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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29 고수의 손길

나비사슴 2024. 4. 30. 10:53

어느새 여권 갱신 기간이 다가와 얼마 전 신청을 했다. 빠르게 여권을 신청하려고 대충 지하철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어 제출을 했는데, 시선 처리가 잘못되었다며 재 제출해야 한단다. 이걸 위해 또 휴가를 쓰고 싶지 않았는데, 월요일에는 8시까지 운영한다고 해서 오늘 가기로 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천상 오늘 점심시간에 찍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주변 사진관의 가격대가 매우 비쌌다. 나는 큰 보정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4만 원이라고 했다.

고민하다 구청 옆에 봐두었던 사진관에 퇴근 후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곳은 리터칭을 별로 안 하면 13000원으로 되어 있어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내 방보다 작은 규모의 사진관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거울만 보고 바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나는 여권과 비자사진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중국 비자라고 하니 귀가 잘 나와야 한다고 했다. 어깨가 기울어진 것, 턱과 상체의 각도들을 상세하게 요청하셔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특이하게 왼쪽이나 오른쪽을 보고서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꽤 많은 장수를 찍고서는 사진 수정 작업을 했다. 6장 정도의 사진 중에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2개 고르고, 잔머리나 피부에서 빛나는 부분, 코가 조금 휜 것을 살짝씩 손을 봤다. 또 비자 사진은 귀가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살짝씩 보고 찍은 사진에서 귀만 오려서 정면에서 보는 귀보다 더 잘 보이도록 수정했다. 이 모든 작업을 내가 볼 수 있도록 화면이 별도로 있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해치우는 고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추가로 수정할 곳을 물어보셨지만, 나는 그냥 그대로 만족했고 수정된 사진은 바로 출력해 받아보았다.

어떤 분야에서든 장인은 감동을 준다. 예전에 생활의 달인이 흥했던 이유가 이거다. 언젠가 증명사진이 필요한 때에 구청 옆 사진관의 고수를 또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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