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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피크민 덕후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모든 수집형 게임에는 악독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너무 쉽게 모든 항목을 채우면 게임에 흥미를 금방 잃기 때문에, 반드시 수집 시간을 지연시키는 어려운 미션이 있다. 피크민은 그 악독함이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피크민의 악독한 시스템 ① 모종 수집의 난이도

하나는 애초에 모종 수집을 어렵게 한다. 피크민에서 특정 데코의 모종을 얻으려면, 해당 데코와 관련된 장소에서 산책을 하거나 탐색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물원이나 테마파크 데코를 얻으려면 에버랜드 같은 장소에 가야 한다. 물론 그 장소에 간다고 해도 원하는 데코 모종을 얻을 가능성은 랜덤이다. 영화관에서 몇 번 시도했는데도 실패한 걸 보면 확률은 극악에 가깝다. 또 눈 오는 날이나 비 오는 날에만 얻을 수 있는 모종도 있다. 피크민이 실제 날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은 별도로 날씨 데이터를 참조한다. 따라서 원하는 모종을 얻으려면 실제 비 올 때가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 게다가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길거리 데코 피크민만 얻을 수 있는 장소에서 탐색해야 모종을 얻을 수 있어 꽤 조건이 까다롭다.

 

피크민의 악독한 시스템 ② 희귀 데코 시스템

두 번째 악독함은 처음에는 바로 얻을 수 없고, 일정 조건에 도달해야만 얻을 수 있는 희귀 데코 시스템이다. 레스토랑, 물가, 베이커리, 미용실 카테고리는 다른 데코 카테고리와 다르게 ‘미용실 피크민을 전부 찾으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그 카테고리의 빨간색부터 바위 피크민까지 7개의 피크민을 모두 찾으면, 그때부터 희귀 데코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같은 카테고리의 피크민을 뽑거나, 그 피크민이 선물을 가져오거나, 그 피크민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면 포인트를 얻는다. 그 포인트로 희귀 데코 레벨을 1 올리면 선물을 가져온 피크민 1마리를 희귀 데코 선물을 가져오도록 할 수 있다. 레벨은 오르면 오를수록 포인트를 올리기 어렵도록 되어 있어, 피크민을 평생 해도 이걸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까마득한 느낌이 들게 한다.

 

공원 피크민의 숨겨진 비밀

하지만 피크민의 악독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반 데코 카테고리 중에 두 가지 종류의 데코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슈퍼마켓 데코는 버섯 혹은 바나나 데코 종류로 나뉜다. 내가 슈퍼마켓 피크민을 얻었지만, 그 피크민이 바나나나 버섯 중 어떤 선물을 가져올지는 실제로 밀접도를 4까지 올리고 나서야 알 수 있다.

(3월 업데이트 이후, 공원 피크민을 제외하고는 어떤 피크민이 될 예정인지는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것처럼 공원 피크민의 희귀 데코는 레벨은 올리지 않지만, 밀접도를 모두 올린 후에야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른 희귀 데코 시스템처럼 7개 세잎클로버 일반 데코 피크민을 얻어야만 네잎클로버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공원 피크민에 희귀 데코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에는 알 수 없다. 공원 일반 데코 피크민을 수집 완료했는데도, 수집 완료 표시(노란 배경)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해서 찾아보니, 공원 피크민만의 희귀 데코 시스템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시스템이 희귀 데코 레벨 시스템보다 더 악독한 이유는 밀접도를 모두 올려야만 희귀 데코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밀접도4를 올리기 위해 모든 공원 피크민을 애지중지하며 소중히 키워야 하며, 선물을 가져왔을 때 세잎클로버인 피크민들에게 실망한 후, 공간 부족을 이유로 눈물을 머금고 한껏 친밀해진 피크민을 버려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오늘, 네잎클로버 피크민을 모종 단계나 아직 선물을 받지 않은 일반 피크민 상태에서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버렸다. 정렬을 데코 카테고리순으로 하면, 피크민들은 선물을 가져온 데코 피크민-가져오지 않은 일반 피크민 순으로 정렬되고, 피크민의 종류에 따라 빨강-노랑-파랑-보라-하양-날개-바위 순으로 줄을 선다. 그런데 간혹 일반 피크민중에 순서대로 줄을 서지 않는 피크민이 있다. 예를 들면 바위 피크민 뒤에 빨강 피크민이 줄을 서있는 것이다. 전에도 이렇게 정렬이 되지 않은 것을 본 적은 있는데, 왜 정렬이 안될까? 하는 생각만 했다. 알고 보니 네잎클로버 카테고리는 세잎클로버 카테고리의 피크민 다음 순서로 줄을 선다고 한다. 이건 모종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순서에 맞지 않게 줄을 선 모종은 네잎클로버로 보면 된다.


그 말을 듣고 데코 카테고리로 정렬해보니, 보라 피크민 하나가 네잎클로버 피크민 후보자였고, 모종 중에는 빨강과 보라 모종이 후보가 되었다. 그런데 문득 일반 카테고리 중에도 슈퍼마켓처럼 두 개의 종류가 있으면, 동일한 규칙으로 줄을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 선물을 가져오지 않은 피크민들을 줄을 세워, 이론에 따라 미리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빠르게 밀접도를 올릴 수 있는 피크민에게 정수를 먹여 선물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그 이론은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로 후보자였던 보라피크민도 네잎클로버 선물을 가져왔다!

 

게임의 재미 vs 예측 가능한 미래

피크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는, 피크민이 너무 많아 정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래서 피크민을 그만둔 친구도 있다. 집에서도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피크민도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 게다가 공원 피크민의 경우 이 피크민이 앞으로 어떤 피크민으로 자라날지 모르므로, 더더욱 함부로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피크민이 어떤 피크민인지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다면? 모종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어, 불필요한 피크민을 거리낌 없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 피크민이 어떤 선물을 가져올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두근거리던 마음이 사라져 아쉬운 마음도 있다. 미래를 알게 되어 현재의 불안함이 해소되는 동시에, 그 불안함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을 잃게 되었다. 영화 스포일러를 알게 된 느낌? 미래를 모두 알게 되어 삶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예언자가 된 느낌?
 
물론 미래를 알게 되었다고 피크민을 수집하는 재미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티켓 피크민, 다리 피크민, 대학 피크민은 특정 장소의 이름이 적힌 선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한 개 이상의 피크민을 수집한다. 사진을 품고 있는 피크민도, 소중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에 이미 수집완료했는데도 추가로 키운다. 어떤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얻기 위해 공원피크민을 너무 많이 키운 나머지, 그냥 이름을 예쁘게 지어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재미를 찾으려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
 
앞으로 공원 피크민들은 모종 단계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많지만, 내가 돌려놓은 모종은 누군가에게 또 의미있는 피크민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버렸다 표현했지만, 피크민 세계관에서는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니 자기 나름의 자유를 누리지 않을까? 나와 함께 있으며 밀접도를 올리는 것만이 피크민의 행복은 아닐 것이다. 야생으로 돌아간 공원 피크민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든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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