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다. 단 한 번도 앞자리가 내 자리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이건 엄마 아빠의 유전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참 키가 자라야 할 시기에 잠을 자지 않았던 게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보통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자야 성장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가 가장 재미있을 때였다. 목이 돌아가도록 누워서 책을 읽기도 했고, 빌려온 만화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복해서 읽기도 했으며, 주말의 명화를 놓치지 않고 챙겨봤다. 더 커서는 새벽에 PC통신으로 게임을 하며 전화 요금을 낭비하기도 했다.그래도 새벽까지 깨어 있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새벽 2시가 된 어느 날, 나는 학교 괴담을 떠올렸다. 어느 학교마다, 과거에 공동묘지 혹은 정신병원..

올해 목표 중 하나, 한 달에 한 번 둘레길 가기를 실천했다. 원래 목표를 세울 땐, 서울 둘레길 완주를 생각했다. 그런데 수요일에 이 포부를 이야기하니, 한 곳을 여러 번 가서 얼마나 빨라졌는지를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래서 봉산-앵봉산 8킬로 코스를 열심히 다녀보기로 했고, 특히 극한의 앵봉산 오르막을 잘 오르는 것을 목표 삼아 다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오르막을 제외한 길도 마냥 쉽지는 않았다. 숨이 많이 찼고, 몇 번이고 아이고 죽겠네를 내뱉었으며, 곧이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를 여러 번 되뇌었다. 앵봉산 오르막은 중간에 피크민을 하며 한 눈을 팔긴 했으나 6분 58초가 걸렸다. 다음엔 6분 30초를 목표로 오르고 싶다.겨울이라 물을 많이 마시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
피크민 커뮤니티 데이를 맞아 불광천을 걸었다. 어제 아팠던 등은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졌다. 원래 걸으려고 나왔던 게 아니라 약간 방한 대책이 없긴 했지만, 부지런히 걸으면 몸이 더워지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만보를 걸어야 했다. 만보가 몇 킬로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걷다 보면 채워지긴 하겠지 생각하며 응암역으로 걸었다.우리 집 앞의 천은 꽁꽁 얼어있었는데, 응암역 쪽은 물이 따뜻한 것인지 해가 잘 들어서인지 녹아 있었다. 가끔 왜가리나 백로와 같은 새가 물에 발을 담그고 서 있거나, 큰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청둥오리들은 몰려다니며 물 밑에 잠수하기도 하고, 깃을 정리하기도 했다. 물이 어는 이 날씨에도 새들은 견딜 수 있는 거겠지, 도대체 어떤 방한 대책이 되어 있는 걸까. 나는 주머니에서..
하루를 바디배터리 13으로 시작했다. 어제 1시 넘어 집에 들어와 잠들었는데,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해 충분히 휴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명 있는 동료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연차를 썼고, 내내 혼자 일해야 했기 때문에 더 피로했다. 혼자 있으니 웃을 일이 별로 없어서다. 일도 별로 없는데 심심하기까지 하니 아침부터 졸음이 몰려왔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몇 번 반복했다.점심도 혼자 먹었다. 원래 도시락을 먹는 멤버들이 다 연차를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추위에 메뉴 걱정을 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더 졸렸다. 심심함을 이기기 위해 강점 혁명을 자가 진단했다. 강점 혁명은 옆팀에서 성공적인 팀빌딩을 위해 강점 진단을 받고 있어 덩달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실제 ..
절주하겠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연초부터 술을 마셨다. 회사 신년회였다. 회사 일이 재미없을지언정,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다. 함께 신나게 웃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다. 2년 내내 함께 하며 동고동락한 열세 살 차이 나는 팀장이, 내가 친구라고 지칭하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놓치고 싶지 않단 생각을 한다.이 모든 것이 영원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소울메이트라 생각했던 사람도 이제 마음의 거리가 꽤 멀어졌고, 매일같이 함께하며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도 드문드문 연락을 이어가며 우정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뜻하지 않은 기회로 가까워지는 관계도 있지만, 시간이 가면..

2024년은 어느 때보다도 나의 성실력이 돋보인 한 해였다. 특히 몸을 보살피는 데 많이 발휘되었다. 상반기에는 PT를 꾸준히 받으며 몸을 회복했고, 하반기엔 수요일마다 달리기를 하고, 주에 15km를 뛰면서 달리기 페이스를 올렸다. 덕분에 대회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다녀와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성실하게 하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게 가장 큰 성과다. 그래서 꾸준한 달리기는 2025년에도 목표로 가져가려고 한다. 일단 수요일 10km 달리기를 계속하고, 공복혈당장애 때문에 되도록이면 밤에 달리지 않고 평일 아침에 일어나 4km 정도씩 가볍게 뛰려고 한다. 그래서 한 주 달리기 목표를 20km로 늘리는 걸 고려하고 있다.몸을 보살피는 방법 중 하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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