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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23 행복의 조건

나비사슴 2024. 3. 24. 06:59

행복을 논할 때 돈이 거론되는 일이 참 많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적다면 반드시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물론 거기에도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한다. 그렇다고 절대 빈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면 아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말일뿐이다. 여하튼 이 행복과 돈에 대한 논의에서, 돈은 행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걸까?

오늘 나는 오전 8시까지 여의도공원을 가기 위해 새벽 6시 반에 기상했다. 출근도 아닌데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달리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작년 11월에 오른쪽 고관절에 통증이 있은 이후, 나는 꾸준히 PT를 통해 교정을 해왔고, 최근에 그 통증의 정도가 상당히 줄어들어 이제 달리기를 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 전까지 최대 2킬로까지만 달려보았는데, 오늘은 5킬로는 달리려는 것이다. 명목은 다음 주에 있는 릴레이 달리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연습의 페이스 메이커를 해주는 것이다. 다른 부가적인 효과는 내일 목포에서 있을 대회에 참가하기 전, 달리기를 해보면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려 했다. 아주 천천히 달린 것이지만 오랜만에 달린 것 치고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기분이 매우 좋았다.

5킬로를 다 뛰고 나는 9시 반에 여의도공원에서 성수로 이동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것이다. 4명이 모이는데, 그중 한 명은 아직 회사에 다니고 다른 두 명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했었다. 정작 회사를 다닐 땐 이렇게 모여본 적이 없는데, 어쩌다 보니 모임이 성사되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곳은 성수의 피자 맛집이다. 작년에 한번 왔다가 맛에 반한 곳이다. 어마어마한 웨이팅이 있다고 해, 오픈 30분 전에 약속을 잡았다. 30분 전에 도착했더니 대기 2등에 이름을 남겼다. 기다리는 시간은 수다로 가득 채웠더니 금방 지나갔다.

피자는 역시 매우 맛이 있었다. 지난번에 못 먹어본 파스타도 먹었는데, 꽤 괜찮았다. 친구들도 맛있어해서 이곳에 오자고 한 것이 매우 뿌듯했다. 다만 너무 맛집이었기 때문에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는 없어 카페로 가보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너무나 날씨가 좋았고, 우리는 조금 배가 불렀으므로 산책을 하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이동하다 서울숲의 SM 광야에도 들러 덕질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했고, 그 옆에 있는 서울숲 공원을 거닐었다. 너무 볕이 좋았기 때문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햇빛 아래 자리를 잡기로 했다. 이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고, 우리는 기분이 좋아져 근처 즉석떡볶이 집에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헤어졌다.

오늘의 스케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녁에 약속 하나가 더 있었다. 원래는 달리고 난 후 점심 약속 전에 사우나에서 씻고 만나려고 했는데, 웨이팅 시간이 촉박해 그냥 만났다. 하지만 저녁 약속 전까지는 시간이 있어 사우나에 들렀다. 여름이 아니어서 달릴 때 땀이 많이 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운동복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어서 씻고 싶었다. 저녁 약속시간 전까지 시간이 넉넉해 천천히 씻고 나와 성수역 근처 공원에서 기다렸다. 어느새 4월에도 주말 스케줄이 다 차서, 3월 중에 만나보려고 시간을 쪼개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었다.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음 날 나는 새벽 6시 반 기차를 타고 목포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일정이어서 오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오전 7시에 집에 나와 오후 9시에 집에 들어가는 일정, 쉽진 않았지만 모든 일정을 해낸 나 자신도 뿌듯하고, 그 결과에도 만족한다. 예전에 뉴욕에 3일 여행을 다녀올 때도 그랬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나는 행복이 나 스스로의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내 만족을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인 것 같다. 체력이 있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체력이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달까? 돈과 체력, 이것만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까이 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둘 다 놓치지 않도록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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