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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힘든 일정을 보내고 나니 거의 수요일까지 피곤이 온몸을 지배했다. 집에 와서도 그대로 곯아떨어졌고, 일어나서 운동을 하지도 못했으며, 아침과 점심식사가 부실했고, 설거지는 쌓이기만 했다. 루틴 중에 에너지를 덜 쓰고 할 수 있는 영어 공부 정도만 겨우 했다. 그 와중에 말해보카를 시작했는데, 그나마 재미있어서 할만했다. 쿠키를 구워가며 웹툰 하나를 다 끝냈고, 게걸스럽게 다른 웹툰도 찾아 헤맸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니 내가 너무 별로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수요일엔 달리기를 했다. 1600m - 1000m - 800m - 400m 인터벌을 두 번 반복하는 훈련 코스였다. 하지만 너무 더웠고, 참여하신 분들이 중간에 나가떨어져서 1번만 했다. 그래도 웜업 쿨다운을 다 하니 10킬로가 채워졌다. 원래 인터벌 목표 속도는 5분이었는데, 혼자 뛰다 보니 5분 10초까지 느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5분 30초도 너무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은 1킬로 넘게 5분을 유지한다는 게 꽤 자랑스럽다. 지속주로는 5분 30초로 5킬로 뛰는 게 지금은 아주 도전적이지 않은, 꽤 할만한 목표가 아닐까. 이렇게 달리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운동이 끝나고 나서는 원래라면 서브웨이에 가서 로스트 치킨을 먹었을 텐데, 유혹에 빠져 생맥집으로 갔다. 연희 노가리라고 하는, 연대생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라고 한다. 처음 먹어보는 학꽁치와 가라아게, 김치전을 시켰다. 우리 클럽에 함께한 지는 오래되지 않은 J님과 갖는 첫 술자리. 언제나 리액션이 좋아 좀 감탄하던 차였다. 얼마 전 한 달 정도 슬로베니아를 다녀왔는데, 그것도 부모님과 함께 다녀왔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이참에 물어봤다. J님은 번역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랜서로 할 수 있을만한 일이 없어, 평생 월급쟁이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고 좀 시무룩한 차여서, 참 부러웠다.
목요일엔 집을 좀 치웠다. 미뤄둔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어서 집 이곳저곳에서 쓰레기를 끌어모았다. 깨끗해진 집에서 낚싯대로 고양이들과 놀아주었다. 두 마리 다 만족스럽게 놀아줄 수는 없었다. 첫째가 왜인지 둘째한테 양보하는 모양새인데 이게 고양이 관점에서는 굉장히 시무룩한 상황인가 늘 생각하곤 한다. 아랫집에서 올라올까 걱정되는 시점에, 간식을 준다. 둘째를 먼저 주고, 둘째가 먹다 남긴 것과 새로운 간식 하나를 첫째에게 준다. 미세먼지만큼 친해지는 느낌.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정이 끝나고서 며칠 동안 미뤄둔 단호박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며칠을 이걸로 탄수화물을 채우는 게 기대가 되었다.
내년에 스포츠 지도사 2급 자격증을 따려고 생각 중이다. 내가 하는 운동과 관련해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자격증이기도 하고, 부수입을 얻을 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해서 일단 딸 수 있을 때 따놓으려 한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라는데 올해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고, 내년엔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공부를 미리 해놓을까 싶어 온라인에서 책을 검색하다, 퇴근하고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교보문고까지 지하철 두 정거장 정도여서 손목닥터도 채울 겸 걸어가기로 했다. 웬일로 콩나물국밥을 먹고 싶단 구체적인 식욕이 생겨, 근처 현대옥에 가기로 했다.
자격증을 위한 책이 포장되어 있는 것은 몰랐다. 꽁꽁 싸매여 있어 내용은 살펴보지 못했지만 책이 상당히 두껍다는 걸 알았다. 책 제목에 10일 만에 완성, 이런 문구들이 있어 너무 이른가 싶기도 하고, 내년엔 올해 기출도 문제로 나오겠거니 싶어 책은 다음에 사기로 했다. 대신 칼바니아 이야기 20권을 샀다. 요새는 무슨 책이 유행하나 슬슬 둘러보다가 배가 많이 고파져 식당로 이동했다. 단백질을 조금 채우기 위해 오징어를 추가했는데 스웜 추천팁에 고대로 써있어서 좀 놀랐다. 반찬을 너무 적게 줘서 전주가 본점이지만 역시 서울 인심은 어쩔 수 없나 싶었는데, 옆에 반찬과 밥을 마음껏 퍼갈 수 있게 해 두어 편견을 재생산한 것을 조금 반성했다.
피곤한 채로 보낸 일주일이지만, 일기를 쓰다 보니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좀 스스로 성장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많이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의 책을 읽고 있는데, 확실히 힘들 때도 내려가는 바닥이 전보다는 좀 위쪽인 기분. 이번 주말엔 덜 힘들 예정이니, 다음 주는 조금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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