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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2/17 아늑한 호랑이 굴

나비사슴 2025. 2. 17. 23:04

여행에서 심해진 감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저녁에 온라인 책 모임이 있었는데,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코가 막혀 소통이 어려웠다. 평소였다면 이 모임은 뒤로 미뤄도 괜찮았지만, 처음으로 게스트를 초대해 일정을 잡아둔 터라 변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SF모임인데, 화요일 시 필사 모임의 마시님을 초대했던 것이다. 누군가를 초대했는데 초대한 당사자가 가지 않는 게 말이 안된다 생각했다. 일단 몸을 회복할 시간을 벌고자 연차를 냈다. 그리고 모임을 시작하는 오후 7시 반까지 상태를 보기로 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오전 11시 30분, 몇 시간이 지난다 해도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마시님은 겨우 두 번 보기는 했으나, 낯선 사람들 속에서 기가 죽을 타입은 아니었다. 또 SF모임이 워낙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람들이 있는 고인물 모임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많아 발언권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걸 미리 말해두기는 했다. 모임 사람들도 몇 번 뉴비 영입에 실패한 적이 있어 다들 조심스럽게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마시님에게 연락해서 혼자라도 갈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다행히도 용기 내서 다녀오겠다고 했다. 초등학생을 처음 등교시키는 엄마가 된 기분. 더 정확하게는 호랑이 굴에 등 떠미는 느낌이긴 했는데, 그래도 그 굴이 아늑할 것이라고 안심의 말을 전했다. 어차피 내가 간다고 해도 호랑이 굴에 손 잡고 끌려 들어가는 것이니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느지막이 병원에 다녀온 뒤, 죽을 시켜 먹고 약을 먹은 뒤 또 잠들었다. 오늘은 겨우 1,000보만 걸었다. 7시 반에 마시님이 잘 합류했나 걱정됐는데, 좀 늦었지만 잘 만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참을 또 자고 일어나니 SF모임방에 언제나와 같이 엄청난 레퍼런스 링크가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저기 있었어야 하는데.

원래 같으면 카톡방에 먼저 초대를 한 후, 모임에 초대하는데 그러다 유령 멤버가 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엔 한번 모임에 참여한 후 결정하시라 이야기해 뒀다. 긴 레퍼런스 링크 공유 후에, 마시님이 카톡방에 초대된 것을 확인했다. 어떤 경험이었을지 궁금하다. 내일은 몸을 회복해서 꼭 후기를 들으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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