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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27 역대급 답사

나비사슴 2024. 4. 29. 18:13

5월에 있을 산 대회의 코스를 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주 3일을 코스 짜기에 할애했고, 오늘은 실제 장소에 가서 설치할 장소의 위치를 표시하기로 했다. 9시에 만나 출발 장소와 도착 장소를 확정하고, 10시 반 정도에 산으로 들어갔다. 코스를 짤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길로만 다니지 않게 하고, 루트 초이스가 가능해야 하며, 스킬을 활용하게 한다. 하지만 높낮이가 거의 없는 스프린트와 달리, 산에서는 등고선을 고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산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도록, 체력을 고갈시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설치를 할 장소를 찾는 것은, 실제로 컨트롤을 찾을 때보다 4배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스프린트는 공원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적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산은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 내 경우엔 등고선을 읽는 것도 서툴러서 그게 더 어려웠다. 지도를 그리고 코스를 짜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될 거라는 내 생각이 맞았다! 억지로, 이렇게라도 보면 이전보다 훨씬 지도 보기를 잘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등고선과 식생을 지도에서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웠지만,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그리는 것에도 아주아주 조금 도움이 된 듯싶었다.

이번에 답사를 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산에서 코스를 짤 때는 등고선을 아주 유의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형을 보지 못하고 지도만 보며 먼저 코스를 짰는데, 산의 험준함을 지도에서 읽어내지 못했다. 설치를 할 장소를 가려고 보니 거의 70-80도 정도의 경사였고, 내려갈 때도 올라갈 때도 사람이 오르내릴 곳이 아니란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결국 그 장소는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몸으로 배웠으니 이제 탁상공론 코스 짜기에서도,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을 먹지 않고 산에 올랐는데, 점점 배가 고파졌다. 나눠져 있는 두 영역 중 한 영역을 다 돌고 밥을 먹자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2시 반이 넘어 식사를 했다. 밥을 먹고 나니 산에 오르기 너무 싫었지만, 안 가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산에 올랐다. 4시쯤 산에 올라 7시가 넘어 산에서 내려왔다. 아침부터 해서 총 7시간 정도를 산에 있었고, 후반에는 다리가 풀려서 넘어질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너무 지쳐서 먹을 때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기운을 내서 먹고 집에 왔다.

점점 내 한계가 갱신되는 느낌. 몸의 노화는 느껴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이 역대급 답사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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