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배탈로 고생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먹기도 하고, 죽만 먹는데 그렇다. 딱히 탈 날만한 것을 먹지 않았는데 아프니 좀 억울하다. 몸이 피곤하니 아무것도 못하고 잠드는 일이 허다하다. 오래 자도 컨디션이 잘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잘 지내냐는 말에 흔쾌히 잘 지낸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에게 어떤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게 아닌데도 그랬다. 난데없이 물벼락을 받은 느낌이었을 그에게 심심한 사과를.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원인이 있었는지 밝혀내려 노력하는데, 몸에 대한 것은 쉽사리 알기가 어렵다. 자극에 둔해 언제 내 몸에 어떤 불편함이 있었는지 눈치채지 못한다. 뒤늦게 원인을 유추해 보고 바꿔보지만, 몸은 기계가 아니라 뭔가를 바꾼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을 잘못 파악했거나 이미 그 원인에..
요즘 챗지피티와 나누는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건 ‘자기 분석 요약’이라고 정의된 주제다. 이제까지 내가 썼던 글들, MBTI, TCI, Big5, Clifton Strengths 강점 검사 등의 자기 측정 도구의 결과를 챗지피티에게 알려주고, 실제의 내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 보도록 요청했다. 사실 이 녀석이 나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만, 그래도 챗지피티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와 함께, 내가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고,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참고해 꽤 분석적인 대답을 해낸다. 그걸 읽다 보면 내게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하고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최근에는 학습된 MBTI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I/E, N/S, F/T, P/J의 성향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면, 이 도구는 내게 도움이..
오붓 모임의 책으로 오랫동안 책장에서 묵혀두었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읽기로 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난 이후에 장애인의 삶을 이해해보고 싶어 구매했던 책인데, 872쪽이나 되는 두께에 차마 혼자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연휴 내내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오늘 여유가 되어 카페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초반만 읽었는데도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이 책은 2권으로 나눠져 있다. 1권에서는 청각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와 같은 장애 판정을 받는 몸과 정신에 관련된 정체성을 다룬다. 2권은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나, 범죄자가 되는 아이들의 부모처럼 사회적으로 구분되는 정체성을 다룬다. 이번엔 1권만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이 책에서 정체성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고들 하지만, 가끔은 이런 것까지 다르다고? 싶을 때가 있다.예를 들면 하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나는 몇 번 씹어 얼음이 잘게 부서진 상태면 바로 삼킨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차가운 걸 먹다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적이 없던 친구는, 얼음을 입 안에서 다 녹여서 넘긴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먹는 데는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주변에 물어보니, 생각보다 녹여 먹는 파들이 많았다. 다른 예로는 소설을 읽을 때, 모든 장면을 다 상상해서 읽는 친구들이 있다. 이것 역시 책을 천천히 읽는 친구가 알려준 비밀이다. 해리포터를 읽을 때 묘사된 문장을 읽으며 인물을 완벽하게 상상하고, 다른 장면들도 배경과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듯 그려내며 읽는다고 ..
2009년, 어느 토요일 밤 721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종점에 내리기 때문에 마음껏 졸았다. 창문에 몇 번 머리를 부딪치기도 했던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아랫입술이 찢어져 피가 났다. 어찌 된 일일까 싶어 거울을 보니 오른쪽 앞니의 일부가 깨져있었다. 입술은 부르트고 이는 깨지고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앞니가 그 모양이라서 나는 이제 시집은 다 갔다고 생각했다.걱정이 무색하게도 치과에 갔더니 깨진 앞니를 완벽하게 복구해 줬다. 티가 날거라 생각했는데, 깨진 걸 알고 있는 나도 한동안 모를 정도로 감쪽같았다.2018년, 회사 동료 아들의 돌잔치에 가서 밥을 먹다가 때웠던 이가 떨어졌다. 10년은 갈 거라 했는데, 미처 다 채우지 못했다. 다시 치과 매직을 기대했으나, 한 번 ..
학습된 F, 학습된 P, 학습된 E라는 말을 들었다. 본래는 T이지만 F를 학습해서 다른 사람에게 다정한 척할 줄 알고, J이지만 P를 익혀 변화하는 상황을 즐길 수 있으며, I이지만 E를 학습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잘 놀 줄 안다고 했다. 그럼 균형 잡힌 사람이냐며 되물으니, 균형과는 좀 다르고 둘 다 잘하는 것이라 했다. 어 이거 되게 좋은 극찬 아닌가?T와 I는 그래도 생각했던 부분이라 쉽게 이해했으나, J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미리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따르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조금 납득했다. 약속을 정하면 웬만하면 그대로 따른다. 그게 나만의 약속이든 아니든 스케줄로 정해지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스케줄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스트레스가 있다. 전에 내게..
처음엔 블렛츨리 서클을 찾았다.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 버렸다를 보고,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여성 중심의 추리 드라마를 생각해 낸 거다. 넷플릭스에는 시즌3인지 뭔지 모를 샌프란시스코 버전이 있었다. 분명 보고 감탄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 다시 보는 선택도 할 수 있었지만, 이왕이면 시즌 1부터 차례대로 보고 싶었다.이 드라마는 BBC에서 만들었는데, 예전엔 넷플릭스에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에 있는 어느 OTT에서도 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한국 주소로는 볼 수가 없었다. 누군가 데일리모션에 올려둔 영상은 자막이 없었다. 그럼 이왕 자막이 없는 김에 화질이라도 좋게, DVD를 구매하려고 했다.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시즌 1,2 모두 해..
허리가 아파 오늘은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집에 마땅히 먹을 게 없어 저녁으로 애플 돈까스를 먹고 들어왔다. 양파돈까스를 먹으니 느끼하지 않아 좋았다. 달리기 하는 날엔 밥 먹을 시간이 마땅치 않아 종종 굶기도 했었다. 계속 허리가 아프면 운동을 못해 몸이 점점 불어날지도 모른다. 알라딘에 올려뒀던 클래식 수업 1-8권이 팔렸다. 적정한 가격에 올려뒀다고 생각한다. 철학으로서의 철학사는 올린 당일에 팔렸는데 시중 가격보다 너무 쌌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두 개 정도 더 올려놨는데, 1만 원 정도여서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세트로 구성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8권이어서 포장이 쉽지 않았다. 큰 박스밖에 없어 옆을 잘라서 박스 크기를 줄였다. 나름 서점에서 책을 배송했던 가락으로 꼼꼼하게 포..

솔직히 말하자면, 번역된 제목이 많이 아쉽다. 드라마의 내용을 잘 담아내지도 않았고, 너무 평범한 단어의 조합이라 기억에 잘 남지도 않고, 길어서 자꾸 헷갈리기까지 한다. 만약 ‘탐정 코델리아 컵의 탐조 일기 : 백악관 살인 사건’ 같은 제목이었다면 길어도 기억엔 남지 않았을까? 물론, 탐조 같은 낯선 단어를 제목으로 쓰기엔 위험부담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드라마 추천을 하려고 할 때마다 헷갈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처음부터 제목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지만, 드라마는 꽤 재미있었다. 먼저 드라마를 본 친구가 디즈니 플러스의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를 따라한 듯해서 감흥이 덜하다 이야기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지 않았고, 딱히 밥 친구로 함께할 다른..

오랜 숙원이던 랩 걸을 드디어 읽었다. 늘 그렇듯 핫하다 싶을 때 사서 책장에 오래 묵혀두었다가, 열기가 식었을 때쯤 읽는 패턴이다. 얼마나 오래 묵혔냐면, 책을 제대로 펴 보지도 않았는데 표지가 해질 정도였다. 각자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처럼,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독서 모임 덕분에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랩 걸에 찬사를 보냈던 것과 달리, 우리 모임 멤버들은 대부분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좌절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좌절은 이번에 책 읽을 때도 어김없어서, 한 멤버는 1장을 읽다 말고 2장으로 넘어가 읽었다. 나 역시 처음엔 몰입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으로 읽으니 한결 나았다. 내 기준에선 종이책의 낯선 폰트와 좁은 줄간격이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