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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날부터, 생을 마감하리라 생각되는 90세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Life Calendar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보통 캘린더는 1월이 시작이지만, 이 캘린더는 내 생일이 시작이다. 가로줄은 1년이고, 한 주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해 나간다. 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한다거나, 인생에 있어 의미가 있는 주는 따로 표시할 수도 있다. 삶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이 캘린더에 따라 90세까지 산다고 치면 아직 삶의 절반도 다 오지 않았다. 미국인의 전형적인 삶을 이 캘린더로 표현한 것을 보았는데, 일을 하는 시기만큼이나 은퇴 후의 삶이 길다는 데 좀 놀랐다.
이 캘린더대로라면 내가 살아가야 할 날은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것보다 더 긴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그 중에 절반 정도는 내가 어딘가에 속해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일지 모른다. 나는 이 때를 잘 대비하고 있지는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요새 모색하는 방향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삶에 있어서 큰 변수는 건강인 경우가 많은데, 그때 내가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나는 이제 나를 부양할 자식도 없으니 말이다. 요즘 점점 내 몸이 낡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어 열심히 기름칠하고 있는 지금이 매우 의미있게 느껴진다.
오래전 고모와 이야기를 나누며, 노년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고모는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해왔고, 이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지만 그것 외에는 삶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없어 공허함을 느꼈다. 아마도 손주손녀를 돌보는 것까지도 고모에겐 힘들지만 의미가 있었을 텐데 아이들이 다 커서는 이제 고모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거다. 그때 그걸 보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던 것이다.
사실 고모는 돈을 잘 버는 아들 덕에 그런 무료한 시간이 났던 것이라, 노년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열심히 배우고 일하며 성공을 꿈꾸는 엄마나, 펜션을 하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하는 아빠와 같은 형태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든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마지막 날까지도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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