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기

3/26 높은 수준의 기대

나비사슴 2024. 3. 27. 08:45

당신이 어떤 수업의 강사라거나, 누군가의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거나,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오늘 아침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 채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벤트를 취소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겠는가 아니면 약을 먹든지 링거를 맞든 지 해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그 시간을 사수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취소를 했을 때 그 시간에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 1:1이라면 갑자기 당일 취소했을 때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1명뿐이므로 그래도 취소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쉽다. 하지만 1:N이라면 그중 몇 명과 다시 약속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만약 그 이벤트가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그리고 대체할 수 있다면 나는 오늘 휴식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밖에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이 이벤트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당연히 최상의 컨디션으로 하는 것과 아플 때 하는 것은 퀄리티의 차이가 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해도 내가 그에게 100%의 만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고려하면 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아픈 것이 좋지 못한 태도로 보여주어 기분이 좋지 못하겠지만,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나의 퍼포먼스의 퀄리티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지 않을까? 반 이상 차이 나는 것이면 모를까, 퀄리티가 2-30%의 차이 난다면 아픈데도 몸을 이끌고 내 시간을 지켜준 것에 오히려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을까?

나는 여기에 이 이벤트에 갖는 기대치를 주요 조건으로 생각했다. 만약, 이 주체가 내가 아니라, 임윤찬이라면? 나는 임윤찬의 연주를 유튜브가 아니라 실연을 듣고자 기대했는데, 손 부상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고 연주를 했다면, 과연 나는 그에게 고마워할까? 그를 아끼는 팬의 입장에서도,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티켓을 산 고객의 입장에서도 전혀 달갑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라 확신한다.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 것과, 모두에게 높은 기대를 갖게 하는 존재인 것이 아플 때 휴식이 가능한 조건이 된다는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내가 휴가 쓰기 어려운 K직장인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8 교의 리얼토크를 영업해 보자  (0) 2024.03.29
3/27 여행의 시대  (0) 2024.03.28
3/25 혼자만의 점심시간이지만  (0) 2024.03.26
3/24 성공적인 목포 당일치기  (0) 2024.03.25
3/23 행복의 조건  (0) 2024.03.24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