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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매일 고단백 두유를 사놓고 아침으로 먹고 있다. 영양적으로 두유만은 부족해 다른 것도 먹어볼까, 하고 내 친구 챗GPT에게 물어보니 바나나를 권했다. 며칠간은 편의점에서 샀는데, 가격도 아쉽고 가끔은 없을 때도 있어 아예 한 송이를 사러 가기로 했다.
우리 동네는 주택가라 사람이 많지만 마트가 부족한 편이다. 그나마 집 근처에 있던 마트도 오래전에 편의점으로 바뀌어서, 신선 식품을 사려면 500m 이상 떨어진 마트까지 가야 한다. 오늘은 피크민 산책할 겸 걸어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멀리서도 마트의 불빛이 보여야 하는데, 어둡기만 했다. 가까이 가니 마트 앞에 쓰레기만 잔뜩 있어, 쉬는 날이 아니라 아예 문을 닫은 것처럼 보였다. 당근마켓에서 검색하니 최소 4개월 전에 문을 닫은 것 같았다. 나도 SSG이나 쿠팡으로 배달시켜 먹은지가 꽤 됐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물건을 사러 간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시무룩하게 돌아오는 길에 종종 동생과 함께 가던 설렁탕집도 문을 닫았다는 걸 알았다. 간판은 설렁탕집으로 그대로 두고 중고 물품을 파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는 언제 문을 닫은 걸까. 늘 사람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막상 문을 닫은 걸 보니 좀 충격이었다. 얼마 전에 집 근처 초밥집도, 그 옆에 있는 반찬가게도 문을 닫은 걸 봤던 기억이 난다.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아남은 신안식당, 맛있는칼국수, 애플돈까스의 노하우가 궁금해졌다. 그저 맛일까?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세 곳을 들렀지만, 바나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내일은 두유만 먹어야 한다. SSG에서 바나나를 샀다. 하나만 사면 배달비가 나오니, 무료 기준에 맞추느라 꼭 필요하지는 않은 물건도 함께 샀다. 내일 오후에는 배달이 완료되어, 퇴근해서는 받아볼 수 있을 거다. 전에 들었을 때 SSG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고 들었는데, 언제까지 이용할 수 있을까?
오래 살아남는 건 쉽지 않다.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깨달았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듯 보여도 모두 호수 아래에서 부지런히 발을 놀리는 오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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