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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는 음식이 있느냐는 말에 나는 보통 웬만한 건 다 먹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급식 메뉴에 한해서다. 닭발, 곱창, 순대 같은 동물의 부속은 웬만하면 즐기지 않는다. 매운탕에 통으로 들어가 눈이 마주치는 생선도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 삼대장,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까지는 살코기를 맛있게 먹고 그 외의 다른 고기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오리고기도 훈제건 뭐던 좋아하는 식감이 아니고, 양고기는 냄새를 싫어한다. 동물에 한해서는 가리는 것들이 좀 있고, 식물은 웬만하면 좋아한다. 예전에는 파, 양파, 버섯을 먹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건 오이고, 오이는 웬만하면 맛있게 먹는다. 먹을 때마다 내다 오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때도 있다.
오늘 모임은 집으로 초대 받았는데 메뉴를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 밥에 스튜를 올려 먹는다고 해서 밥그릇 가득 스튜를 떠 담았다. 그리고 그때 양고기 스튜라는 걸 들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고기를 가득 올리고 말았던 것이다. 양고기가 매우 부드러워 맛있다는 말들을 꺼내는 사람들 앞에 나는 묵묵히 먹기만 했다. 나는 몽골에 두 번이나 다녀온 사람이다. 몽골식 허르헉도 먹었고, 심지어 내가 양고기를 잘 먹는 줄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스튜에 있는 다른 양념들이 강해서 양고기 냄새가 덜했다. 무사히 한 그릇을 해치울 수 있었다.
맥주는 아사히 쇼쿠사이 캔을 마셨다. 아사히 생맥주 캔의 2탄이라고 했다. 이전에 나온 아사히 슈퍼드라이생맥주캔보다 내 취향이었다. 나는 맥주 홉의 쓴 맛을 싫어한다. 쇼쿠사이는 그런 맛이 조금 제거되어 더 부드러웠고, 단맛이 났다. 오래 전, 삿포로 실버컵을 마셨을 때의 충격적인 꿀맛이 떠올랐다. 안주는 올리브였다. 맥주와 올리브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스튜와 함께 먹도록 나온 반찬이었는데, 남아있어 맥주와 함께 먹다보니 자꾸 손이 갔다. 미안하게도 엄청난 정성으로 나온 스튜보다 올리브가 더 기억에 남았다.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나이가 들며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음식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편이어서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안먹던 야채들도 먹게 되었으므로 언젠가는 선호하지 않았던 음식들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열어두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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