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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3/11 문구 덕후의 세계

나비사슴 2025. 3. 12. 15:06

오늘은 문구 덕후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오래전 트레바리 덕덕에서 ‘문구의 모험’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다. 그 책에서 블랙윙이라는 연필을 알게 되었다. 일반 연필의 10배가 넘는 가격을 주고 고오급 연필을 사서 써봤는데 차이를 모르겠어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만년필도 저렴한 걸 사서 써봤는데, 나는 종이를 긁는 느낌보다 부드럽게 써지는 펜촉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트스트림을 쓰기 시작한 후로는 다른 볼펜을 찾을 일이 없었다. 가는 선보다는 굵은 선을 좋아해 제트스트림 1.0을 주로 써왔다.

문구 덕후이지만 머글이고 싶은 H가 말하길, 제트스트림은 4세대에선 가장 좋은 볼펜이라고 한다. 아이돌도 아니고, 4세대라니!? 4세대 잉크는 기존 유성, 수성, 중성 잉크의 단점을 보완해 개발된 신기술 잉크라고 한다. 문구 분야에서 머글인 내가 제트스트림이 다른 펜과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은, 잉크 똥이 거의 없고 펜촉이 부드럽다는 점이었다. 나는 펜촉 기술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잉크의 차이였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제트스트림은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넘버원이었지만, 일본에서는 넘버투였다고 한다. 일본의 넘버원은 쥬스업으로, 빨강, 파랑, 검정의 세 가지 색이 있는 제트스트림에 비해 파스텔톤부터 해서 다양한 색의 펜이 있었다. 재작년쯤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몰랐던 세계라 너무 흥미로워 4세대 펜에 대해 찾아보니, 생각보다 문구 덕후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쥬스업 때문에 현타온 썰

✻오늘도 음슴체 주의 - 음슴체 아니면 글을 가볍게 못 쓰는 병이 있음 길고 긴 필기구 썰 풀기 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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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먼저 만년필을 써봤지만 펜을 물에 씻어가며 관리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볼펜들을 쓰다 드디어 쥬스업을 만났다. 쥬스업을 겔펜계의 아이돌이라 부르며, 획 조절도 잘 되고 펜을 잡는 각도를 가리지 않고 부드럽게 잘 써진다는 극찬을 했다. 그러나 완벽해 보였던 쥬스업에게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펜의 바디였다. 손으로 잡는 고무 그립에 흠집이 생겨 한 개의 펜으로 리필 심만 갈아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수성펜 바디에 쥬스업 리필 심을 넣어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무려 13만 원의 바디를 구매해 성공했다. 펜은 나오기만 하면 되고, 기념품 볼펜만 써도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노력과 비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문구 덕후의 길.

 

 

제 4회 천하제일 필기구 대회: 4세대 볼펜대전

유성볼펜들은 그 특성상, 물 흐르듯이 흐르는 수성잉크나 중성잉크와 다르게, 점도가 꽤 높기 때문에 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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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분이 한 가지 필기구에 꽂혀 있었다면, 두 번째 찾았던 분은 조금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있었다. 무려 제 4회 천하제일 필기구 대회 글이다. 더 찾아보니 7회까지 있긴 했으나, 일단 이 글은 내가 관심 있는 4세대 볼펜을 다루고 있었다. 국내 브랜드인 모나미부터, 유니, 파이롯트 등 여러 브랜드의 볼펜들을 직접 써보며, 디자인, 가격, 필기감, 잉크 퀄리티, 그립감, 가성비의 기준을 잡아 순위를 매겼다. 그런데 매우 흥미롭게도, 이 분은 필기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씨 자체는 잘 쓰는 편에 속하지 않았다. 삐뚤빼뚤한 것이 오히려 못쓰는 축에 속했다. 심지어 사진도 초점이 날아가 있는 걸 올려두기도 했다. 이걸 보고 H는 더 진정성이 엿보인다고 했다. 리뷰를 쓸 때도 너무 프로페셔널한 사진은 내돈내산이라고 하더라도, 의심을 받게 마련이라고 한다. 누가 봐도 그냥 덕후가 쓴 글이지만, 모나미 추천으로 끝나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블로그의 글과 글씨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찾아보면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글들이 있을 것 같지만, 얕고 넓은 덕후력을 보유한 나는 여기까지만.. 언젠가 쥬스업을 손에 쥐고 머글들 앞에서 주름이나 잡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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