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힘차게 달렸다. 처음에 생각한 만큼 속도를 올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빠른 5:11로 달렸다. 하지만 워크아웃에서 설정한 속도보다 느렸기 때문에 가민 시계가 매우 시끄러운 채로 달리기를 마쳤다.
 
챗GPT가 설정한 페이스보다 약간 느려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체 기록을 보니 딱 51:59 였다. 심박이 176~184 bpm이었다. 최선을 다해 달렸고, 나름의 목표도 달성했다. 달리기 전에 공표한 목표 시간 안에 딱 맞게 들어와 기분이 좋았다. 만약 50분을 목표로 잡았다면, 몸도 훨씬 힘들었을 테고, 별것 아니라 넘기려 해도 결국 좌절감을 느꼈을 거다. 나의 한계를 알고,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줄 알았던 과거의 내가 오늘 가장 큰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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