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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1/30 꿈꾸는 사람

나비사슴 2024. 1. 31. 08:26

어릴 때부터 나는 꿈꾸길 좋아했다. 대부분 악몽이 아닌 괴상한 꿈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는 대부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꿈에 나왔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모험을 했다. 그러다 중학교가 되고나서 조금씩 좋아하는 아이, 친구들이 꿈에 등장했다. 재미있는 꿈은 기록을 남겨두기도 했는데, 다시 읽어보면 이게 ‘무슨소리지’ ‘정말 의식의 흐름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요 몇 년간 비슷한 컨셉의 꿈을 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나는 집 안에 우리 고양이 말고 다른 고양이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는 꿈이다. 꿈의 설정상, 베란다의 어떤 통로를 통해 고양이가 들어왔다는데 그 숫자가 한 두 마리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 고양이랑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도 있어, 어떤 고양이를 내보내야 하는지 몰라 골치 아프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리 고양이들이 중성화를 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한적이 있는데, 상상만으로도 괴로웠다.

또 다른 꿈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너무 더러워서 못쓰겠다고 하며 여기저기 깨끗한 화장실을 찾으러 다니는 꿈이다. 진짜 너무 괴로운 상황인데,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그런 상태여서 참고 볼일을 본다. 우리나라 공중 화장실은 꽤 관리가 잘 되어서 실제로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 홍대역 화장실에서 경험했다. 열두시가 넘어 청소하시는 분도 퇴근한 시간이라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게 꿈의 재현인가 싶어 웃음이 났다.

가장 최근에 기억에 남는 꿈은 머리가 긴 꿈이다. 나는 일 년 넘게 동일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탈색하지 않는 상태에서 가장 밝게 염색하고, 귀 밑 3센티 정도로 단발을 한다. 머리숱이 많지 않은 게 나름 컴플렉스인데, 머리가 길면 너무 축쳐져 더 없어보인다고 생각해 선택하게 된 헤어스타일이다. 근데 꿈에서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까지 길어, 어? 언제 이렇게 머리가 자랐지? 라고 생각하는 꿈이었다. 그다지 긴 머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좀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줘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의 3대 욕구 중에 스스로 수면욕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기록에 남길만한 흥미로운 꿈을 꾸지 못하는 게 요새 좀 불만이다. 조만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모험을 하는 꿈을 꾸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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