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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25 기쁨도 잠시

나비사슴 2024. 4. 26. 14:45

오늘은 정말 몇 달 만에 처음 연차를 써보는 날이다. 지도를 그리려고 월드컵경기장에 갔다. 오늘은 평일인데도 광장에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KT 차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무슨 행사를 하길래 이러나 싶었는데, Seventeen tour Follow라고 쓰여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세븐틴이 토요일에 공연을 한단다. 임영웅도 한다고 하더니, 원래 이렇게 월드컵경기장이 핫한 곳인가? 그래도 내가 볼 일은 없으니 그런가 보다 하며 지도를 그리고 있는데, 노랫소리가 들렸다. 음향체크를 하는 듯싶었다.

나는 꽤 덕력이 있긴 하지만, 아이돌은 왜인지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한창 BTS가 잘 나갈 때도, 몇 명인지, 각자의 이름이 누구인지 몰라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기본 상식을 배우는 느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그저 예능에 노출된 캐릭터일 뿐이다. 프듀에 나왔다거나 내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쳐야 존재 여부를 알게 된다. 하지만 본업까지 찾아가며 보는 일은 거의 없다. 음악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적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세븐틴은 문명특급에 나온 부교수를 보며 알게 됐다. 케이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맹목적인 애정. 재재와 죽이 척척 맞아 티키타카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며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놀토에서도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을 한 게 재미있었고, 그 덕에 같은 팀에 있는 멤버들도 한 명씩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십오야 세븐틴 편에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을 조금 더 매칭시킬 수 있게 됐다. 세븐틴이지만 13명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나투어도 3회까지는 챙겨봤는데 그게 내가 쏟을 수 있는 관심의 최대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의 순간에 같은 하늘 아래 있게 되다니! 내가 만약 세븐틴 팬이었으면 엄청 두근거리는 순간이 아닐까? 선재 업고 튀어를 재미있게 보다 보니 왠지 모를 아이돌에 대한 안타까움과 팬의 간절한 마음들이 생각나 뭔가 특별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세븐틴 노래를 따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놀토나 십오야에서 홍보할 때마다 들었던 노래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여러 레퍼토리의 노래 중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오늘 저녁 민희진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키운다는 것, 다른 기획사 혹은 기획자 간의 알력, 돈을 버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것도 불사하는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단지 팬들은 아이돌에게 기쁨을 주고받고 싶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그것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팬도 아닌데도 우연한 만남에 모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그 세계는 마냥 행복한 곳이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뉴진스 노래는 즐겁게 듣는 편이니, 이참에 얼굴과 이름이나 익혀봐야겠다. 예쁜 민지부터 시작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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