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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변명

나비사슴 2025. 12. 1. 05:39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평화로운 나날들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회사를 옮기고 보니 나는 출퇴근 시간을 매우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반으로 줄고 나니 책을 읽을 시간도, 영어 공부를 할 시간도, 일기를 쓸 시간도 없었다.

책은 다른 사람과 만나는 모임 때문에 읽는 거라 어찌 되었든 읽어냈다. 지난 주가 아주 힘들었는데,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2권을 읽어야 하는 토요일 모임의 책 1권은 정말 안 읽혔다. 그걸 다 읽어야 화요일 책을 읽는데, 너무 안 읽혀서 2주에 걸쳐 겨우 다 읽었다. 그에 비하면 화요일 책은 그나마 나았고 6일 동안 읽어 모임 전에 다 읽어냈으며, 목요일 책은 그것보다 훨씬 잘 읽혀 이틀 안에, 심지어 모임 전날에 다 읽었다(가즈오 이시구로 짱). 토요일 책 2권은 1권보다 두꺼워 몹시 걱정했는데, 비교적 잘 읽혔고 새벽의 도움을 받아 끝까지 읽었다.

내가 책을 읽기 위해 걷는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전이다. 어릴 때 만화책 읽기가 허용된 집이 아니라, 만화책은 거의 밖에서 읽었다. 학교에서, 책방에서, 학원에서, 걸으면서. 심지어 산으로 소풍을 가서, 내려오며 읽은 기억도 있다. 금오산은 꽤 잘 정비된 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기에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리더기 없이 핸드폰으로 읽는 게 더 좋은 게 당연했다. 전자책이 활성화되고 나서는, 만화책도 대부분 전자책으로만 사게 되었다. 걸으면서 읽기에 워낙 단련이 되어 걸어가다 사고가 난 적은 내 기억엔 없다. 최근에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에어팟 4를 끼고 나니, 내가 소리를 들으면서 위험을 감지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말해보카와 듀오링고까지 꾸준하게 했던 나는, 이제 듀오링고도 다이아몬드 리그가 아닌 펄과 흑요석을 오가고 있다. 말해보카는 끊었다. 하루가 24시간이니 시간이 부족할리 없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책 읽기에게 시간 우선순위에서 밀려, 한 개라도 겨우 하면 다행인 지경이 되었다. 유료 플랜에서 무료 플랜으로 바꾸고 나서는 더 동력이 떨어졌다. 유료일 땐 그래도 시간이 났을 때 가열차게 해낼 수 있었는데, 무료는 에너지 부족으로 몇 개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듀오링고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불꽃 덕분이다. 최근에 1000일을 찍었다. 연애도 1000일을 못해봤는데, 듀오랑 1000일을 가다니 참 감격스럽다.

바빴던 이유 중 하나는 운동 때문이기도 한데, 허리가 아파 달리기는 못하지만 PT는 꾸준히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대회는 나가서 1등은 아니더라도 2-3등은 하고 있어서(한 번을 제외하고) 내년에는 국가대표를 노려볼만하게 되었다. 하지만 허리 통증이 가셔야 가능한 일이라, 허리 강화에 더 힘을 써야 한다. 최근엔 대회는 안 나가더라도 대회나 행사 운영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쏟았다. 이제 지도사 교육과정을 밟으며 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고, 그래서 내년엔 지도 그리는 공부를 더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시간이 더 없겠네)

이러니 다른 콘텐츠를 즐길 시간도 없었다,라고 하고 싶지만 몇 개는 아껴서 열심히 봤다. 밥 친구로 볼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엔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는데, 아직 남은 2편은 보지 못했다. 환승연애 자체는 티빙도 끊어서 못 보지만, 리액션 영상은 유튜브로 봐서 어떤 내용인지는 본 사람만큼 빠삭하다. 유튜브는 짧은 시간에 볼 수 있어서 많이 보게 되는데, 시청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엔 유료 구독을 해지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많았는데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휴식이 먼저라 생각해 포기했다. 체인소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어쩔 수가 없다, 세계의 주인.. OTT로 나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볼 것이다.

독수리가 알을 낳으면 글을 쓰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다른 둥지의 독수리들은 알을 낳았는데, 빅 베어 밸리의 독수리들은 둥지에 가끔 얼굴만 비출 뿐, 아직 알을 낳지 않았다. 트랜스제주 20km 완주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쓰다가 말았다. 완주해서 뿌듯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던 대회였다. 달리기를 못하는 대신 명상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명상을 해보고 써야 하니 아직 때가 아닌 듯싶다.

이제 11월도 다 갔고,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올해의 마무리를 뿌듯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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