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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1/15 한 시간 달리기

나비사슴 2025. 1. 16. 01:49

수요일, 연대에서 뛰는 날이다. 지난주에 추위 대비를 하지 못해 덜덜 떨며 집에 왔던 순간을 떠올리며, 오늘은 핫팩, 귀도리, 모자를 준비했다. 장갑도 그때보단 두꺼운 걸 챙겨 왔다. 깜박하고 버프를 안 가져왔지만, 조끼가 목을 그래도 감싸줄 거라 믿었다. 오늘의 옷은 총 5개의 레이어였다. 기모 상의, 조끼, 바람막이, 보온 자켓, 집에 갈 때 입을 털 달린 패딩. 처음 달릴 때는 패딩을 벗었고, 다섯 바퀴쯤 돌아 몸이 더워졌을 때 보온 자켓을 벗었다.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1시간 동안 조깅이라고 했지만, 언제나처럼 조금 더 빨리 달려 거의 5:20으로 달렸다. 조금 빠른 속도여서 다들 말도 하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원래 연대 운동장은 늦게까지도 불이 환히 켜져 있었는데, 축구가 일찍 끝나는 바람에 8시가 채 되지 않아 불이 꺼져 어두워졌다. 트랙의 위치만 알 수 있을 정도의 불빛만 있었고 우리는 어두운 트랙을 침묵 속에서 달렸다. 보름달이 오늘따라 유난히 노랗고 밝아, 가로등으로 착각하기 쉬웠다.

오늘은 힘이 되어주고 싶은 친구를 생각하며 한 시간을 달렸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별이 그 친구에게 준 상처를 생각한다. 이전에 그 친구의 마음의 심해가 얼마나 깊었는지도 알 수 없는데, 지금은 그 깊이가 도대체 어느 정도로 깊어져서 올라오기 힘든 건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정해놓고 달려도 시간이 더디 가서 막막한데, 언제까지 그 순간이 지속될지 모르니 얼마나 막막할까 생각한다. 잠이 편안한 휴식이 아니라, 두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찬 순간을 생각한다. 네 삶에 깊은 심연뿐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분명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고 마음먹은 때를 생각한다. 그게 네가 깊은 곳에 잠겨 있을 땐 잘 와닿지 않고, 지금은 그런 것들이 너와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네가 계단 위로 올라와 이 순간들이 네게 닿을 거고, 그 언제가 될지 모르는 때가 오기까지 내가 지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단련하고, 내 삶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해내며, 한껏 웃으며 에너지를 충분히 채워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진 한 시간이었다. 귀도리와 모자를 벗으니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머리카락 끝까지 땀에 젖어, 일부는 꽁꽁 얼어있었다. 내가 있는 힘껏 달린 증거처럼 느껴져 뿌듯했다. 핫팩으로 손을 데우며 집으로 걸었다. 두꺼운 옷을 여러 벌 껴입었는데도 한기가 느껴져 추웠다. 다음 주엔 몸을 따뜻하게 할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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