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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민 커뮤니티 데이를 맞아 불광천을 걸었다. 어제 아팠던 등은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졌다. 원래 걸으려고 나왔던 게 아니라 약간 방한 대책이 없긴 했지만, 부지런히 걸으면 몸이 더워지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만보를 걸어야 했다. 만보가 몇 킬로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걷다 보면 채워지긴 하겠지 생각하며 응암역으로 걸었다.
우리 집 앞의 천은 꽁꽁 얼어있었는데, 응암역 쪽은 물이 따뜻한 것인지 해가 잘 들어서인지 녹아 있었다. 가끔 왜가리나 백로와 같은 새가 물에 발을 담그고 서 있거나, 큰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청둥오리들은 몰려다니며 물 밑에 잠수하기도 하고, 깃을 정리하기도 했다. 물이 어는 이 날씨에도 새들은 견딜 수 있는 거겠지, 도대체 어떤 방한 대책이 되어 있는 걸까. 나는 주머니에서 잠깐 손을 빼서 꺼내기만 해도 손이 아프도록 시린데, 두 뺨이 얼얼해져 감각이 없어질 정도인데.
응암역에서 집까지 왔는데 만보가 되지 않았다. 일단 만보는 4km 이상인 게 확실하다. 이번엔 월드컵경기장 쪽으로 더 걸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아까보다 더 추워진 느낌이었다. 불광천의 하류 쪽은 꽝꽝 얼어있어 그 위에 올라간 사람도 있었다. 얼음 깨기 놀이를 하며 돌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여린 힘으로는 얼음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얼음은 두꺼웠다. 하류에도 자리를 잡고 있는 새들이 있었는데, 다들 어디로 갔을까.
불광천의 철새들이라는 안내판을 본 걸 떠올린다. 철새들은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겨울을 견딜 수 있고 먹을 것을 조달할 수 있는 새는 영하의 날씨에도 떠나지 않는다. 떠난 줄 알았던 철새도 언젠간 이곳으로 돌아와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 불광천이 그만큼 그 새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라면 말이다.
날씨가 너무 추워 핸드폰이 꺼졌다. 시계에서 만보가 넘은 걸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핸드폰을 충전했다. 약 400보가 모자랐다. 400보 정도는 집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걸로 채운적이 있어 금방 채워질 줄 알았는데, 결국 다 채우지 못한 채 12시를 넘겼다. 커뮤니티 데이 미션 실패다. 미션 성공을 위해 내일은 오늘 못 간 둘레길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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