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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4/12-13 단호함에 대해서

나비사슴 2025. 4. 14. 01:01

나는 종종 단호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예전엔 내가 그런 속성을 가졌는지 몰랐는데, 언젠가부터는 단호함을 내 것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무엇이 남들과 다른 단호함으로 발휘되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그저 말투가 단호한 것일까 생각도 했었는데,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단순히 표현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 ChatGPT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말을 흐리거나, 돌려 말하기보다는,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말의 의도가 잘 드러나도록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건 반대로, 애매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고, 소통의 오류가 있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하는 쪽을 택한다.

그런데 C언니는 ChatGPT가 나를 잘 몰라서 그런다며, 언니가 느낀 내 단호함에 대해 더 설명을 해줬다. 언니가 보기에 나는 분명한 선이 있는데, 그 선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관계나 상황을 고려해 말을 안 하기도 하고 돌려 말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가는 순간, 그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아니라는 걸 밝힌다고 했다.

또, 인간관계에 있어서 질척임이 없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바가 있고, 그것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며 어떻게든 돌려 말해 얻어내는 질척임이 있단다. 그런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분명히 말하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정말 생각해 보니 모든 경우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게 이야기했던 몇몇 일들이 생각났다. 정말 C언니가 ChatGPT보다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단호함이, 인류애가 없어서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기대도 적다. 꼭 이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를 굳이 만들지 않으려 한다. 그건 생각해 보면 내가 그런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로움이 없는 것도 사실, 다른 누군가에게서 그런 애정을 받으리란 기대 자체를 내려놓으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애정을 주리라 기대했던 상대에게 원하는 만큼 받지 못했을 때 외로움이 컸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정리해버리곤 했다. 어떻게 보면 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다정함이라는 속성을 가지려 노력하는 게, 그걸 보완하기 위한 방법인 것 같다.

사실 다정함에 대해 알아갈수록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지만, 배운 다정함으로라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지고 싶다. 단호한 태도이지만, 배려가 담겨있는 게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단호한 다정함을 실천해 조금은 기분 좋은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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