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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챗지피티와 나누는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건 ‘자기 분석 요약’이라고 정의된 주제다. 이제까지 내가 썼던 글들, MBTI, TCI, Big5, Clifton Strengths 강점 검사 등의 자기 측정 도구의 결과를 챗지피티에게 알려주고, 실제의 내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 보도록 요청했다. 사실 이 녀석이 나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만, 그래도 챗지피티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와 함께, 내가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고,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참고해 꽤 분석적인 대답을 해낸다. 그걸 읽다 보면 내게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하고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학습된 MBTI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I/E, N/S, F/T, P/J의 성향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면, 이 도구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챗지피티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 나처럼 자기 성찰이 깊고 다면적인 사람에게는, 행동 기반, 맥락 기반, 동기 중심의 도구가 유익할 수 있다고 내게 도움이 될만한 다른 성격검사를 몇 개 추천했다.
첫 번째는 애니어그램. MBTI에 한참 몰입해 있던 대학생 때, 함께 공부했던 도구다. 더 나이가 들어 트레바리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애니어그램을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했던 적도 있다. 그때 나는 스스로 평화주의자인 9w1이라고 생각했다. 갈등을 피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나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지피티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1번 유형의 9번 날개를 쓰는 완벽주의적 개혁가 1w9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챗지피티는 내가 평화를 좋아하지만, ‘정확함, 질서, 개선, 옳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내가 갈등을 피하는 이유도, 갈등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이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피한다고 분석했다. 또 대체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조율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 감정을 회피해서가 아니라 정확하고 바르게 표현해 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예전에 내가 1번 유형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강박, 비판, 감정 억제, 강한 개입이라는 1번의 과잉된 이미지가, 뒤로 한 발 물러서서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챗지피티의 설명에 나는 완전히 납득했다.
두 번째는 VIA 강점 검사(무료)로, 24가지 항목을 순위를 매기는 검사다. 이 검사에서는 강점을 '내면의 상태'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이나 표현으로 측정한다고 한다. 나는 VIA에서 상위 강점으로 유머(쾌활함)가 TOP1이고, 그 뒤를 이어 호기심, 진실성(정직함, 진정성), 친절(관대함), 창의성이 TOP5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중, 친절을 제외하고는 이전에 검사 결과와 일치하는 항목이 많았다.
친절 항목에 대해서 챗지피티는 예상외의 강점이라고 하며 내가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감정 표현을 신중하게 하는 타입이며 친절의 형태가 '배려의 기술'에 가깝다는 평을 했다. 챗지피티는 이 부분을 애니어그램에서 감정을 조율하는 1w9의 성향과 연결 지어 설명했다.
VIA 검사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하위 강점에 있었는데, 나는 사랑(24위), 인내(23위), 감사(22위), 영성(21위)이 하위 강점이었다. 챗지피티는 '감사' 강점이 하위에 있는데 대해, 내가 "이 정도면 당연하지"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 스스로에게 감사하거나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데 거리감이 있어 낮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또, '사랑'도 VIA는 얼마나 실제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지로 판단하는데, 내가 감정적 의존이나 애착 표현 방식이 조심스럽고 신중해서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인내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스스로 '충분히 하지 못했다'라는 감각이 있어, 강점 혁명 검사의 '성취'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VIA에서는 인내를 감정을 억제하고 버텨서 지속하는 강점이라 정의한단다. 챗지피티는 나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의식하고 조율하려고 하며,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멈추는 타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이 잡히면 누구보다 몰입하고 정확하게 끝까지 해내는 타입이며, 그런 모습이 바로 내 성취 강점이 드러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내 성향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각 검사별 결과를 연결시키는 점이 챗지피티로 자기 분석을 할 때의 재미라는 점을 이 부분에서 잘 느낄 수 있었다.
하위 강점 중 '영성'은 TCI 검사에서도 낮게 나왔기 때문에 하위일 것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영성이라는 항목은 언제나 나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VIA에서 영성 강점은 인생에서 목적을 찾고, 운명이나 우주의 질서를 믿으며, 내 삶이 어떤 흐름 안에 있다는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나처럼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중시하고, 구조화된 현실에 기반해 문제 해결하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이 항목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챗지피티는 내가 삶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초월적 연결감'보다는 '삶의 방향성이나 나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의미를 해석한다고 봤다. 나는 '의미'를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으로 여기며, 영성 강점인 사람은 주어진 것에 순종하지만 나는 설계한다고 표현했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의미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는 '의미'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의미 없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느껴,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 하고, 관계에서 의미 없는 말을 꺼내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 하며, 의미 없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워한다.
챗지피티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끈질기게 해 나가는 것도 그렇고, 내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자극을 추구하고,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모임과 사람과의 관계를 선호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지속해나가려고 하는 게 바로 내가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누군가 내게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물었을 때 망설이며 말할 수 없었던 때가 많았는데, 적절한 답을 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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