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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다르다고들 하지만, 가끔은 이런 것까지 다르다고?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하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나는 몇 번 씹어 얼음이 잘게 부서진 상태면 바로 삼킨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차가운 걸 먹다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적이 없던 친구는, 얼음을 입 안에서 다 녹여서 넘긴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먹는 데는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주변에 물어보니, 생각보다 녹여 먹는 파들이 많았다.
다른 예로는 소설을 읽을 때, 모든 장면을 다 상상해서 읽는 친구들이 있다. 이것 역시 책을 천천히 읽는 친구가 알려준 비밀이다. 해리포터를 읽을 때 묘사된 문장을 읽으며 인물을 완벽하게 상상하고, 다른 장면들도 배경과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듯 그려내며 읽는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친구의 책 읽는 속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문장에서 대략적인 뜻만 읽어내고, 세세한 묘사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대부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집중해서 세세한 장면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모든 문장을 상상해 내는 친구들이 너무 신기했다.
그래도 이 예시들은 이해하기는 어렵지는 않았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행위를 해왔던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된 비밀은 아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아는 사람 중, 먹을 것을 유독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양적인 면에서, 다른 한 사람은 질적인 면에서 남다른 점이 있다.
남들보다 위장이 큰 게 아닐까 싶은 S님은, 웬만한 남자보다 많이 먹는다. 그런데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적당히 먹었다‘라는 말은 먹을 만큼 먹었으니 더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S님에게는 다른 뜻이다. S님이 적당히 먹었다길래, 평소보다 적게 먹는구나 싶어 더 시키지 않고 식사를 마무리했는데, 음식을 추가 주문하지 않아 아쉬웠다는 말을 들었다. S님에게 ‘적당히‘란, 아직 더 먹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언어 사용이다.
질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기를 좋아하는 C언니는 한술 더 떴다. 배는 부르지만 아직 당이 부족해 뇌가 허한 상태가 있단다. 보통 뭔가를 먹을 때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배가 비어 있어서일 때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C언니는 배는 찼는데, 당이 부족한 상태가 있고 탄수화물을 꼭 먹어줘야 한다고 했다. 20대 때는 하루에 한 번은 꼭 쌀알을 먹어줘야 해서, 하루 종일 쌀이 아닌 음식을 먹었다면, 밤에 밥솥을 열고 한 숟갈이라도 먹어야 했단다. 반찬도 뭐도 없이 그저 밥 한 숟갈을. 그 논리에 의해 우리는 물갈비에 떡과 라면 사리로 탄수화물을 섭취했으나, 볶음밥을 추가로 시켰다.
이 두 사람의 이 이해하기 힘든 부족 현상을 일반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우리는 짧게 표현해 보기로 했다. C언니의 배는 채웠지만 당이 부족한 현상을 ‘당허위충’, S님의 머리로는 허기가 적당하게 채워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더 채워야 하는 현상을 ‘당충위허’. 1시간 내내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열 번도 넘게 하다, 결국 이해를 포기하고 인정하기로 하며 이 사자성어 같은 말을 만들어냈다.
당허위충, 당충위허.. 배가 고파도 귀찮으면 밥을 먹지 않는 나는, 아마 평생가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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