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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21 완벽한 백팩을 찾아서

나비사슴 2024. 3. 22. 08:14

피티를 받다 보니 알게 된 것이 많다. 그중 골반의 뒤틀림은 예상했다. 알고 있었어도 이게 얼마만큼의 문제인지 알지 못해 그대로 방치했다. 목도 굳어 있어 문제라고는 생각했는데, 날개뼈의 뒤틀림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오른쪽은 잘 펴지지 않아서, 운동을 하다 보면 상당히 굳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게 다 평소 생활 습관 때문일 거라 판단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오른손잡이다 보니 대부분 오른쪽을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오른쪽 날개뼈를 휘게 만든 범인은 가방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평소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그 에코백에는 보조배터리, 충전선, 이어폰, 립밤 패키지를 기본으로 넣어 다닌다. 그리고 때에 따라 책을 넣어 다니고, 피티를 받는 날엔 신발, 레깅스, 양말, 스포츠브라 패키지를 넣는다. 사실 운동 패키지는 무게가 대단하지는 않고 부피가 조금 있어서 지금 들고 다니는 에코백보다는 조금 큰 편이다. 그래도 들고 다닐 때 그다지 부담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책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 대부분은 전자책을 읽지만, 가끔 코스모스나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같은 책은 들고 다니며 읽는다. 가끔은 에코백을 장바구니로 쓰기도 한다. 가방에 더 들어갈 자리가 없을 만큼 가득 쑤셔 넣는다. 그리고 그 무게는 오른쪽 어깨가 모두 담당한다.

앞으로 에코백의 어깨 담당을 왼쪽으로 바꿔 부담을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백팩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매일 출근길에도 이용하고, 노트북이나 태블릿도 들고 다니고, 수납할 주머니가 많아야 하고, 여행을 갈 때도 이용할 수 있는 다용도 백팩! 하지만 너무 모양이 심심하면 안 되고, 단순히 검은색이면 탈락이다. 그리고 너무 큰 가방은, 가방이 나를 들고 다니는 모양새라서, 조금은 작았으면 좋겠다. 물론 수납은 많이 되는 게 좋다. 이런 조건들로 찾아보려니 적절한 가방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동료가 예전에 매고 다녔다던 나이키 sb 유진 백팩을 보며 이거다! 했지만, 이미 단종되었고 중고의 상태도 좋지 않아 실망했다.

사실 실제 사고 나면 어떻게든 정이 들고, 좋은 점을 찾아 잘 쓸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아 계속 쇼핑몰을 뒤졌다. 이건 마치 볼거리를 찾아 넷플릭스를 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는 꼴이다. 아마존에도 가고, 중학생들 가방 취향도 알아보며 한참을 찾다가 결국 100% 원하는 가방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여행 갈 때 짐을 가득 담아 가지고 다녀, 마치 거북이가 된 것 같다는 놀림을 받곤 하는 가방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가방은 딱 보기에도 지퍼가 많고, 색깔도 심심하지 않고, 사이즈가 적절하다. 가방 모양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담아 다닐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80% 정도는 만족할만한 조건, 그래서 당분간은 그 가방을 들고 다녀보려 한다.

완벽한 백팩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마는, 아직은 그 가방은 나와 인연이 아니기에 눈에 띄지 않는 것일 테다. 언젠가 만났을 때 놓치지 않도록, 내가 원하는 조건을 잘 새겨두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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