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먼 미래에 죽음이 극복된 세계, 그렇지만 출산은 계속된다. 늘어나는 인구를 모두 부양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중 일정 비율의 사람들은 현재처럼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수확자 세계에서는 썬더헤드라는 인공지능이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지만, 죽음 시스템만은 인간에게 일임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직업으로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 길을 선택할까? 수확자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여러 수확자 중 대표격인 패러데이, 고다드, 퀴리 중 어떤 수확자에게 내 목숨을 맡기고 싶은가?일단 그 세계에 수확자가 아닌 일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수확되지 않고 죽는 경우에는 몇 번이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는 세계. 아픈 몸 걱정도 없고, 굶어..

내가 스무 살 때 처음 산 만화책은 원피스였다. 30권까지는 모았던 것 같은데, 나는 원피스의 팬은 아니어서 중간에 헐값으로 친구에게 팔아버렸다. 그 뒤로 참 많은 만화책들을 샀지만, 계속 동향을 살피며 사는 만화책은 히스토리에, 3월의 라이온, 크게 휘두르며, 칼바니아 이야기 정도다. E북으로 모으는 건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우주형제, 헌터x헌터다. 생각해 보니 다 일본 작가의 작품이고, 오래 연재한 작품뿐이다. 연재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새로 나오면 무조건 구매하는 작가도 있다. Go 히로미 Go와 어떻게 좀 안될까요를 쓴 아소우 미코토는 족족 구매한다. 이렇게 온통 일본 만화책이 내 만화책장을 가득 채웠는데, 국내 작가의 책이 계속 쌓이고 있는 책장 하나가 있다. 바로 권교정 작가, 일명 교님..
오늘 여행을 좋아하는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다녀왔다. 2-3월에도 베트남에 다녀왔고 당장 다음달에 라오스와 태국에 간다는 사람, 30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 미국에서 혼자 한 달을 살았다는 사람, 부모님과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 살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람… 나는 오리엔티어링을 하러 돌로미티에 가고, 몽골에 2번 다녀온 사람이 되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해외로 6번을 나갔던 2019년에, 다들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오늘 모임에서 호스트였던 분과는 당시 여행지 중 보라카이와 몽골이 겹쳐 신기했다. 몰랐는데 요새 몽골이 좀 핫한 여행지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본적이 없지만 유튜브에서 몽골 영상이 돌고 있다고 한다. 여행업계에 있는 사람이 말하길 올해 몽골에 여행가는 ..
당신이 어떤 수업의 강사라거나, 누군가의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거나,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오늘 아침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 채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벤트를 취소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겠는가 아니면 약을 먹든지 링거를 맞든 지 해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그 시간을 사수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취소를 했을 때 그 시간에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 1:1이라면 갑자기 당일 취소했을 때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1명뿐이므로 그래도 취소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쉽다. 하지만 1:N이라면 그중 몇 명과 다시 약속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만약 그 이벤트가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그리고 대체할 수 있..
회사 근처에는 먹을 곳이 한정적이다. 그래도 일년은 어떻게든 잘 돌려막으며 먹었는데, 점심시간에 바깥에 나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음식을 시켜먹게 됐다. 예전엔 냉동 도시락을 시켰던 때도 있지만, 이번엔 매일 아침 회사 앞으로 무료배달되는 위잇을 먹는다. 최소 이틀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먹을 메뉴를 선택해 주문하고, 당일 아침에 문 앞에 놓여진 박스를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양도 매우 적당하고, 영양적으로도 꽤 잘 구성되어 있어 점심을 먹을 때마다 만족하고 있다. 회사의 업무 형태상 혼자 점심을 먹은지는 거의 9개월이 다 되어간다. 나뿐 아니라 멤버들 모두 함께 밥을 먹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실 밥이라는게 그냥 한끼 먹는 게 아니라, 같이 업무 외에도 시간을 보내는 의미도 있는 데 그게 모두 사라졌..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5시에 일어났다. 용산에서 6시 반에 출발하는 목포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6시 즈음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이 있어, 모든 걸 준비해 5시 40분까지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가야 했다. 원래 대회에 갈 땐 맨몸으로 나가기 일쑤였지만, 오늘은 유부초밥을 싸서 가려고 미리 장을 봐두었다. 밥에 유부초밥 소스와 후레이크를 뿌리고, 장아찌도 다져 넣었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무사히 2인분을 싸고 나무젓가락과 사과즙도 야무지게 챙겼다. 중앙선이 자주 늦는 편이라 들어 조금 긴장했지만, 이른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시간에 딱 맞춰왔다. 용산역엔 출발 5분 전에 도착했고, 물을 사서 플랫폼으로 나가니 곧 기차가 도착했다. 6시 반에 출발해 목포 9시에 도착하는 기..
행복을 논할 때 돈이 거론되는 일이 참 많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적다면 반드시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물론 거기에도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한다. 그렇다고 절대 빈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면 아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말일뿐이다. 여하튼 이 행복과 돈에 대한 논의에서, 돈은 행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걸까?오늘 나는 오전 8시까지 여의도공원을 가기 위해 새벽 6시 반에 기상했다. 출근도 아닌데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달리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작년 11월에 오른쪽 고관절에 통증이 있은 이후, 나는 꾸준히 PT를 통해 교정..

이번 SF모임에선 수확자를 읽기로 했다. 처음 이 책에 대해 언급한 건 S님이었다. 세 권을 모두 다 읽고, 재미있는 책이라며 추천해 준 것이다. 그 후에 다른 책모임을 하는 Y님에게서도 요새 이 책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게 기대가 부풀어 가다 마침 SF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었다. 3부작의 경우, 첫 모임에서 1권을 읽지 못하면 따라오기가 힘들어 첫 모임에 나온 사람들끼리 모임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우려 때문에 삼부작은 다음 모임을 할지 안 할지 1권을 읽고 판단하자고 보류하는 편이다. 그런데 수확자를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 모임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을 내놓아 기대가 컸다. 수확자는 죽음을 정복한 세계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더 이상 노화로 인한 죽음을 ..
피티를 받다 보니 알게 된 것이 많다. 그중 골반의 뒤틀림은 예상했다. 알고 있었어도 이게 얼마만큼의 문제인지 알지 못해 그대로 방치했다. 목도 굳어 있어 문제라고는 생각했는데, 날개뼈의 뒤틀림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오른쪽은 잘 펴지지 않아서, 운동을 하다 보면 상당히 굳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게 다 평소 생활 습관 때문일 거라 판단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오른손잡이다 보니 대부분 오른쪽을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오른쪽 날개뼈를 휘게 만든 범인은 가방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평소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그 에코백에는 보조배터리, 충전선, 이어폰, 립밤 패키지를 기본으로 넣어 다닌다. 그리고 때에 따라 책을 넣어 다니고, 피티를 받는 날엔 신발, 레깅스, 양말, 스포츠브라 패키지를 넣는다..

한동안 멈췄던 더 커뮤니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빨리감기 혹은 건너뛰기로 잘 보지 않는 편이고, 다른 콘텐츠에 비해 집중도도 높아서 시간 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한 편당 1시간으로 딱 잘리는 공중파 콘텐츠와 달리, OTT오리지널이라 편당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까지 유동적이었다. 하루에 한 시간만 내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그냥 쭉 몰아봤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회 하나만 남겨두었다.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신기한 건 다른 서바이벌 콘텐츠보다 ‘내가 저기 있다면 어땠을까?’를 더 많이 생각한 거였다. 나는 저기서 어느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나는 누군가의 두 얼굴, 그리고 강한 욕망을 직관했을 때 얼굴에 혐오를 비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내가 면제권을 가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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