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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계획을 세울 때, 매 달 한 번씩은 봉산-앵봉산 둘레길을 가기로 했다. 증산체육공원에서 출발해서 앵봉산 가족캠핑장이 있는 구파발까지 편도로 가면 8km다. 천천히 걸어서 가면 2시간이 좀 넘고, 뛰면 1시간 30분 정도가 된다. 완주만 하는 것은 지금의 내게 그다지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 훈련을 위해서는 조금 힘든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1시간 35분이다. 오늘은 1시간 30분 내에 가보기로 했다.
오늘은 오전 10시에 미용실 예약을 해두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 산에 다녀오려고 했다. 구파발에서 집까지 버스로 30분이 걸리니, 씻고 여유있게 미용실에 갈 수 있는 완벽한 계획이었다. 물론, 아침에 내가 늦장을 부릴 거라는 건 계획에 없었다. 일어나서 조금 뒹굴거리다가, 물과 간식을 챙기고, 씻고 옷을 갈아입으니 어느새 7시 반이 되었다. 시간이 좀 촉박해졌다. 정말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미용실에 가기 위해서 1시간 반의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만 했다.

서울둘레길 16코스 봉산-앵봉산은 난이도 상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209m의 봉산과 234m의 앵봉산을 연달아 오르는 코스로, 증산역에서 증산체육공원을 올라가는 언덕과, 앵봉산을 시작하는 언덕의 계단이 가장 큰 고비다. 시작점에서 봉산 꼭대기의 봉수대까지가 4km이고, 나머지가 4km다. 봉수대까지는 잦은 오르락 내리락이 있어 비교적 뛸만하다 생각이 들지만, 앵봉산은 갑자기 급경사를 확 오르는 느낌이라 더 힘들게 느껴진다. 목표 달성을 위해 봉수대까지 40분 안에 도착하는 걸 1차 목표로 삼았다.
달리기를 하며 체력이 꽤 좋아져, 전보다 산을 오르는 게 괴롭지는 않다. 오르막에서는 거의 걷는데, 그때 내 숨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내리막에선 웬만하면 뛴다. 그래야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봉산은 예전에 비해 자주 오지만, 여전히 풍경만 보고 어느 정도 왔는지 가늠할 정도는 아니다. 한참을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계를 보니 아직 2km도 되지 않아, 확실히 산에서의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봉수대에 가기 전 마지막 오르막은 계단으로 되어 있다. 그 계단에서 시계를 보니 막 37분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과연 3분 안에 갈 수 있을까? 조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고, 봉수대에 도착하니 39분 50초였다.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을 자축하며 봉수대 사진을 찍었다. 내일 비 예보가 있어서인지 하늘은 좀 흐릿했다. 한숨을 돌리며 물을 마시고 초콜릿과 사탕으로 빠르게 당을 보충했다. 이제 앵봉산 시작점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조금씩 발을 헛디뎌 넘어질뻔 했지만 다행히 균형을 잘 잡아 빠르게 내려갔다. 계속 내리막이기 때문에 내내 뛰었으므로 앵봉산 입구에서는 숨을 헉헉댔다. 본격적인 오르막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으며 물을 한모금 마셨다. 여기선 랩타임을 재서 내가 얼마나 빠르게 오를 수 있는지 체크해보기로 했다. 지난번엔 6분 59초였다. 내내 뛰며 와서 몸이 힘들었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산에 와서 그랬는지 이번엔 7분 22초였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앵봉산에선 얕은 오르막은 좀 뛰었다. 욕심을 내서 1시간 20분 내에 가보면 어떨까 했는데, 1km 넘게 남은 지점에서 이미 1시간 15분이 지나있었다. 10분 안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부지런히 달렸다. 이미 정상을 지나 내내 내리막이어서 어려운 목표는 아니었다. 앵봉산 가족캠핑장에 도착하니 1시간 24분이었다. 지난번 기록보다 10분 정도는 당겼으므로 뿌듯함이 느껴졌다.

집 근처에 이렇게 훈련하기 적당한 산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이번엔 오르막에서 숨소리가 매우 거칠었다. 점점 훈련을 하면 숨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갈 수 있고, 언젠가는 오르막에서도 거뜬하게 뛰어 오르는 날이 있겠지. 앵봉산 오르막도 6분 30초 안에 오를 것이다. 또 OMM 준비를 하게 되면 무거운 배낭을 매고 가보기도 해야지. 앞으로 해야할 일이 정말 많다. 삶이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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