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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29 수확자 세계에 살고 있다면

나비사슴 2024. 4. 1. 08:04

스포일러 주의!

먼 미래에 죽음이 극복된 세계, 그렇지만 출산은 계속된다. 늘어나는 인구를 모두 부양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중 일정 비율의 사람들은 현재처럼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수확자 세계에서는 썬더헤드라는 인공지능이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지만, 죽음 시스템만은 인간에게 일임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직업으로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 길을 선택할까? 수확자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여러 수확자 중 대표격인 패러데이, 고다드, 퀴리 중 어떤 수확자에게 내 목숨을 맡기고 싶은가?

일단 그 세계에 수확자가 아닌 일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수확되지 않고 죽는 경우에는 몇 번이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는 세계. 아픈 몸 걱정도 없고, 굶어죽을 걱정도 없이 지금하는 취미생활을 더더욱 갈고 닦을 것 같다. 아직 세계관을 다 알지 못해 정해진 지역에서만 살아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돌아다니고 싶기도 하다. 시간이 무한하기도 하겠거니와, 인공지능이 발달해 언어적으로도 제한이 적어질테니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무한한 삶이 지루할 거라 예상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그거야 점점 몸이 노화될 때나 그렇지 다시 태어날 때 젊은 몸으로 태어나면 또 혈기가 왕성하지 않을까?

수확자가 되어 살아가겠느냐는 질문에는,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선택이 주어지면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물론, 내 삶을 충분히 즐긴 뒤에 새로운 삶의 선택으로 하고 싶다. 아직 20년도 안살았는데, 수확자가 되는 건 좀 억울할 것 같다. 또 퇴사 없는 종신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는 셈인데,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해본적이 없어 사실 상상이 잘 안가긴 한다. 그래도 프리랜서같은 개념이니 괜찮지 않을까? 또 죽음을 관장한다는 무게감이 스스로를 괴롭게 하기도 하겠지만, 이 세계에서는 하나의 시스템이니 지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단 익숙해지지 않을까?

어떤 수확을 당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고더드 같은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확 대상인지도 모르게, 죽는 퀴리 방식이 더 끌리긴 했다. 죽기 전에 고지하는 방식은 공포감, 후회, 두려움 등등이 생기게 될 것 같다. 차라리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마치 사고처럼, 그저 내 수명이 오늘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수확을 당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죽고싶은 방식이 바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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